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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자유한국당과 통합? 개인적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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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승민 "자유한국당과 통합? 개인적 일탈"

위기의 바른정당, 유승민 비대위 무산 → 전당대회 무산 → 백기투항?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내홍을 앓고 있다. 11월 전당대회 개최로 봉합되는가 했던 '통합 대 자강' 논쟁이, 27일 한국당-바른정당 3선 의원 만찬회동에서 나온 '통합추진위' 변수에 의해 다시 불이 붙은 양상이다. 유승민 의원도 모처럼 침묵을 깼다.

자강파, 3선 합의 맹비난 "해당행위", "꼼수"

유 의원은 2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한국당-바른정당 중진 회동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통합파 중진들의 '통추위' 추진 움직임에 대해 "(사전에) 전혀 못 들었다"며 "현재 당의 유일한 결론은 비대위 구성이 무산된 뒤 의원 20명 만장일치로 합의한 전당대회가 공식 입장이며, 여기에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열린 바른정당 의원단 회의에서는 당 소속 3선 의원들이 지도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통합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놓고 행동에 나선 데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자강파인 하태경 최고위원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한국당-바른정당 3선 모임에서 나온 보수 통합 이야기는 우리 당 최고위와 사전 협의된 것이 아니다. 지도부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하 최고위원은 "모임이 끝난 뒤, 김영우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회동 결과를) 보고했고, '보수 통합 문제에 대해 당에서 공식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의총을 소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이날 오후 8시반께 의총을 열 예정이다.

하 최고위원은 회의 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묻지마 보수 통합',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창당 정신을 훼손하는 해당행위"라며 "당내에서 이 부분은 좀 심각하게 문제제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 최고위원은 "통합파도 두 부류가 있는데, 한 부류는 '무조건 통합파', 즉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친박하고 합쳐야 한다는 사실상의 '친박 투항파'인데 이는 극소수다. 통합을 원하는 사람 대부분은 '적어도 친박 8명은 출당을 시켜야 한다'는 조건부 통합파"라며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복당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지난번 13명 '철새 파동' 때도 국민들의 규탄이 심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보고, 가급적 설득하고 만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원단 회의에서 진수희 최고위원은 "국민들께 너무 부끄러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불과 보름 전 당내 압도적 다수가 원했던 '유승민 비대위'를 무산시키며 11월 초 조기 전당대회를 하기로 한 바 있는데, 여기 합의해 놓고 바로 돌아서서 합당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슨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해도 정치적 꼼수"라고 비난했다. 진 최고위원은 "바른정당 창당 명분은 '보수가 이대로는 안 된다. 반성 토대 위에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보수가 지금 혁신이 됐나? 한국당이 혁신됐나?"라며 "빠른 통합을 원하는 분들께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렇게 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가라. '보수 대통합'이라는 아름다운 용어를 오염시키지 말라"고까지 했다.

지상욱 의원도 "진 최고위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바른정당의 정신과 전체적인 절차성에 대해 엄청난 훼손"이라고 전날 3선 중진 합의를 비난했다. 지 의원은 "김무성-정진석, 정운천-이언주같이 정치 파트너십을 만들어 움직이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며 "그러나 어제 모임은 정치를 할 만큼 한 3선 의원들이 추석 밥상에 뭔가를 올리고 싶어서 '통추위'를 만들겠다고 백 브리핑을 했다. 당을 합치자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합파 "전당대회 전 통추위 논의…10월 11일 재회동"

이처럼 공개적으로 통합파 성토에 나선 진 최고위원과 지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하 최고위원도 이혜훈 전 대표 등과 함께 당내 대표적인 '자강파'다. 반면 전날 한국당과의 3선 중진 회동에 참석한 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은 '통합파'로 꼽힌다. 이들은 김무성 상임고문과 가까운 사이다.

김영우 의원 등 4명은 전날 한국당 강석호·권성동·김성태·여상규·유재중·이명수·이철우·홍일표 의원 등 8명과 회동을 하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추진할 '통추위' 구성에 합의했다. 이철우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통추위를 만들자는 계획을 당 지도부에도 얘기하고, 10월 11일에 3선 의원들이 다시 만나서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구체적 계획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의 내홍은 11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 합의 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으나, 물밑에서는 통합파와 자강파가 각각 치열한 수 싸움을 벌여 왔다. 통합파에서는 김무성 고문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함께하는 '열린 토론 미래' 모임을 축으로 세를 불려 왔다. '열린토론 미래'에는 한국당에서 김성태·김학용 등 바른정당 복당파를 포함한 20여 명과, 바른정당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등 1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이에 대응해 자강파에서는 정운천 의원과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국민통합포럼'을 발족하고, 특히 지난 26일에는 정기국회 때 법안 처리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하면서 단순한 의견 조율을 넘어 입법 공조까지 논의 수준을 격상시켰다. 이언주 의원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방송법 등 방송개혁법, 규제프리존법 등 경제 활성화법, 상법 등 경제민주화법 등 3가지 법안은 양당이 기존에 합의했던 것"이라며 "규제프리존법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양 당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이라고 구체적인 법안 명까지 들며 공조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통합포럼은 다음달 10일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한 정책 세미나를 두 당 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국민통합포럼'에는 국민의당 의원 14명과 바른정당 의원 9명이 소속돼 있다.

26일 '국민통합포럼' 모임 이후 불과 하루 만인 27일 저녁에 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 중진들과 모임을 갖고 '통추위' 구상을 발표한 것은, 자강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도 읽힌다.

한국당 일각서도 "바른정당과 통합 안돼…개별 입당이라도 선별 심사해야"

다만 통합파의 움직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통합의 명분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의 YTN 라디오 인터뷰 내용처럼, 바른정당 자강파는 물론 통합파 내에서도 상당수는 한국당 내 친박 청산을 통합의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류석춘 혁신위'가 마련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중진 의원들에 대한 출당 권유안도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날은 최경환·유기준·김진태·박대출 의원 등 친박계 의원 10여 명이 공동으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영장 재청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다시 뭉친 친박 "박근혜에게 '신체의 자유'를 허하라")

한국당 내 친박계에서는 바른정당을 통합의 대상으로 보면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때 찬성표를 던진 이들에 대해 내심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등 엇갈린 기류가 혼재한다. '통추위' 구상이 밝혀진 다음날, 당내 친박계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우연으로만은 여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실제로 범친박계 내에서도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과의 통합 분위기가 많이 숙성됐다. '통추위'를 통해 좀더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 같다"며 "(바른정당에서) 특정 인물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보수대통합 차원에서 같이 큰 강물로 가는 것은 이의가 없을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10월 16일 전후 박 전 대통령에 관한 조치를 내릴지도 모른다"며 분위기를 띄운 반면, 유기준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개별적 입장에서 우리 당에 입당하는 방식이라면 모르겠거니와 인위적인 '당 대 당' 통합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특히 "개별적 입당이라고 하더라도, 지난번에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 혁신위에서 지적한 것을 보면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었었는데, 그러면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그런 분들이 이런 방식(개별 입당)을 통해서 입당하는 것이야말로 더 이상한 것 아니겠느냐.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적 입당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선별적인 심사는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들어 사실상 바른정당 통합파의 좌장 격인 김무성 고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통합이라는 표현 자체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 중심을 잡고 현 정권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 지적하고 여러 가지 정책적 대안을 말씀드리면 지지율과 위상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자강파'는 바른정당이 아니라 한국당에도 있는 셈이다.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에도 페이스북 글에서 '열린토론 미래' 모임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 없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 보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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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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