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와 영유아에 대한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의료비 지원 조례 제정 운동이 경남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됐다. 기초자치단체별 지원은 있어 왔으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은 그동안 전무한 실정이었다.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안혜린)은 ‘(가)경상남도 임산부 및 영유아 의료비지원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경남도내 임산부에게 임신 때마다 30만 원의 의료비 지원 카드 발급과 5세 미만 영유아의 외래진료 때 환자 본인부담금의 절반을 도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를 낳으려는 임산부와 태어난 영유아에 대한 의료비 지원대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조례제정 요구안 중 임산부 의료비 지원은 현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민행복카드제’와 비슷한 방식이다. 임신 1회당 50만 원의 의료비를 국비로 지원하는 것처럼 도 예산으로 30만 원을 추가 지급하자는 것이다.
또, 임산부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5세 미만 영유아 외래진료 본인부담금도 절반을 도 예산으로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이다.
노동당 경남도당 이장규 정책위원장은 “일부 초음파나 철분제·엽산제, 산후건강관리 등에 드는 비용 등은 전액 임산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1인당 50만 원이 지원되고 있지만, 임신부터 출산까지 필요한 경비에 견줘 미흡한 지원 수준이어서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례제정 운동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의료기관 이용이 잦은 영유아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높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영유아 입원 본인부담금을 5%로 낮추기로 했지만, 실질적 혜택을 위해서는 외래진료 부담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임산부의 외래진료비용 본인부담률은 의원급이 10%, 병원급 20%, 종합병원 30%이다. 또 입원비용 본인부담률은 20%이며, 고위험임산부는 10%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산후조리 비용이나 철분제 섭취 등 건강관리에 드는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게다가 초음파 등 임신 중 건강검진 비용도 일정 횟수를 초과할 경우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행복카드만으로는 부족한 의료비 지원을 도 예산으로 추가 지원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한발짝 더 다가서자는 게 조례제정 운동의 취지이다.
5세 미만 영유아의 외래진료 본인부담금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임산부의 입원비용 본인부담금이 20%이고, 일반인 종합병원 입원의 경우도 50%인 것에 비해 영유아는 7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지원을 통해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당 경남도당은 필요한 도 예산 규모와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해 통계 기준 경남도내 임산부 2만8,000명으로 환산한 지원카드 금액은 84억 원 정도이다. 영유아 지원도 87억 원 가량 필요해 전체 예산규모는 연간 171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장규 정책위원장은 “경남도 예산 가운데 사용하지 않고 남은 재정안정화적립금 전출금 100억 원과 불요불급한 예산 등을 조정하면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조례제정 청구는 내년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해 차기 도의회에 한다는 방침이다. 청구와 채택, 심의, 의결, 통과 등 일련의 과정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한 것이지만 현재 도의회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재 도의회는 있던 학교 무상급식조차 없앴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조례제정에 대한 의지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도민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은 오늘부터 시작하지만, 청구는 차기 도의회에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예산을 담당해야 할 경남도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경남도 여성정책가족관실 강은영 주무관은 “현재 도에서 셋째 자녀부터 출산지원금 50만 원을 지원하고 있고, 임산부와 영유아 의료비도 항목을 정해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조례안 추진과 관련해서는 개인별 비용 총액 추계와 분석 등을 통해 추가 지원 규모와 필요성을 세밀하게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면서 의료급여수급권자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파기된 적이 있다.
강 주무관은 “당시 의료보험관리공단과 협의 과정을 거쳤지만 청구 절차의 복잡성과 의료기관과의 협약 문제, 전액 지원에 따른 과잉진료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돼 결국 추진 자체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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