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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 "그 비싼 등록금은 다 어디에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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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 "그 비싼 등록금은 다 어디에 쓰나"

[현장] 시간강사 88명 집단 해촉에 "학생 학습권 침해"

지난달 고려대학교가 88명의 비정규직 시간 강사를 해촉한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고려대 학생 40여 명은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비정규 강사 해고 규탄 대회'를 열고 학교 당국의 조속한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고려대학교 측이 밝힌 88명의 시간 강사들에 대한 해촉 이유는 바로 비정규직 보호법. 4학기(2년)이상 강의를 해 학교가 '정규직화 의무'를 갖게 된 대상자들을 미리부터 계약 해지하겠다는 취지다. (☞관련기사 :"한여름 전국 대학에서 '곡소리'…거리로 쫓겨난 강사들")

▲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는 총학생회를 비롯한 고려대 학생 40여 명이 '비정규 강사 해고 규탄대회'를 열고 학교 당국의 조속한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프레시안

학생들은 학교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주당 15시간 이상 수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대학 강사들은 평균 주당 4.2시간을 학교로부터 배당 받는다"며 "만약 학교 당국이 강사들에게 비정규직보호법을 적용하려면, 그동안 학교 자신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음을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학교 측은 이미 수강 신청을 한 학생들에게 누가 해고되었으며 어떤 수업의 강사가 교체되었는지 전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는 비단 시간 강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에 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간 강사 해촉은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

'대학생 다함께 고려대 모임' 소속 이원용 씨는 "학교 측에선 해촉 사유로 비정규직보호법과 강의의 질을 문제 삼는데, 정말로 강의의 질이 문제라면 해촉이 아니라 시간 강사들의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우리가 낸 비싼 등록금이 시간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 질 좋은 수업을 듣는데 쓰이지 않는다면, 대체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학교 당국에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시간 강사 해촉 문제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학원생 역시 해촉의 부당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웅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시간 강사 문제는 대학원 석·박사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교수와 같은 일을 하지만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4대 보험도 적용 받지 못하는 시간 강사는 곧 대학원생의 미래"라고 성토했다.

그는 "시간 강사라는 불안정한 지위로 어떻게 제대로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들의 교권을 박탈하고, 무더기로 해촉하는 것은 곧 정권에 비판적인 학자들의 입을 막고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탄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청소·미화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 이영숙 분회장은 "교수와 미화원이라는 점에서 지위는 다르지만,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분통이 터진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지만,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가르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자르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해촉 사태… 문제의 본질은 고등교육법"

올 여름 고려대와 성공회대, 영남대 등에서 잇따른 해촉 사태가 대학 강사의 교권을 인정하지 않는 고등교육법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강사들의 교권 부여 문제는 당분간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학 교육의 절반 가까이를 시간 강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 위촉은 하되 교권은 부여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일반화됐고, 이 때문에 생기는 비정규직 교수에 대한 차별 역시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일례로 이번 해촉 사태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고려대학교 이기수 총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부회장 역시 맡고 있는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 강사에게 교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 입법 저지에 앞장 서온 단체다.

이번 고려대 해촉 사태의 당사자인 김영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고려대 분회장은 "시간 강사 해촉 사태는 비정규보호법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고등교육법의 한계 때문"이라며 "해촉된 88명의 복직 문제 뿐 아니라, 고등교육법 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고려대분회'와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의결을 촉구하며 2007년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700일을 넘긴 천막 농성 외에도 한나라당 당사와 교육과학기술부, 국회, 이화여대, 서울대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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