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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블랙리스트'에 박근혜 국정원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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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블랙리스트'에 박근혜 국정원 그림자

복지부 산하기관, 식약처도 '좌파' 색출…CJ '문성근 찍어내기'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정부 비판적 문화예술인에 대해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 보건복지 분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산하 보건복지인력개발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정부 비판적 성향의 전문가나 민간 단체에 대해 '찍어내기'를 시도했다는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6일 "보건복지인력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회복지 핵심 리더 아카데미 과정'의 강사진 선정 과정에서 '이념 편향적 강사를 배제하라'는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가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며 "소문과 심증으로만 있던 '복지부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인력개발원(개발원)은 정부 및 민간의 복지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리더 아카데미 과정'을 2013년부터 운영해 왔고, 2015년 1월에도 교육계획안을 작성해 강의 일정을 수립했다. 그러나 같은해 3월, 이병기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강좌를 콕 집어 '강사진에 시위 주도자, 국보법 위반 전력자 등 이념 편향적 인사가 존재한다'며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운영 실태 점검을 지시했다.

개발원은 이 실장의 지시가 있은 후 이미 계획·확정됐던 강사진 편성을 부랴부랴 수정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일부 강사들은 아예 강의가 취소됐고 일부는 강의 횟수가 축소됐다. 김 의원은 "해당 강사는 강의 취소시 '개발원장 지시' 또는 '현 정권과 철학이 달라 취소하게 되었다'고 담당자 연락을 받았다"며 "복지부 산하기관 내 강사 성향까지사찰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매우 꼼꼼하고 치밀하게 작성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 및 산하기관 전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복지위 권미혁 의원(민주당)도 같은 사안에 대해 지적하며 나아가 "갑작스러운 강사진 변경에 크게 반발한 한 강사가 담당 실무자에게 '왜 이렇게 되었나'라고 상황을 물어보자 (담당자는) '이 사안에 국정원이 개입되었다'고 이야기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이날 강의 계획에서 배제된 강사가 "개발원장이 담당 국정원 직원과 만났는데, 국정원 직원이 '좌파 성향의 강사들에 대해서 조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걸린 것이 핵심인재양성(핵심 리더 아카데미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이고, 여기에 들어가 있는 강사들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니까 서둘러 정리한 것"이라고 말한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영현 개발원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이를 따져묻는 권미혁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2014년에 강의한 분 중 2015년에 제외된 분들이 있는데, 어떤 연유로 그랬는지 확인하겠다"며 "전임 원장이 소상한 내용을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같은 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민주당)도 식약처 소관 업무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발굴, 공개했다. 정 의원은 "식약처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는 지원에서 배제하고 '관제 데모'를 주도한 단체에는 특혜를 준 정황이 확인됐다"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위생안전 시설 개선자금 지원 공고시 집회시위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업체는 지원에서 배제한다는 공고문을 게재해 왔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반면 친(親)정부 성향 단체에 대해서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등의 방법으로 특혜를 줬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불량식품 근절 교육사업'명목으로 총 1억6000만 원을 친정부 단체에 수의 계약해 몰아줬고, 이 단체 소속 회원 등에게 '불량식품 시민감시단' 명목으로 150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불량식품은 박근혜 정부 당시 '4대악'의 하나로 꼽힌 주요 정책분야였다.

정 의원은 "식약처는 2013~17년 주부 대상 불량식품 근절 위탁교육 사업 용역을 발주하면서 A단체와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체결하며 일감을 몰아줬고, 올해에야 비로소 공개 입찰로 전환했다"며 "관변단체 관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고, 일일 4시간 활동 후 일당 5만 원을 지급하는 '불량식품 시민감시단'에 A단체 대표가 위촉한 회원 56명을 승인했고 보수단체 회원 136명도 등록을 허가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A단체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고 "이 단체는 박근혜 정부 당시 여러 차례 관제 데모를 주도한 경력이 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지부장 사과를 요구하며 회원들과 함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했고,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정 교과서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도 발표한 바 있다"고만 설명했다. 정 의원은 "정부 정책에 견해 차이를 보였다고 지원에서 배제하고, 친정부 단체에는 경쟁도 없이 예산을 몰아준 것은 국가가 돈으로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 이날 <경향신문>은 2013년 케이블방송 OCN의 드라마 <처용>에서 배우 문성근 씨와 임찬익 감독이 갑작스럽게 하차한 것은 제작사 CJ E&M측의 결정이었고, 이는 박근혜 정부의 압력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CJ E&M 관계자가 "오너(이재현 회장)가 구속된 상황에서 보수 인사들과 보수 언론이 CJ를 '종북 좌파 소굴'이라며 압박했다. 기업이 이런 상황에서 정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회사 차원에서 이들의 퇴출을 결정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것은 2013년 7월의 일로,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만나 "(CJ E&M을 맡고 있는)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손 회장이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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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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