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낙마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모두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이 나오면서다. 전날 청문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고, 뉴라이트 역사관에 대해 "올바르다"며 박 후보자를 감쌌던 자유한국당도 12일 들어서는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에서는 '우익 사관을 갖고 있어서 한국당이 쉽게 동의해 줄 것'이라는 관측도 많이 있었는데. 저희도 어제 송곳 검증을 통해서 여러 가지 논의를 했다"며 "저희 당에서도 지금 당면한 정책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철학을 공감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지 않나. 또 현장 경험도 부족하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진행자가 '사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냐'고 묻자 "네,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하면서 "사실은 제가 느끼기에는 여당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데 아무래도 대통령이 추천한 인물이라 여당에서 먼저 그렇게(사퇴시키자고) 얘기를 할 수 없어서, 아마 여론을 통해서 아마 그런 의사는 여당 쪽에서도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에서도 "여론을 통해서" 청와대에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같은 경우는 전혀 다른 문제나 쟁점이 안 만들어지고 있다"며 "반면에 박성진 후보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이야기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가령 어제 '지구 역사가 6000년이라는 신앙적 믿음은 변함이 없다'는 발언이라든지 하는 것들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어제 여당 의원들도 청문회장에서 지적을 했지만, 단순하게 과학자적 측면 또는 신앙의 문제로 보기에는 기관의 장으로서의 역사관 등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원내지도부가 오늘 중 산자위원들의 보고를 듣고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를 논의해 봐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또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지 전망에 대해 "청와대도 이 부분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알고 있고, 이런 부분은 여론의 추이도 반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반드시 박 후보자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청문회에서) 개인적 성향에 관련된 부분들은 특별하게 더 나온 게 없지 않냐는 것이지만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으로서 벤처 분야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중소기업 분야의 정책 역량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인사청문회까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청문 제도가 마련된 민주주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해 여야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 여론의 반응 등을 살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방침을 시사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5시께 산자위 간사 회의를 통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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