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이강덕 포항시장)는 "지진으로 건물 사용불가 판정을 받은 환호동 대동빌라 22가구가 장량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임대 아파트로 입주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1월 15일 포항 북구 흥해읍 용천리 인근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지 일주일만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대동빌라 75가구를 비롯해 흥해읍 대성아파트 D~F동 170가구, 필로티구조의 원룸 6가구 등 251가구가 이주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수도·전기·가스요금 등 관리비만 내면 최장 2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이주비도 전액 지원받는다. LH공사가 제공하는 임대 아파트 입주가 여의치 않은 경우 전세 대금도 최대 1억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시는 남은 가구에 대해서도 장소와 시기가 정해지는 대로 순차적으로 이주할 방침이다.
22일 오후 대동빌라 앞에는 사다리차가 줄지어 들어섰다. 건물 외벽의 붉은 벽돌 대부분이 무너져 내린 처참한 광경 사이로 주민들이 바삐 움직였다. 포항 지진 일주일만에 새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이재민들이다. 오후 1시 이삿짐센터 차량을 기다리는 곽동근(67)씨는 "좁았지만 네 식구 오순도순 살았던 집인데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한 평도 안 되는 텐트에서 온 식구가 모여 자는 신세가 됐다"며 "2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원래 살았던 곳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사를 마친 김영규(81)씨도 "2년밖에 살지 못하지만 일주일만에 몸 하나 편히 누일 자리를 찾았다. (포항시와 정부가) 빠르게 이주할 곳을 마련해주고 이사까지 도와줘 고맙다"면서도 "24년을 살았던 곳인데 모든 걸 남겨두고 이렇게 빠져나와 허망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포항시가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벽면 균혈 등 심한 피해를 입은 주택 250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환호동 대동빌라와 흥해읍 대성아파트 D~F동이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인근 한미장미맨션을 비롯한 한동맨션·봉림빌라 등에서도 벽에 금이 가거나 잇따른 여진에 건물 자체가 크게 흔들리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는 "사용 가능"이라며 이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미장미맨션에서 거주하는 이창호(53)씨는 "정도의 차이일 뿐 조금이라도 센 여진이 온다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재민 신청도, 대피소 입소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 매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고 했다. 대성아파트 A동 주민 추모(61)씨도 "초등학생 손자가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일주일새 대피소만 몇 번을 오갔다"며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이주에 대해서는 들은 것도 없다"고 했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지자 포항시는 오는 28일까지 지진피해를 신고한 주택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도명 포항시재난안전대책본부 주거대책반 담당자는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주 대상 선정을 위한 정밀 전수조사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이주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15일 포항 강진 이후 현재(22일 오후 7시 기준)까지 62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75명이 다쳤고 학교·도로 등 공공시설 404곳이 붕괴, 벽면 균열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흥해실내체육관, 남산초등학교, 흥해공업고등학교를 비롯해 포항지역 11곳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 1,200여명이 일주일째 거주하고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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