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치연구소 정당분석팀은 이런 상황 인식에 동의하는 연구자와 일선 정치인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첫 작업으로 개혁적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해왔고 향후 연합정치와 지방정치의 중추 역할을 하여야 할 민주당을 집중 해부하기로 하였다. 사실과 경험에 근거한 명확한 비판과 대안 중심의 논쟁을 제시함으로써 정당 및 정치와 관련된 생산적인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민주당에 대한 분석은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전후로 <프레시안>에 실린다. 관심 있는 분들의 토론 참여와 논쟁을 적극 환영한다. 편집자
유행이 된 민주당 무시하기
최근 정치권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노골적인 민주당 무시하기이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안팎에서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특이한 현상이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자들의 논리에는 몇 가지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빅3에 대한 실망을 넘어선 감정적 비판이다. 최근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조랑말 세 마리,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오홍근 씨의 주장에 따르면, 빅3는 제1 야당의 대표나 대권주자는커녕 정권을 내준 석고대죄의 죄인으로서 일선 퇴진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오홍근 씨의 글에서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3김은 정치에서 물러나 낚시나 하라는 김동길 교수의 칼럼이 떠오른다.
둘째는 이번 전당대회 자체가 유권자나 지지자들의 관심몰이와 흥행에 실패하였다는 지적이다. 필자가 봐도 전당대회의 시기, 참여 방식, 이슈 선점, 신진인사의 발굴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녔다. 하지만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더구나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었고, 집단지도체제 성격이 강한 이번 전당대회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애당초 큰 기대는 무리였다.
비판자들의 셋째 근거는 이변과 기대를 낳을 신진세력과 인물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486 세대의 독자적 행보는 그간의 하청용역정치 행태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렵고, 당 외 신진인사가 한 명도 없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것이다.
대안 없는 반정당주의적 비판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과 그 지도부가 보여주었던 행태와 역량은 실망스러운 것이 분명하다. 방송위 사태에서 보듯 선명야당으로서의 결기와 전투력은 실종되었고, 4대강 사업이나 SSM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정책정당으로서의 대안제시 능력도 부족하였다. 시민공천배심제나 5+4회담에서 나타난 것처럼 제1야당으로서의 포용력과 헌신성도 신뢰하기 어렵다. 인물과 비전을 포함하여 많은 문제가 이러한 비판을 자초하였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당 때리기의 논리와 인식에는 비판 대상인 민주당만큼이나 커다란 두 가지의 결함이 있어 보인다.
첫째는 정치와 정당에 대한 조급증에 근거한 영웅주의적 인식이다. 보수 세력이 박정희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의 부활을 갈구하는 것처럼 최근 민주당 비판론자들은 한결같이 정치적으로 매력적이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완벽한 철인왕(philosopher king)을 바라고 있다. 그들에게는 2012년의 대선 승리가 정치를 바라보는 인식과 비판의 준거이다. 대권 탈환을 위해 조랑말 대신 '건강한 준족'을 찾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승리의 가능성이 있다면 검증여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정치권 밖의 유명 인사를 물색한다. 그러한 주장과 실험은 이제 익숙하게 됐다. 고건 총리도, 정운찬 총장도, 박원순 변호사도, 문국현 사장도 그러한 맥락에서 오르내렸던 인물들이다. 필자가 알기에 어떤 정치선진국에서도 대선에 임박하여 정치권 밖의 인사를 특채하는 경우는 없다.
둘째는 대안이 원천적으로 부재하거나 특정 후보 지지식의 협량한 주장이다. 그들이 빅3이든 조랑말이든 정치인들의 진퇴와 운명은 당원과 대중이 결정한다. 6공의 황태자인 박철언 장관도 그랬고, 대세론을 주도하였던 이인제 의원도 그렇게 명멸하였다. 민주당과 그 리더십을 한껏 비판해놓고 특정 주자의 저서를 장황하게 설명(김재홍, "민주당, 정권교체 하려거든 당권교체부터 하라")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지지의 변을 밝히는 것이 당당한 자세이다.
