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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전세대란' 속 세입자는 어디로 가나요?"

[토론회] 여성계, 주거 문제 관련 집담회 열어

"우리의 재개발은 뉴타운이니, 전략지구니, 르네상스니 화려한 미사여구로 장식되지만 근본적으로 이주 대책이 전적으로 결여된 결함투성이 사업입니다. 현재의 재개발은 자기가 사는 곳을 개선하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사업이 아니라, 화려한 미사여구 속에 돈 있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집을 탈취하는 '약탈'일 뿐입니다"

이은정(41) 씨는 재개발을 "삶의 자리와 생활 공동체가 깨지는, 대차대조표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의 세입자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집은 거주를 위한 공간인가, 아니면 투기의 대상인가. 최근 급격하게 나타나는 전세값 폭등과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정책에 대해 여성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한 여성모임(가칭)' 준비위원회는 집담회를 열어 주거 문제와 관련한 여성들의 경험과 현실에 대해 논의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전세대란의 원인과 대책 마련을 위한 여성 집담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2년마다 이삿짐을 싸야하는 사람들

'전세대란'과 '재개발'. 이 두 가지 현상에 공통점이 있다면, 이로 인한 피해가 서민, 특히 세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일 것이다. 곳곳에서 진행되는 뉴타운 사업으로 값싼 주택이 줄어들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으며,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은 이주를 하려고 해도 주변 지역의 전·월세 가격이 상승해 오갈 곳을 잃게 된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권정순 변호사는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도심 재개발 사업이 순차적인 계획 아래 진행되지 않고, 각 정비사업조합이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한꺼번에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뉴타운 지역에서 이미 쫓겨난 세입자들이 이주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 역시 발생하고 있다. 재개발 때문에 뉴타운 지역 인근으로 이사를 해도, 1~2년 만에 이사한 곳 역시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또 한 번 집을 찾아 헤매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은정 위원장은 "성동구는 40개 구역이 주택정비 사업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에, 왕십리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권 내에서 계속 정주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왕십리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해 정착한 세대가 다시 재개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더 큰 문제"라며 "왕십리 주민 중 많은 수가 마장동, 용답동, 성수동 등으로 이주했는데, 이 지역 역시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이사한지 1~2년 만에 두 번째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소식도 비일비재하게 들려온다"고 덧붙였다.

쪽방·무허가 주택으로 내몰린 뉴타운 지역 독거노인들

▲ 이은정 왕십리뉴타운 1구역 세입자 대책위원장. ⓒ프레시안
뉴타운 개발로 인한 '생활권 이탈'의 고통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이은정 위원장은 "통상 뉴타운 지구 인근의 도심 지역들은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왕십리 세입자들은 비슷한 임대료를 찾아 포천, 구리, 의정부 등 생활권에서 뚝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성들이 겪는 이주의 고통에 대해 강조했다.

"주거 불안정의 고통은 주부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전통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가정 경제를 꾸려나가는 것이 주부들의 책임이다 보니, 생활권 이탈로 인해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이 주부의 어깨 위에 지워지기 십상입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결여된 채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이 위원장은 "독거노인의 경우 인근 무허가 주택으로 이주하거나 보호 시설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쪽방촌 등으로 가까스로 이주한다 해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지 못해 고립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의 안정이 깨지는 것은 단순히 집을 이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의 공동체와 사회적 안정망이 깨지는 엄청난 고통"이라며 "건설 재벌이나 투기꾼들에게 개발 이익이 집중되고 서민층이 그 사회적 부담을 감당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정순 변호사는 재개발 정책과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한 정책적 대안으로 △광역 단위 개발을 통한 순차적 도시 개발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확충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소형 주택 의무 건설을 명문화 △공정 임대료 제도 도입 및 임차인의 계약 갱신 청구권 인정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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