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함바집'을 보면서 '청목회'를 떠올리는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함바집'을 보면서 '청목회'를 떠올리는 이유

[김종배의 it] 건설노동자들의 '간'을 빼먹은 자 누구냐?

청목회 로비사건이 터졌을 때다. 그 누구도 로비 목적이었던 '청원경찰법' 개정에 시비를 걸지 않았다. 청원경찰의 정년을 늘리고 보수를 올리는 법 개정은 타당하다고 봤다. 세간이 문제 삼은 건 '수수료'였다. 응당 해야 하는 법 개정을 대가로 힘없고 돈 없는 청원경찰들의 쌈짓돈을 받아 챙긴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곱게 보지 않았다. '벼룩의 간'을 빼먹은 '치사한' 사람들 쯤으로 여긴 것이다.

똑같다. '함바집' 비리사건도 청목회와 다를 바 없다.

로비 대상자들이 브로커 유모 씨한테 받아 챙긴 돈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이 줄잡아 30명을 넘는다고 하니 '산수' 수준으로 계산해도 로비자금으로 수십억이 오간 셈이다.

이 '산수'에 '부기'를 더하면 잠정결론이 나온다. '간'을 뺏긴 '벼룩'이 더 있다. 건설노동자다.

한 예로 유 씨의 처남 김모 씨가 운영한 K사를 들여다보자. 이 회사는 부산의 한 대형 공사현장에서 '함바집'을 운영했는데 2009년 순이익이 7억1300만 원이었다고 한다. 물론 K사가 '함바집' 한 곳의 매출만으로 이 같은 이익을 올린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얼추 '부기'할 수 있다. 로비자금을 n분의 1로 분담하고, 순이익까지 챙겼다고 가정하면 K사 '함바집'이 건설노동자에게 제공한 식단이 어땠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K사가 2009년 초 한 건설사에 청구한 끼니당 식사값이 3500원, 새참으로 먹는 라면값이 2500원이었다고 하니 로비자금에 이익까지 제하면 원가는 적잖이 떨어졌을 것이다. 건설노동자가 '개밥'이라 부르는 식단은 그만큼 더욱 부실했을 것이고.

그래서 똑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함바집' 비리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청목회 연루 의원들만큼이나 '치사한' 사람들인 것이다.

적잖이 당혹스럽다. 행태의 '치사한' 속성에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대입하니 그렇다. 하나 같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권력 주변에 기거하던 사람들이다. 경찰청장, 청와대 감찰팀장, 공기업 사장 등등이다. 게다가 일부는 이명박 대선 캠프 출신이다.

로비의 특성이 '주광성'을 띠는 것이기에 당연한 현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절대 그렇지가 않다. 이명박 정권이 어떤 정권인가. 스스로 '친서민'을 표방한 정권이다. 이런 정권에서 권력의 음덕을 본 사람들이 서민 '간'을 빼먹은 사람의 돈을 받은 것 아닌가.

이 뿐만이 아니다. '법질서 확립'에 몰두했던 이명박 정권의 행보와 그 정권 인물들의 행각이 부응하지 않는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브로커 유모 씨에게 4000만 원을 건네며 해외 도피를 권유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있고, 그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던 일선 경찰은 4억 원을 사기 당한 식당업자가 유 씨를 고소했는데도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내렸다고 하지 않는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게이트'가 스쳐지나갔지만 이번처럼 '치사한' 돈을 먹고, 이번처럼 '대놓고' 뒤를 닦아주려 한 전례는 그리 흔치 않다.

그래서 차라리 믿고 싶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들이 하는 말, '만나기는 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싶다. 이전 '게이트' 등장인물들 또한 읊던 레퍼토리이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차라리….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 (www.mediatossi.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