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청와대는 "오늘 내용은 건의사항일 뿐 그대로 채택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오늘 나온 이야기들이 마치 향후 국방정책으로 그대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도돼선 안 된다"면서 "거기 해당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혼선을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역복무자 및 입대예정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군 복무기간, 이미 위헌판정을 받은 군가산점 부활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홍 수석은 "국방선진화추진위는 오늘로 활동을 마쳤고 '정부'가 주체가 돼서 건의사항의 우선순위와 정책 채택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시간을 오래 끌 일은 아니지만 연내에 된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육군 중심의 국방부에서는 합동참모본부 내 육, 해, 공군 균형 보임 등 합동성 강화 방안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 살 도려내기식 개혁안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조선일보>기사에 '필'받은 이 대통령
한편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군에 필요한 것은 정신력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신조 목사가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정신력이 없으면 첨단무기는 고철에 불과하더라'고 했더라. 맞는 말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이날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이 신문은 지난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했다가 생포된 후 전향한 '무장공비' 출신 김신조 목사의 인터뷰를 실었다.
무려 42년 전에 북한을 떠난 김 목사는 이 인터뷰에서 "나는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곧바로 정찰총국 소행임을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아무리 무기가 좋아도 정신이 무너진 군(軍)이 다루면 그건 고철"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김 목사는 "좌파 정부 시절 서울이 평양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김정일 찬양하고, 주체사상 선전하고, 친북(親北)세력이 커지는 등 북한의 비폭력 전술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국방선진화위원회에서 이 인터뷰 내용을 옮기며 '맞는 말이다'고 공감을 표시한 셈이다.
군 복무기간 연장은 쉽지 않을 듯
이밖에 이 대통령은 "국민들은 군이 무엇인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군은 조직의 특성상 형식과 격식에 너무 얽매여 있어서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고 군을 질타했다.
그는 "이번 군 선진화 개혁 과제는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해나가겠다"면서 "군이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자세로 하는 것과 타의나 외압에 의해 개혁을 하는 것은 성과가 훨씬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군에 대한 애정을 갖고, 그래도 믿을 건 군이라는 생각을 갖고 개혁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방선진화추진위의 보고에 대해선 군가산점 부활 등 '강경보수 성향'의 항목들과 합동성 강화 등 '효율화 방안'이 혼재되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언론이 "주적 개념 부활도 건의됐다"고 보도한데 대해 홍상표 홍보수석은 "그 항목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사병 복무 기간에 대해선 청와대 내에서 "18개월까지 줄어들 계획을 중단해 21개월로 정한 마당에 더 늘리기는 어렵지 않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도 지난 9월 복무기간 재연장에 대해선 부정적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홍 수석은 이날 보고에 대해 "최적의 경비로 현재 위협을 완벽히 관리하고, 미래의 안보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선진국방의 구현과 비대칭 위협 등 북한 구사도발의 억제를 위한 억제 전략과 전력을 구축하겠다"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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