클린턴도 오바마도 한 때는 난장이에 불과했다
1992년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당시 미국 언론은 클린턴을 비롯한 민주당의 고만고만한 일곱 후보들을 일컬어 '일곱 난장이'(seven dwarf)'라 불렀다. 걸프 전쟁 이후 무려 90%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인기에 비하면 아칸소 출신의 시골뜨기 빌 클린턴은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선거를 2년여 앞둔 2006년에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힐러리 대(對) 군소후보' 즉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맞붙는 대선구도를 전망하였다.
대선을 2년이나 앞둔 민주당 안팎의 비관은 너무 때 이른 속단이다. 빅3는 차지하고라도 거기에는 이인영이나 천정배 의원처럼 중앙정치에서의 새로운 도전 그룹도 있고, 안희정이나 이광재 도지사와 같이 지방정치에서 꾸준히 역량을 축적시키고 있는 성장 그룹도 있다.
물론 민주당은 생활정치연구소의 정당분석팀에서 제기하였던 중요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하지만 정당의 발전과 정치인의 성장은 호황이 아닌 위기의 극복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정치인 박근혜의 도약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극복하게 해 준 천막당사에서 시작되었다. 불임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첫 걸음은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심기일전하여 생활정치연구소의 정당분석팀이 내 놓았던 중대한 과제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제의 실현과 좌절 여부가 민주당의 리더들이 조랑말일지 명마일지 판가름할 것이며, 당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것이다. 또한 그것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전 국민이 아니라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의 몫이다.
민주당 새 지도부의 5대 과제
ⓒ연합 |
1.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체화를 통한 당 정체성 확립
고원 교수의 지적대로 민주당은 이제 애매모호한 중도의 깃발을 내리고 진보적 자유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다행히 이번 전당대회의 강령 개정 작업에서 나타났듯이 진보와 복지로의 방향 이동이 대세가 되었다. 문제는 당의 노선으로서 진보적 자유주의가 여전히 추상적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고원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개인의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옹호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해 보편적 절차와 규칙, 배분적 정의에 관한 진보적 기준들을 수립하려는 노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는 이론이나 이념적 수준에서 채 정리가 안 된 개념이다. 처음으로 사회적 자유주의를 정식화한 박동천(전북대) 교수나 꾸준히 진보적 자유주의를 설파하고 있는 최태욱(한림대) 교수의 연구는 완성이라기보다는 미완의 단계이다. 정치이론의 수준에서 이러한 데 정책 수준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진보적 자유주의의 시각에서 한미 FTA, 남북(민족)문제,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 공공교육 및 의료의 확대 등 여전히 갈등적 이슈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리가 시급하다.
2. 민주적이고 예측가능한 공천방식의 확정
정해구 교수는 역대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방식의 확정을 가능한 한 미룬 이면에는 최종 재량권을 지도부가 최대한 행사하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교수의 지적대로 민주당의 공천 방식은 각급 선거를 준비하여 온 예비 출마자에게는 '블랙 박스'나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현대의 민주정당이라면 각급 선거의 공천방식을 예비후보자 등록 시점에는 확정해야 한다. 즉 대통령 선거(선거일전 240일),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선거(선거일전 120일), 지방의원 및 기초단체장 선거(선거일전 60일)의 공천 방식을 사전에 확정·공표해야 한다.
