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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전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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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전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종배의 it] 10만원짜리 후원금보다 위력 큰 실탄이 기다리나?

가정하자. 청와대가 '청목회 후원금' 압수수색을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간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정치 개혁'에 대해 국민 여론이 지지한다고 확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지지 여론 덕에 정치권의 반발을 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자명하다. 중단 없는 전진이다. 정치권을 제압하고 국민 호응까지 끌어낸다는 데 눈치 보고 멈칫 댈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럼 어떨까? 이 가정은 실제에 가까운 것일까? 그렇다. 청와대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그가 말했다.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지지하는 여론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자체' 여론조사라는 게 걸리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관심사는 국민이 보는 관점이 아니라 청와대가 보는 관점이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따지는 건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 알았다고 해서 말릴 청와대가 아니었고, 몰랐다고 해서 사후 제동 걸 청와대가 아니다. 어차피 두 곳은 일심동체다.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중단 없는 전진의 종착점이다. 검찰을 통해 정치권의 속살을 드러낸 다음에 취할 조치다.

퍼뜩 떠오르는 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선진화' 구호다. 검찰이 들춰내려고 하는 게 '후진적인 정치문화'이고, '후진적인 정치문화'가 결국 '정치 선진화' 구호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후진적인 정치문화'가 여야를 아우르는 평이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여야를 한 두름으로 엮은 점에서 그렇다.

▲ 검찰이 5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 여야 정치인 12명의 후원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뉴시스

하지만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후진적인 정치문화'에 맞대응하는 구호로 '정치 선진화'라는 추상어 대신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이란 구상어를 설정하면 쉬 부응하지 않는다. 청목회 후원금이 정치자금법 문제를 부각시킬지는 몰라도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점증시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 방법은 있다. '정치 선진화' 구호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 방안으로 대체하듯,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고비용 정치구조'로 대체하면 된다. 소선거구제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 올인 정치문화를 낳고, 올인 정치문화가 고비용 정치구조를 낳고, 고비용 정치구조가 고위험 정치자금 모금을 낳는다고 이어가면 된다.

문제는 실탄이다. '후진적인 정치문화' 한복판에 쏟아 부을 실탄의 양이 문제다. 허나 걱정 없다. 그동안 나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청목회 후원금'은 일부이고 시작이다. 이어서 농협 후원금과 비씨카드 노조 후원금이 기다리고 있다. '후진적인 정치문화'에 연타를 가할 실탄은 충분히 장전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안도 이어붙일 수 있다. 궁극적 지향점이 정관계로 알려진 대기업 수사 또한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관통하는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사 끝에 유력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또는 뇌물을 드러낸다면 그 실탄의 위력은 10만원짜리 후원금보다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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