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의 자의적인 유권해석과 대기업에 유리한 세부지침 등으로 인해 사업조정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상인들은 주장한다. 또 일부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청의 결정을 무시하고 사업을 개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이하 전국네트워크)는 3일 서울과 대전에서 잇따라 기자회견과 규탄대회를 갖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허가제 도입을 요구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문제 해결이 힘들다는 주장이다.
"대기업들 중소기업청 권고 노골적으로 무시"
전국네트워크 주장에 따르면, 서울의 성동구 성수2가 (GS 슈퍼마켓), 동작구 대방동(홈플러스익스플레스) 중랑구 묵2동 (롯데수퍼), 경기도 남양주 퇴계원(GS 슈퍼마켓) 경남 김해시 (킴스마트) 등에서는 중소기업청의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기청 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중기청이 대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청은 SSM은 반경1㎞, 대형마트 4㎞를 피해범위로 인정하고 있다. 상인들은 "광주 롯데마트의 2Km반경의 운남,월곡,하남동,신창동, 인근 지역상권과 재래시장들은 제외시켰다"고 문제제기했다. 울산 하나로마트에 대해서도 이들은 "하나로마트는 전국에 2115개가 있고 울산은 25개가 입점해 있는데 단위조합이 운영하는 매장은 아예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문제제기했다.
이화열 기업형슈퍼마켓저지 서울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사업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졌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고 중소기업청과 지자체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중소 상인들과 자율조정을 할 생각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통령의 친대기업 성향이 문제"
전국네트워크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상인들을 찾아 '참아야 한다, 인터넷 사업을 하면 어떻겠나, 중소상인대책은 잘못 세우면 위헌이다' 등 중소상인들이 더 힘 빠지게 하는 말을 했다"며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이 지금 정부의 대기업 편들어주는 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의지가 없는게 아니냐는 얘기다.
▲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SSM 허가제 도입 및 중소상인을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SSM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거꾸로 가는 경제정책의 대표적 사례"라며 "세계적 경제위기로 다른 나라들이 내수경기를 활성화 시키려 애쓰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중소상인을 몰아내 지역경제를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현재 중소상인들의 75%가 손해를 보며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영세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1.5%~3% 인하하고 대기업에 밀려 문을 닫는 이들을 위한 실업 급여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의 한 회원이 중소기업청을 규탄하는 방언을 듣던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프레시안 |
전국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전으로 이동해 중소기업청 청사 앞에서 '친대기업적 사업조정지침 철회 촉구 전국 상인대회'를 열었다. 50여 명의 전국 중소상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마친 후 미리 신청했던 중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대신 실무자와 만나 영업을 강행하는 SSM에 대한 사업연기 명령, 사업조정신청 기각 철회 등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중기청 측은 일시정지권고를 무시하고 영업을 계속하는 전국 8곳의 영업장의 실태를 파악 중이며 곧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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