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해운대구 반려동물 시설 2년간 표류

주민 반발에 3번 무산 "홍보와 캠페인 통해 시설 설치 위해 노력할 것"

부산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 시설을 만들겠다고 나선 해운대구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6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인구가 41만명인 해운대구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1만5000여 마리로 부산 구·군에서 가장 반려동물 비율이 높다. 미등록 동물까지 합하면 6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해운대구는 추정했다.

해운대구는 늘어나는 반려동물의 수와 해운대해수욕장 등지에서 '목줄 풀림', '배변 미수거' 등의 민원이 잇따르자 부산시에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놀이터를 만들기로 계획했다.

▲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주인과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는 반려견 모습. ⓒ독자제공

이에 해운대구는 지난 2015년 반여동 수영강변에 시비 5억 원, 구비 5억 원 등을 들여 애견 만남의 광장으로 조성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또한 지난 2016년 9월에는 해운대 신도시 좌 3동 대천공원 인근 사유지와 올해 상반기에는 재송동 동부하수종말처리장 공원부지에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하려 했으나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해운대구는 계획을 포기했다.

결국 해운대구는 반려동물 놀이터의 개념 대신 반려동물학교로 계획안을 수정하고 지난 10월부터 반여 4동 수영강관리사무소에 반려동물학교로 사용하고 인근 공터를 야외교육장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에 나섰다.

▲ 반려동물학교가 들어설 예정인 수영강관리사무소 위치도. ⓒ해운대구

그러나 반려동물학교 계획 역시 예정지역 인근 주민들이 "동물들이 몰리면서 냄새도 나고 털도 날리고 좋지 않다", "사람도 못 먹고 사는데 개 복지가 뭐냐"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운대구는 반려동물 사육방법, 예비 반려인 태도, 반려동물 질병 예방법 등을 교육하고 반려동물 자격증 관련 교육으로 고용창출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구청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 이상이 반려동물 시설에 찬성을 했으나 정작 시설 추진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10만이 넘는 반려동물이 등록된 부산시에서 반려동물 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홍보와 캠페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동물행동심리전문가 이상혁 씨는 "시나 구에서 교육장소를 마련해준다면 개물림 사고 등 예방 효과에 좋고 애견문화도 한층 성숙해진다"며 "아직 제대로된 반려동물 시설이 없는 부산에 이같은 시설이 들어선다면 예비 애견인들과 초·중학생들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