가장 먼저 수정해야 할 것은 여론조사의 과잉 활용과 비례대표의원 선정방식의 폐쇄성이다. 최근 민주당은 물론이고 각 정당에서 여론조사는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경선의 대체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통령이나 광역단체장, 당 대표를 뽑는 것도 아닌 지역대표의 후보선출에 있어서 여론조사의 비중 강화는 기성 정치인에게 엄청난 프리미엄을 제공한다. 반대로 참신한 신진인사들에게는 또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는 경합 후보를 판별하는 보조수단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비례대표 선정 방식의 개혁은 시급하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당규를 통해 당의 공동대표가 당선 가능한 순위의 30% 내에서 비례대표에 대한 전략 공천을 보장하였다. 이는 사실상 당의 공동대표가 각각 3명씩 비례대표 공천권을 가질 수 있게 만든 비민주적 규정이었다. 보다 투명하고 참여적인 형태로 개선되어야 한다. 비례대표 공천 역시 지역구 공천의 심사의 절차가 준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1차 심사를 통해 비례대표 의원의 자격에 미달하는 후보자를 배제시키고, 2차로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위원회 구성에 있어 당내외 인사를 참여시키고, 이와는 별도로 시민공천 배심제를 시행함으로써 비례대표 후보와 그 순위를 보다 공정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다음의 그림은 정해구 교수의 공천 방식 개선안을 나름대로 수정, 보완한 것이다.
3. 당원과 지역에 뿌리를 둔 상향식 조직 개편
오늘날 민주당의 주인은 누구일까? 생활정치연구소의 김진국 부소장은 80여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일반 당원들은 당 대표 선출은 물론 지구당위원장의 경선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100만 당원을 자랑하고 있지만 내실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김영태 교수의 진단에 따르면, 2006년 이후의 전국선거에서 민주당을 계속 지지한 유권자는 3.4%에 불과하였다. 당비 납부 당원의 규모 역시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2007년 14만 8779명이었지만 분당 사태를 겪었던 2008년의 경우 2만 3233명으로 전체 당원 가운데 1.4%에 불과하였다. 김진국 부소장이 제안하고 있는 당 조직 개편 방안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우선, 당원의 개념을 유연하게 확장하고, 정책결정과 후보선출에 있어서 그들의 참정권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 시작은 취지와 달리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였던 경직되고 폐쇄적인 기간당원제의 폐기이다. 온라인 소통기술의 발달과 팬덤 문화의 일상화에 따라, 당원과 지지자(서포터), 일반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소통하는 조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당원과 참여 의사가 있는 지지자들에게는 당 대표는 물론이고 각급 공직자 선출 권한이 의무적으로 부여되어야 한다.
또 다른 방안은 지방자치시대에 대응하는 당의 조직구조를 만들기 위한 풀뿌리 정당조직의 활성화이다. 당장 실행 가능한 방안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로 되어있는 하부조직을 행정구역과 일치시키고,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지역단위조직에 이양하는 것이다. 가령 성남시라면 성남시 지역위원회로 만들고 지방선거 공천권을 성남시 지역위원회에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의 지역조직이 중앙정치이슈에 동원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제 설정능력도 키우고 주민들과의 결합도도 높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지방정치인의 전당대회 의결권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행 시도당 위원장의 추천권만큼의 권한을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도 부여해야 한다.
4. 호남당의 극복 전략: 새로운 알파(@)를 찾아라
김영태 교수의 분석 중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민주당 지지자와 당원 구성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중요한 사회적 기반은 수도권, 20~40대, 대재 이상의 고학력층, 관리·사무직 종사자로서 중도 진보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당원의 경우에는 호남지역의 남성, 40~50대, 중소 자영층으로서 중도보수의 성향을 갖고 있다. 김교수는 호남 거주민이나 호남 출신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정적 민주당 지지층은 축소되고, 유동층의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의 부침을 호남당 +@ 이론으로 정리한 정해구 교수의 분석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정교수에 따르면, 호남당은 일차적으로 지역패권정당의 의미가 있지만 거기에는 개혁성과 안주성이라는 이중성이 내재하고 있다. 민주당의 성공과 실패의 정치사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성공 요인: 호남당(DJ와 노무현의 개혁 지도부) + @(지역연대 또는 세대 전략)
패배 요인: 호남당(구민주계의 보수 지도부) + 중도주의
