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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은 로마의 원형경기장"…오세훈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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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광화문광장은 로마의 원형경기장"…오세훈의 속내는?

[토론회] 광화문광장 개장 한 달, 서울시의 광장 정책을 묻다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 사람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서커스나 경기를 관람했다. 포럼(광장)이 아닌 원형경기장. 그곳에서 로마는 썩어 갔고, 멸망했다. 광장을 광장이 아니라 단순한 전시장으로 만드는 광화문광장 조례는 또 하나의 원형 경기장을 만들 뿐이다" (박주민 변호사)

광화문광장 개장 한 달째,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화문광장의 현재와 미래를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광화문광장 개장 한 달, 과연 공공의 공간인가? 서울시의 사유지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 광화문광장 개장 한 달을 맞은 31일, 서울 종로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광화문광장의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참여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권력의 상징적 공간이었던 세종로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서울시의 폐쇄적인 운영으로 세종로는 다시금 권력의 통제 하에 놓여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광장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의미와 공공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다"며 "시민들의 의사와 다양한 문화적 행위, 자발적 참여가 원활히 이루어질 때 광화문광장은 본연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례'가 감히 '헌법'을 무시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광화문광장 조례 분석을 통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운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박 변호사는 "광화문광장 조례가 가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광장 사용에 대한 허가권을 서울시장이 가진다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의 자의적인 판단과 선호에 의해 광장의 자유로운 사용을 제약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조례 제6조 1항을 보면, 서울시장은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져서 광장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즉, 조례가 밝힌 광장의 사용 목적인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제1조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서울시장의 주관적 판단 아래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 ⓒ프레시안
조례의 제8조 역시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서울시장은 광장 사용이 이미 허가된 이후에도 "국가 또는 서울특별시가 공익을 위하여 광장 사용이 필요한 경우", "시민의 안전 확보 및 질서 유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허가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집회 금지 통고를 내리기 24시간 전에 보완 통고서를 보내는 등, 고지 시간을 따로 두고 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조례에는 그런 고지 시간조차 없어, 서울시가 광장 사용 도중에 사용 중지를 명할 수 있게 된다. (☞관련 기사 : "광화문광장은 '오세훈의 정원'인가?")

박 변호사는 "이런 추상적이고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며 서울시가 2005년 4월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민주열사 합동 추모 문화제를 불허한 사례를 들었다. 반면 서울시는 비슷한 추모제 형식의 행사인 북파공작원 위령제는 허가한 바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역시 광화문광장 조례에 대해 "광장에서 집회를 할 때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광장 조례는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부정한 헌법 21조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서울시가 마음대로 열고 닫는 광장은 광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광화문광장은 완전히 탈정치화된 '문화 활동'을 우선시하는 '유료 공원'이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우선시하는 '전시장'에 불과하다"라며 "이런 광장은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신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팽창하는 국가 권력에 의해 시민사회가 질식하거나 소외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명박 산성'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진보신당 심재옥 서울시당 정책위원은 광화문광장을 '광장'이 아닌 '정원'으로 평가했다. 심 위원은 "지난해 촛불 집회 이후 1년여간 광장을 사용한 시민들의 경험과 이에 두려움을 느낀 행정 권력의 공포가 (광화문광장으로) 나타났다"며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현 권력의 소통 부재는 광화문광장으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서울시당. ⓒ프레시안
심 위원은 또 "세계 어느 광장도 사람들이 오가는 개방 공간에 물을 뿜어내거나 화단을 조성해 의도적으로 보행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라며 "광장은 그저 열려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광화문광장은 사실상 광장이라기보다는 조경 시설이며, 행정 기관의 정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역사적으로 정원이 필요했던 시기는 권위주의적 권력이 득세했던 시기 밖에 없었다"며 "그런 면에서 광화문광장은 2009년 우리의 현 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랜드마크'"라고 꼬집었다.

환경·생태의 관점에서 광화문광장의 환경 가치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임형철 운영위원장은 "광화문광장의 지속가능성은 한마디로 낙제점"이라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지속 가능성 평가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의 환경 파괴적 요소에 대해 △자연 지반이 협소하며, 녹지의 질이 높지 못해 자연의 순환 기능이 취약한 점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위한 투자가 전혀 없고, 분수와 조경수 운반의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해 저탄소 시대의 흐름과 함께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지적했다.

"공간은 사회의 반영"…광화문광장의 미래는?

공간연구집단의 임동근 연구원은 사실상 '서울시의 사유지'가 된 광화문광장의 현실에 대해 "공간은 사회의 반영"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시민이 '주권자'가 아니라 행정 부처의 '고객'으로 전락하고,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자치'는 '도시 조경 서비스'로 대체된 상황"이라며 "물리적 공간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공간 자치를 실천하는 작은 운동들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차도를 뜯고, 나무를 심고, 벤치를 만드는 등 물리적인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민의를 독점하는 국가 기관일 수밖에 없다"며 "공동체가 가진 집단적 기억을 물리적 공간에 구축하는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근 팀장은 '서울광장조례개정캠페인단'의 광장 조례 개정 운동을 소개하며 "광장의 주인인 시민이 직접 나서 광장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되찾아 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조례개정캠페인단은 지난 6월 8일 결성돼 조례개폐청구서를 서울시에 접수하고, 현재까지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례 개정 수임인 모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조례개패청구란 선거권을 가진 19세 이상 주민이 주민 총수의 100분의 1의 연서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조례의 개폐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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