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등 ‘친박근혜’ 인적 청산에 나선 반면 경남에서는 ‘친홍준표’ 인적 청산에 대한 요구가 드세게 일고 있다.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 재직 때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 등 정무직 공무원들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사퇴 요구가 지속돼 온 가운데 유성옥 경남발전연구원장이 지난 21일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개입’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 같은 여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이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도 합리적인 선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조만간 출자·출연기관장들에 대한 인사 단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적폐 인사들 비위 의혹 제보 잇따라”
적폐청산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상임의장 김영만)는 2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에서 촛불혁명 1주년은 친홍준표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운동본부는 이 자리에서 홍 대표가 도지사 시절 임명했던 출자·출연기관장들과 관련한 비위 의혹 제보내용을 일부 공개하고, 한 권한대행과의 면담도 진행했다.
김영만 상임의장은 “유성옥 전 경발연 원장이 검찰조사와 관련해 사직서를 제출하자 직무대행체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경남도는 이보다 앞서 즉각적인 감사에 착수하는 게 급선무”라고 촉구했다.
그는 “홍 전 지사가 정치공작 전문가인 유성옥 전 원장을 고려대학교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지난해 8월 25일 경발연 원장에 임명했다”며 “그동안 경남에서 어떤 정치공작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13년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임명 직후 특정 부서 단장을 부당해고 하는 과정에서 소송이 벌어져 배상금과 변호사비 등 3억 원의 국고손실이 발생했다”며 “원장과 해고자 모두 홍준표 사람이고, 내부에서도 구상권 청구 요구까지 있었지만 무난히 지나갔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홍준표는 심지어 자신의 가족을 위해 도청에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채용했다는 제보도 있었다”며 “이 모든 의혹들에 대해 도청 감사관실에서 알고 있었는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물었다.
그는 “경남도는 이런 의혹들에 대해 지금이라도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제보 접수를 시민사회단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신고접수센터를 만들어 도가 직접 파악하고 조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경남운동본부는 기자회견 직후 한 권한대행과 면담에서 접수된 제보 내용들을 전달하고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한 권한대행은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합리적인 선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경남테크노파크에 관한 문제점도 들었다. 나머지도 감사관실을 통해서 해야 한다. 나름 늦게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를 해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운동본부는 이에 따라 조만간 경남도 차원의 ‘액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오는 28일 창원시청광장에서 개최하는 ‘촛불혁명 1주년 경남대회’ 때 ‘홍준표 적폐 인적 청산’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싣기로 했다.
■구속된 ‘홍 측근’ 기관장·공무원만 벌써 5명
그동안 ‘홍준표 측근’으로서 낙하산·보은 인사 의혹을 받아온 인물들 가운데 구속된 경우만도 벌써 5명이다. 홍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도지사직 ‘꼼수사퇴’를 하면서부터 빗발치기 시작한 ‘홍준표 임명 출자·출연기관장’ 다수에 대한 사퇴압박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9일 유성옥 경발연 원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1일 구속됐다.
유 씨는 지난해 8월 임명 때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국정원 출신이 지역 공공정책연구기관인 경발연 원장으로 오는 것에 대해 업무 전문성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었다.
유 씨는 결국 경발연 원장직 임명 1년2개월만에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개입’ 혐의로 직에서 하차했다. 유 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19일 사직서를 냈고, 한 권한대행은 당일 수리했다.
유 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 ‘홍준표 대선 유세 참여 독려’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온 경남도청 간부공무원 A(57) 씨도 구속됐다.<지난 20일자 보도>
A 씨는 지난 4월 29일 홍 후보의 양산 유세에 보육단체 회원들의 참석을 요청해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A 씨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홍 대표의 ‘부인 휴대전화 통신사찰’ 의혹 제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홍 대표는 지난 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수행비서 통신사찰’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16일에도 자신의 부인과 관련해 검찰이 통신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창원지검은 같은 날 “공안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자에 대한 통신자료 확인을 한 적은 있다”며 “(홍 대표가 주장하는) 사찰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고, 선관위 고발 후 5개월여를 끌어오던 구속 여부가 의혹 제기 3일 만에 결정났다.
홍 대표 대선 유세와 관련한 공무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검찰이 결정을 내리는 데 검찰을 겨냥한 의혹 제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다. 홍 대표가 흔히 말하는 ‘똥볼을 찼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허위 서명’에 연루된 홍 대표 측근 인사 3명이 구속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 홍 대표가 지난 2012년 12월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인 이듬해 1월부터 경남FC 대표를 맡은 측근 인사는 구단 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2014년 12월 물러났고, 올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측근은 홍 대표의 대학 후배이다. 또 홍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할 때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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