결국 김영태 교수와 정해구 교수의 논리를 결합하면 민주당에게 시급한 것은 새로운 @를 창출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하고 담대한 실험은 사회경제적 기반에 근거한 계층적 접근이다. 즉 80:20의 양극화 사회에서 중소 자영계층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무직 등 서민대중에 방점을 둔 정당으로 노선과 정책을 급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기축으로 삼되 생활정치와 복지를 앞세워 젊은 세대의 지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지역적 접근은 비호남 지역에서 전국적인 리더들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5. 연합정치, 상상력과 립 서비스가 아닌 제도적 실천이 중요하다
구조적으로는 대통령제와 다당제 경향의 고착화라는 한국정당체계의 불안정성, 미시적으로는 유력한 대권 후보가 없는 야권의 취약성이 연합정치를 필수적 요소로 만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배우 문성근 씨의 야권단일정당운동이나 김기식 씨의 빅텐트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연합 등 다양한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야권단일정당운동이나 빅텐트론은 연합정치를 강조하는 시민단체의 새로운 유권자 운동으로서는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사회적 균열구조에 기반한 대표체계의 확립이라는 정당정치의 관점에서는 회의적이다.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보수우파-자유개혁-진보좌파가 경합하는 3각 분할의 온건 다당제이다. 따라서 각 진영 내에서의 정당통합과 선거를 매개로 한 연합정치의 이원적·단계적 실험이 추구되는 것이 마땅하다. 적어도 2012년 총선 이전에 큰 폭의 당내 개혁과 문호 개방을 전제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의 합당이 성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하게도 지역정치 타파와 연합정치를 강조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중에서 이를 가능하게 할 제도적 수단인 선거법 개정에 헌신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를 구실로 삼겠지만 어차피 모든 개혁은 기득권과의 한판 싸움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명분은 아니다. 연합정치에서 민주당의 통 큰 양보만큼 아니 더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 사이에 권력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선거제도의 변경이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 차원에서 지역구: 비례대표의 비율을 현행 5:1 정도에서 2:1 정도로 조정하고,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적극 검토하였던 도시에서의 대선거구제(3인 이상)와 농촌에서의 소선거구제를 골자로 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도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결선투표제라도 도입하자.
1당 8색의 지도부가 당내 문화의 개혁과 규율을 확립할 수 있을까
여기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민주당 내부의 폐쇄적 집단 문화와 허약한 규율이다. 외부인에게 민주당은 여전히 호남향우회, 홍어, KIA 타이거즈의 집단 문화가 상징한다. 때로 그러한 문화적 요소들은 정치에 관심이 큰 비호남 수도권의 유권자들에게는 배타적으로 보인다. 당내 토론과 의사결정, 인적 교류에 있어서 다원성과 개방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는 당내 규율이 허약하다는 점이다. 당의 대표 후보자들을 조랑말로 폄하해도 반론 하나 제대로 쓰는 참모진을 못 봤다. 민주당에 대한 때로는 근거가 허약한 언론과 지식인의 비판과 조롱에 대해서 반론권을 똑 부러지게 행사하는 경우도 드물다. 언제부터인가 비관과 체념의 조직 문화가 당사를 휩싸고 있다.
호남 지역의 개혁적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은 민주당의 안주성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이는 완전히 정당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유독 호남 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당내 인사와 활동에 대해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으로 일관하여 왔다. 이강수 고창군수 성희롱 사건이 그렇고, 지난 7.27 보궐선거에서 색깔론을 근거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한나라당 2중대로 폄하한 광주지역구의원들의 성명서가 그러하다. 당론을 무시하고 4대강사업을 공개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박준영 전남지사에 대해 지도부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정치선진구인 호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당내 규율을 확립하는 첫 걸음이다.
손학규의 민주당호는 1당 8색 체제로 출발한다. 앞에서 열거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지도부의 단합과 조율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하였던 열린우리당 시절 지도부는 불과 2년 동안 10여 차례 교체되었고 결국 분당과 해체의 운명을 맞았다. 손학규 체제는 출범과 더불어 앞의 5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기구의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물론 당내 공론화와 최고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추진되어야 한다. DJ도 그렇고 노무현도 그렇고 헌신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할 경우 국민들은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자중지란만 겪다가 주저앉는 리더십이다.
이제 유권자나 당원이 정당을 걱정할 게 아니라 당이 국민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정상적인 정치를 보고 싶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