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5시 30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로 조영삼씨의 운구 차량이 들어섰다. 이날 오전부터 고인의 영결식을 지켜봤던 성주·김천 주민들과 연대자들은 '사드말고 평화, 편히 잠드소서, 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는 문구의 만장(輓章)을 들고 고인의 운구 행렬에 정중히 고개 숙였다.
조영삼씨는 한 줌의 재가 돼 사드가 배치된 성주 롯데골프장 앞으로 왔다. 부인 임계희씨와 아들 조한얼씨 등을 비롯해 장례위원 50여명은 이 곳에서 15분 가량 추모 기도회를 통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유족들은 폴리스라인과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골프장 쪽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이후 '사드철회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 故 조영삼 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저녁 6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추모제와 제례를 지냈다. 이 자리에는 유족인 임계희, 조한얼씨를 비롯해 주민·연대자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무용가 박정희씨의 진혼무, 시인 고희림씨의 추도시, 가수 박성우씨의 추모가, 주민 추도사가 이어졌다.
부인 엄계희씨는 "소성리 어머니들이 사드에 반대하며 TV에 나올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다.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항상 같이 하지않았나 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감사하다"며 "평화 통일될 때까지 한얼이 손 잡고 함께 한다는 약속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주민들은 민중 가요 '임을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소성리 보건소까지 걸으며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김천 월명리 주민 박점순씨는 "사드가 들어왔을 때보다 슬프다. 사드 때문에 사람이 죽었지 않는가"라며 "정부도 언론도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 답답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소성리 도금연 할머니도 "그깟 사드가 뭐길래 1년내내 괴롭히더니 사람까지 죽였다"며 "어찌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김윤성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누구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랐던 고인은 바른 길을 가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평화를 염원한 마음으로 온 몸으로 사드 배치의 부당성을 알리며 호소했다"며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고인의 죽음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부디 평화로운 세상에서 모든 시름 잃고 편히 잠드소서"라고 말했다.
최현정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인은 소중한 모든 것을 버리고 '사드 철회'와 '한반도 평화'라는 귀한 명제를 남겨두고 갔다. 그 뜻을 받들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전쟁놀음에 국력을 낭비하지 않고 당당한 대통령이 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조영삼씨는 미전향장기수 故이인모(1917~2007.1993년 북송)씨의 초대로 1995년 통일부 신고를 하지 않고 밀입북했다. 이후 독일로 망명해 17년간 지내다 2012년 귀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며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밀양에서 사드 반대 활동을 해오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 대통령님 사드는 안됩니다"는 4장의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다음날 오전 숨을 거뒀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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