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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있다? 한국도 있다!

[김종배의 it] <중앙일보>의 '자학' 칼럼을 보며

칭찬이 지나치면 자학을 부른다. 대상을 찬탄해마지 않을수록 자기 자신은 초라해지는 법이니까.

그 예가 '중앙일보' 칼럼이다. '일본은 있다'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일본인에게 찬사를 바친다. 일본인의 "극단적 절제는 감탄을 일으킨다"며 대재앙 앞에서도 침착과 질서를 잃지 않는 일본인의 모습을 "배려정신의 승리"로 찬탄한다.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메이와쿠(미혹) 가케루나(폐를 끼치지 마라) 교육 덕분"이란 분석도 덧붙인다.

여기까지는 좋다. 고난을 겪는 일본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덕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학이 이어진다. (일본의) 풍경이 우리 시민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쭉 나열한다. "천재지변 탓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도 창구에 몰려가 항의하는 가벼움과 어이없음, 준법 대신 목소리 큰 사람이 행사하는 떼법, 끼어들기 주행, 남 탓하기의 풍토"가 저급하다고 자학한다.

이 또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우기기와 끼어들기와 삿대질과 떼법 풍토가 없다고 강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일본인에 대한 찬사와 한국인에 대한 자학을 감행하는 그 '절대화' 시도만은 동의하지 못한다.

이런 예를 들면 어떨까. 재일교포인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학 교수가 2004년 9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일본인 평이다.

"(일본) 대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반론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반론이 없다고 해서 내용을 공감하고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한 과정으로만 보지, 자기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설사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생각을 선생이 얘기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따라간다. 나는 그런 일본 학생들의 상태가 전체주의 일보 직전 상태라고 생각한다."

하나 더 있다. 심훈 한림대 교수가 지난해 1월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밝힌 평이다. 규율과 통제 위주의 일본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5년간 시행된 '여유 교육(유토리 교육) 프로젝트'는 출발부터 실패가 내정됐던 '환상'이었다고 지적하며 내놓은 평이다.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일본을 바꿔보자는 의도에서 실시된 '유토리 교육'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금지와 통제, 훈련과 규율 속에 일생을 마쳐야 하는 동토에서는 애당초 발아가 불가능한 씨앗이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자라고 같은 방식으로 교육받으며 같은 방식으로 삶을 지속해야만 하는 나라, 그런 일본은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전체주의 국가다."

이처럼 보기 나름이다. 세상사 치고 다면적이지 않은 것이 없기에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는 달라진다. 성숙한 질서의식이 전체주의의 사회심리적 기저로 평가되는 것처럼 한국인의 삿대질과 떼법 풍조도 '다이나믹 코리아'를 낳는 사회심리적 기저로 평가될 수 있다.

굳이 비교를 할 거라면 같은 반열에 놓인 사례를 맞세워야 한다. 찬탄해마지 않는 일본인의 질서의식과 "배려정신"이 국가적 대재앙 앞에서 표출된 것이라면 한국인에 대한 평가 또한 그에 준하는 사례를 들어 행해야 한다. 태안 기름유출이나 대형 수해, 나아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때 보였던 한국인의 태도를 맞세워야 한다.

이렇게 맞세우면 다를 바가 없다. 태안 바닷가로 달려가 기름을 닦아내던 한국인의 모습과 집 잃고 가족 잃은 이웃을 다독이는 일본인의 모습이 다를 바 없으며,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하지 않았던 한국인의 모습과 몇 시간씩 줄서서 정량의 음식만을 사가는 일본인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

다른 건 몰라도 천안함 때는 상당수 국민이 정부 발표를 믿지 않고 사회 분열을 야기하지 않았느냐는 반박이 나올까봐 한 마디 덧붙인다. 진실 여부를 떠나 행태만을 따지면 일본 또한 다르지 않다. 상당수 일본인이 원전 사고에 대한 자국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고, 갖가지 설들이 돌고 있다지 않는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다를 바가 없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뭘 위해서 '절대화'의 오류를 무릅쓰면서 자기 민족을 비하하는가.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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