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왕조국가라고 비판해봤자 당사자들은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유일체계를 보위해야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인데.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김정은 후계체제가 앞으로 어떤 우여곡절을 겪을지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북한 정보에 가장 가까이 가 있다는 미국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조차 "솔직히 북한의 지도부 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또는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는 판인데.
남한 사회가 김정은 후계체제에 당장 대처할 방법은 없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당분간 (담담하게) 더 지켜봐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청와대를 둘러싼 보수세력은 담담하게 지켜볼 용의가 없어 보인다.
'중앙일보'가 주장했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3자의 자세로 방관하는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제시했다. "북한 동포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왜곡되지 않을 방법"을 전제로 "북한 체제의 변혁을 촉진하거나 유발"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주문했다. "소극적 대북 정책을 계속한다면 3대 세습을 안착시키려는 북의 술책에 말려들 수도 있다"며 "김일성 일가 권력 세습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북한 주민이 정확히 알도록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 공세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 어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정은. ⓒ연합 |
따지지는 않겠다. 어느 쪽 입장이 타당한지는 살피지 않겠다. 늘 나타났던 입장차이니까, 어차피 평행선을 달릴 입장차이니까 하는 말만은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다.
역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 '담담하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남한이 북한의 '향후'를 담담하게 지켜보기 이전에 북한이 남한의 '대처'를 담담하게 지켜볼 개연성이다.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남한이 압박하면 이를 선군정치와 유일체계를 강화하는 구실로 역이용하고, 남한이 유화책을 펴면 이를 후계체제 안착의 경제사회적 토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남한의 '힘'을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을 위한 '힘'으로 흡수하려 할 것이다.
혹여 모른다. 남한의 대북정책이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 여부를 가를 유일한 외부 규정력이라면 그것의 재조정 여하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완전히 뒤바뀔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북한의 후계체제는 "내부 사무"라며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또한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하려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다자회담을 통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점을 중시하면 생산적이지 않다. 대북정책을 놓고 남한 사회에서 입씨름 하는 건 김정은 후계체제 '향후'에 결정적 규정력을 미치지 못하면서 남한 사회 내의 이념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입체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후계체제라는 요소 하나에만 단선적으로 대처할 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제 요인을 두루 살피면서 대북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