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가 있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더불어 개혁성향인 김영란 전 대법관의 국민권익위원장 기용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의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동기, 최중경, 박형준, 이동관 등 전현직 청와대 수석 및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 이명박 대통령 직계 인사들의 전면 배치에 정치적 무게가 실린다.
인수위 출신 5총사 전면배치
▲ 대통령 언론특보로 돌아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연합 |
낯을 가리는 스타일인 이명박 대통령이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재기용했다. 이들은 '순장파'로 불릴 정도로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도 높은 편이다.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사찰 내용을 사전에 보고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지난 7.16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박형준, 이동관의 컴백은 예견됐던 일이다. 이들은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로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장 하마평에 이름을 빼놓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태 등 비상상황에서 청와대 정무라인과 홍보라인이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의 구원투수 투입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 당시 대통령 독대설, 전화통화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왔었다. 박형준 특보와 가까운 인사는 "애초엔 국무위원 쪽으로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지난 달부터 '대통령 뜻대로 하시라'는 쪽으로 정리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비록 이 두 사람은 '비상근 특보'라는 감투를 썼을 뿐이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두 사람은 대통령의 신임과 업무 추진력이 모두 높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옥상옥'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김대식 권익위 부위원장 내정자의 기용도 눈에 띈다. 이상득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부위원장은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두언 의원 등과 언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사다. 그의 기용은 김영란 위원장의 '보좌 혹은 견제' 의미 외에 이 대통령이 '형님 논란'을 개의치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영준 지식경제부2차관에 이어 김 부위원장까지 정부로 들어오면서 대통령 임기 말에도 '포항-선진국민연대'라인은 문제없다는 시그널을 보내게 됐다.
총무기획관 아래 총무비서관은 왜?
청와대 인사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총무부장, 서울특별시장 후보 시절 총무팀장을 지낸 신학수 전 동아시아연구원 총무부장의 총무비서관 기용이 눈에 띈다. 김백준 총무기획관 아래 총무비서관까지 포진시킨 것은 '집사 역할' 강화로 해석된다.
막대한 권한이 부여되는 국가위기관리실장, 정보분석비서관, 위기관리비서관에는 모두 군출신 인사들이 보임됐다. 이들이 '정무'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경우 외교안보수석실과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라이트대안교과서 집필에 참여했고 뉴라이트 기관지격인 시대정신 편집위원, 뉴라이트 씽크넷 등의 멤버로 활동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의 통일비서관 내정은 청와대의 대북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이야 뭐라 건 말 건
이날 개각-청와대 인선은 이 대통령이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채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총리실 민간사찰 의혹이 있는 인물을 가장 엄정한 도덕성이 필요한 감사원장에, 대통령 발언 '마사지'를 공공연하게 했던 인물을 언론특보에, 뉴라이트 인권위원도 모자라 뉴라이트 통일비서관 임명은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도 있고 해서 도덕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인사 중에선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정병국 문화부 장관 내정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 등이 청문회 대상이다. 검찰, 정치권, 청와대 근무를 거친 이들은 이미 수 차례 검증을 받았다는 것이 청와대 이야기다. 하지만 이 정권의 전례로 볼 때 이들이 청문회를 무사 통과할 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종합편성채널 발표가 있는 날 개각과 청와대 진용을 함께 밝힌 것은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조선>, <중앙>, <동아>는 종편선정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고 다른 언론사들도 신년 특집호를 거의 미리 만들어 둔 상황이었다.
한나라당이 수 차례 "연내 개각"을 건의했지만 청와대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개각이 급하지 않다. 시기는 인사권자의 결심사항이지만 내년에 순차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다. 이는 결국 '페이크'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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