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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ㆍ조국으로 '박근혜 바람' 막는다고?"

[집중기획] 부산ㆍ경남이 흔들린다 (下)

"부산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는 대전제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참여정부 국내언론비서관을 지낸 대표적 '부산 친노'인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특히 자신감을 표출했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에서 '김정길 캠프'를 총괄한 이후 부산시당 경선에서 재선인 조경태 의원을 꺾으며 기염을 토한 최 위원장은 "분위기가 좋다"고 입을 열었다.

"이제는 '선전'이 목표가 아니다"

▲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프레시안
본인 지역구를 조경태 의원(사하 을) 옆인 사하갑으로 옮긴 최 위원장은 "김정길 전 장관부터 김영춘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친노 진영, 부산 지역 시민운동 진영, 진보정당들까지 다 연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번 지방선거에서 45% 득표를 보지 않았나? '된다'하고 뛰었으면 정말 큰 일을 낼 뻔 했다"면서 "2012년 총선은 '선전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기겠다'는 각오로 다들 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2012년 총선에는 '선전' '상징적 1, 2석'을 목표로 두진 않겠다"고 말했다.

김영춘 최고위원도 시지부 개소식 축하연설에서 "10석을 목표로 뛰자"고 말했다. 부산의 지역구 의석은 총 18석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내심 5, 6석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두고 있는 듯 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5, 6석을 확보하면 2012년 말 대선까지 바람몰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더 비관적인 구의원들

하지만 '바닥'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금정구 의회 민주당 박인영 의원은 1977년생으로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재선에 성공한 지역 정가에선 촉망받는 인물이다.

박 의원은 "확실히 변화는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야당에 대한 인식이 변했고 주민들 사이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솔직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정길 후보가 득표한 것이 '최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지역을 지배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촘촘하게 연결된 그들의 네트워크가 아주 강건하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성향, 개인의 이권, 그리고 인맥이라는 3박자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잘 해야 '4대 6'의 구도가 한계가 아닌가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소선거구제도에서 4대 6은 필패구도다. 다만 박 의원은 "이 틀 자체가 잘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측 진영을 모두 투표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소속 지방 정치인의 현실인식도 비슷했다. 진보신당 소속 부산 해운대구 화덕헌 의원도 "지방선거 때 (김정길 후보가) 45%가 나왔으니까 후보 잘 세우고 바람 타면 5%를 더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45%도 기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 진보신당 소속 화덕헌 부산 해운대 구의원ⓒ프레시안
화 의원은 "해운대에서도 오래 된 동네는 관변단체와 한나라당 조직이 꽉 짜여져 있어 정말 어렵다"면서도 "다만 신흥 아파트 지구, 유동성이 높은 동네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히려 부자 동네에서 우리 말도 더 잘 먹히고 바람이 분다"고 말했다.

내년에 한나라당과 조직 대 조직, 풀뿌리 대 풀뿌리로 붙어선 백전백패라는 것은 부산 지역 야권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화 의원과 박 의원은 모두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내년 총선엔 연대가 쉽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야권에선 서로 '네가 나가라' 분위기여서 연대가 쉬웠지만 이제는 '잘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분위기가 모락모락 지펴져 쉽사리 양보가 될 것 같진 않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야권 선수들이 모이는 건 오히려 긍정적 시그널 아니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근혜를 문재인으로 막는다?

최인호 민주당 시당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 3선 시장인 허남식 시장 뿐 아니라 다른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들의 활동에 대해 시민들의 염증이 높다"면서 "부산 한나라당의 경우 친이 친박 호각세에서 친박 우세로 바뀌었는데 그 쪽 인사들이 박근혜 전 대표 치마꼬리나 붙잡고 있을뿐이지 독자적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박형준 특보, 김희정 대변인의 경우에도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친이 직계 인사들이다.

물론 여권이 갈라지고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면 단순하게 봐도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하지만 다시 '박풍'이 불어닥친다면? 지난 2008년 부산 총선에선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가 맹위를 떨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얼굴 한 번 안 내비쳤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내로라 하던 인사들도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2012년이라고 다를까?

이정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박근혜 당시 대표가 구포 시장에 왔는데 내가 일부러 가봤다. 사람들이 막 울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왜 우는가' 알아보라 했더니 '박근혜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총탄에 다 잃고 시집도 못 가고…50대 이상이 특히 심했는데 어떻게 대응이 안 되더라. 게다가 20대는 덩달아서 유명한 사람이 내 앞에 지나간다면서 환호하더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현재 조직적 움직임이나 박근혜 대세론이 꿈틀거리냐'는 질문에 이 전 수석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문재인 전 실장이 상쇄역할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이 전 수석은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때 가서도 문재인 대망론이 살아 있다면 아마 본인은 양산(자택)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면서 "내년 4월 총선은 대선주자가 선두에 서서 싸울텐데, 그 주자가 확정되고 본인에 더 이상 대권의 요구가 없다면 오히려 움직이고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나는 아니다"는 조국 교수

문재인 전 실장에 대해선 '플러스 알파'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부산 출신으로 박종철 열사의 모교인 혜광고를 졸업한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는 어떨까? 조 교수는 최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출마는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따뜻해질 때 쯤이면 무브온(move on, 미국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 운동)식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한 조 교수는 '부산 지역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고향이 부산이긴 하지만, 딱히 부산에만 치중한 활동을 할 역량도, 근거도 없다"고 답했다.

부산 출신의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 등 지명도 있는 다른 인사들도 부산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인사는 "본인 신조가 확고한 사람도 있겠지만, 될만하면 내려온다는 사람도 있지 않겠냐"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 내려와서 확 붙어줘야 '될 만 해지는 것'인데…"라고 말했다.

조경태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 3당 합당 이래 유일한 야당 재선인 조경태 의원ⓒ프레시안
3당 합당 이래 유일무이한 부산의 야당 재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은 "야권 연대나 바람 몰이 다 중요하지만 헌신을 통해 내부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김영춘 선배 같은 사람도 좀 더 빨리 지역을 쓸고 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바닥'을 잘 파고 들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뿌리를 박아놓아야 '바람'을 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조 의원은 "공짜로 뭘 얻으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농부가 밭을 탓하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한 말이 있지 않냐"면서 "이른바 친노 인사들 중에서도 한참 우리 상황 안 좋을 때는 '정치 안 한다'고 도망 갔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다 안다. 누가 어려울때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켰는지, 아니면 기회주의적으로 왔다갔다 했는지 다 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도 "물론 이제는 '밭'이 많이 비옥해졌다. 한나라당의 실책,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 부산 친박 의원들에 대한 불신감들이 다 쌓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에서 신뢰받는 정치인, 한나라당에 대한 염증이 생겼을 때 '그래 이 사람이 있지'하고 찍어줄 수 있는 정치인들의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놓치면 엄청난 '반동' 닥칠 수도 있다

2012년 총선은 부산 야권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하지만 위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 대한 피로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 등으로 인해 민심은 꿈틀거리고 있다. 부산 지역의 한 언론인은 "부산 사람들이 현찰 딱 들고 야당에 주문장을 엄청나게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문 내역과 납기를 못 맞춘다면? 후폭풍은 2012년 대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첫째 부산경남 지역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할 것이고, 둘째 야권 내의 책임논란으로 극심한 내분에 휩쌓일 것이고, 결국 한나라당의 지배구조는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다"면서 "PK의 TK화 현상까지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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