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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절제', 국민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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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절제', 국민의 '오해'

[김종배의 it] "국민 노릇 못 해먹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용했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던 노 전 대통령의 말을 받아 "'아이고, 이런 나라 대통령이 뭐 해먹기 힘들다' 나는 이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3년이 지났으니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나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평지에서 뛴다"고 했다. 평지에서 뛰니 힘들 일도, 레임덕도, 못 해먹을 일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럴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절제'다. 이걸 꺼내 들면 별로 힘들지 않다.

어제 낮에 기자들과 만나 '평지'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은 저녁에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만나 '절제'를 강조했다. "여러 사안에 작은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정권 재창출이라는 가장 중요하고 큰 목표를 위해 단합해가자"며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기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헌 등을 둘러싼 당내 파열음을 '절제'를 통한 '단합'으로 메우고자 한 것이다.

해석이야 자유겠지만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최고 권력자의 '절제' 발언을 경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입도 닫고 행동도 멈추는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그냥 그렇다 치자. 그건 여권 내 문제이니까, 또 늘 보아왔던 풍경이니까 그냥 그렇다 치자. 문제는 '절제' 요구가 여권을 넘어 국민에게까지 확장될 때다. 그럼 문제가 심각해진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가정상황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도, 아니 국민의 알권리를 대신해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도 '절제'를 강조했다. '오버'하지 말라는 투로 기자들의 질문을 잘랐다. 개헌 후속조치를 묻자 "그런 딱딱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안 맞다"며 잘랐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묻자 "질문이 너무 나갔다"고 잘랐다.

덕분에 묻지도 듣지도 못했다. 물가, 전세가, 구제역 등 민생을 옥죄는 사안들에 대한 견해를 묻지 못했고, 개헌과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한 계획을 듣지 못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해줘야 최고 권력자의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든 말든 할 텐데 아예 그럴 여지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갈등은 상시화 된다. '여러 사안에 대한 작은 차이'가 큰 갈등을 불러온다. 저마다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제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다. 단합이 아니라 소모적 분열을 야기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긴 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말이다. "그건 오해다"라는 말….

하지만 소용없다. '전가의 보도'는 '구닥다리 칼'이란 뜻과도 통한다.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오해'가 결국 권력을 강타한다. 평지를 가시밭길로 만든다. 국민 입에서 다른 말이 터져 나오면서 권력의 기반을 흔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 안에서 나왔던 말이다. "국민노릇 못 해먹겠다"는 말….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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