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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탈당할 거냐' 질문에 박지원 "생각 들킨 기분"

박지원 "통합 불가능한 얘기"...안철수 "국감 끝나고 논의" 봉합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중도통합' 논의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주 양 당 지도부가 연이어 군불을 때면서 불과 사나흘 사이에 정치권의 중심 이슈가 됐었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국민의당 내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 측과 바른정당 자강파 측에서도 '국정감사 끝나고 논의하자', '바른정당 전당대회부터 마치자'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어, 10월 4주는 통합 논의의 '휴지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침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간의 '보수 통합' 논의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방미 일정과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의 해외 국정감사 일정, 서청원·최경환 의원으로 인한 한국당의 내분으로 시간이 좀더 필요한 처지다. 결국 국정감사가 끝나고 바른정당 전당대회를 앞둔 11월 초순경이 '보수 통합'과 '중도 통합' 등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본격화할 시점으로 점쳐진다.

박지원 '탈당할 거냐' 질문에 "생각 들킨 기분"…정동영·천정배도 반대


국민의당 내에서는 호남계 등 이른바 비안(非안철수)계가 주말을 지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23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내 통합 찬성파가 30명에 달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누가 통합 반대파가 5명밖에 안 된다고 하느냐?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의당 전체 40석과 바른정당 20석 의원이 통합하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냐만, 현재 바른정당은 20명 중 과반수가 한국당으로 입당하게 돼 있다. 만약 합당을 한다고 하더라도 5~7석 정도인데, 이것을 알고 의원들은 '이렇다고 하면 할 필요 없다'는 얘기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안 대표 측에서 '이르면 12월에 전격 통합이 성사될 수 있다'(송기석 비서실장)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도 "현재 우리 당내 분위기로는 불가능하다"며 "5석 내외, 최대 7~8석까지 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위해서 우리의 정체성과 지역 기반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재강조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통합 쪽으로 계속 동력을 모아 간다면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몰아가면 아주 곤란하다"면서도 "제 생각을 들키는 기분"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민주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호남 차별이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세 가지"라며 "이 세 가지 목표에서 일탈하는 하나라도 생기면 제가 움직이는 것에 굉장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저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저와 함께 생각하고 있고, 어제 천정배·정동영·최경환·유성엽 의원은 의원들 (메신저) 소통방에 그런 강한 의지를 표현해 놨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지금은 국회 1년을 결산하는 국정감사 기간"이라며 "40명 의원들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국감을 하고 있는데 초점을 흐리게 하고 차질을 주는 통합 문제, 시도당위원장·지역위원장 일괄 사퇴 문제 등을 왜 아무런 의원총회 소통 한 번 없이 밀어붙이느냐. 이게 올바른 정당이냐"고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호남이 지역구인 조배숙 의원도 평화방송(CBP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주 모 일간지에 제가 찬성하는 것처럼 보도됐는데 잘못된 보도"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통합 논의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다만 사안마다 정책 연대나 이런 부분까지는 가능하다"면서도 "유승민 의원 인터뷰를 보면 '개혁보수' 중심의 통합을 강조했다. 본인들 정체성은 개혁보수다(라는 것인데), 국민의당은 중도개혁 정당이지 보수정당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호남 중진인 정동영·천정배 의원도 SNS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통합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당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안 대표 주도의 통합 논의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당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합의되지 않은 정체성 변경은 분당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절대 안 된다"며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뒤떨어진 세력이다. 유승민 의원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햇볕정책을 부인하고 호남 눈치를 보지 말라는 것은 냉전적 안보관과 지역 차별주의, 영남 패권주의"라고 했다.

국민의당 내 비교적 보수적 성향인 비례대표 이상돈 의원도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애당초 불가능하다. 통합은 가능성 제로"라며 "사실 무엇보다 유승민 의원이 우리 당과 합칠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우리 당 구성원 대부분과 유 의원 주변은 어울리기 힘들다고 본다"며 "또한 유 의원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안철수 대표를 어떻게 보는가도 제가 대충 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 의원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고 사회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지식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라며 "정치적인 판단, 방향성에 대해 유 의원이 안철수 대표를 자신과 비슷하다든가 같다든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유 의원이 지향하는 '개혁 보수'는 지금 굉장히 어렵지만, 이 어려운 것을 좀 참으면 다음 총선에서는 상당한 세력을 구축할 것"이라며 "오히려 유 의원이 지금 당장 어렵다고 그냥 섞어치기 하는 식으로 국민의당과 합치면 본인의 정치생명에 희망이 없다고 본다. 그럴 리 없다. 유 의원이 그렇게 아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대표가 TV토론 등에서 보인 모습을 지적하며 "생각이 없다", "오락가락"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멀쩡한 당이 분란에 빠졌다. 평지풍파"라며 "그 책임은 안 대표와 안 대표 측 인사에 있다. 아마 국정감사가 끝나면 상당한 의원들이 '안철수 체제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는 목소리를 분출할 것"이라고 안 대표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멀쩡한 당에 그야말로 풍파만 일으킨 것"이라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된다"고 했다.

안철수 "국감 지나고 논의"…유승민 "개혁보수" 강조에 安 "내부용 메시지"

안철수 대표는 이같은 당 내 반발에 대해, 국정감사 종료 때까지 시간을 두고 논의를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내 일각에서 탈당이나 분당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 "그렇게 각자 생각들을 서로 논의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국감을 충실히 마치고 난 뒤에 내부에서 논의를 모아 보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전·현직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과의 약속을 정례화해서 그 일정대로 만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전날 원외 지역위원장 간담회를 주최했다.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는 당 쇄신 차원에서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들의 일괄 사퇴를 주장했고, 12개 시도당위원장들이 자진사퇴한 데 이어 전날 일부 지역위원장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분출되면서 간담회는 결론 없이 끝났다. 이상돈 의원 등 일각에서는 시도당위원장 사퇴에 대해서도 "당원도 별로 없고 존재 의미가 취약한 데서 사표를 낸 것 같다"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안 대표는 "시도당위원장 등 사퇴는 통합과 무관한 일"(20일, 오찬 간담회)라고 부인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눈길이 많다. 지역위원장 가운데 상당수가 사퇴에 거부하는 것은, 당 내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반대론이 분출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안 대표는 전날 유승민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보수 정치인"이라며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고 말한 데 대해(☞관련 기사 : 유승민 "통합 원칙은 개혁보수…정치공학적 통합 안 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바른정당) 당 대표 경선을 앞둔 복잡한 상황"이라며 "내부용 메시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유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국감 지나고 내부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만 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도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전날 유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이른바 자강파 내에서도 '전당대회가 우선'이라는 발언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 내 '한국당 통합파'든 '국민의당 통합파'든 전당대회 전까지는 합당 논의를 자제해 달라"며 "한국당 합당파든 국민의당 합당파든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비전과 노선을 갖고 대논쟁을 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모임 '국민통합포럼' 공동대표인 정운천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11월 13일 전대까지 당내 단합을 하고 성공적으로 (전대를) 치르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자고 최고위에서 여러 언급이 있었다"며 "보수 통합을, 무엇 때문에 어떤 가치를 갖고 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해 조용히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대가 끝나면 바른정당 자체로 당세를 키우든 다른 방법을 찾든, 어떻게 당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복지를 증진하고 단합된 민심을 가져갈 것인가 차분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바른정당 내의 이같은 기류나, 유 의원의 "보수 정치인" 선언을 안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낸 내부 메시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것을 보면 결국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논의는 이달 내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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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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