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변화를 거듭하는 남이섬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볼펜으로 그리고 글로 옮긴 '볼펜그림 남이섬' 책이 2일 출간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남이섬 섬지기를 자처하는 전명준(56) 사장이 10년간 섬에서 생활하며 짬짬히 볼펜으로만 그린 섬이야기는 시작부터가 색다르다. 그는 그림이나 문학을 전공한 적이 없다. 8~90년대 종합상사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전사장이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홀연히 남이섬을 찾아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 않고 평생의 업을 일구는 일상의 자연내음이 몇줄의 글과 함께 볼펜 수십자루로 표현됐다.
계절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북한강 자연속에서 사람과 동물이 순화되는 모습이 볼펜똥 자욱 가득한채 고스란히 담겼다.
풀 한 포기도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만남과 추억거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120여 개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도 남이섬의 흙길, 나무와 꽃, 다채로운 행사와 조형물 등에 녹아들어 있다.
남이섬은 장대한 절경도 없고, 불가사의한 유적도 없지만 죽은 나무를 깎아 다시 살려놓은 듯한 장승 옆이 편안한 곳이다. 하찮은 듯 보이는 그런 곳에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볼펜터치와 함께 잔잔한 이야기로 엮어져 신선함을 더한다.
전사장은 3일 “음영 처리나 원근감 같은 것은 애시당초 모른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밑그림 없이 볼펜을 놀렸고, 그렇게 볼펜 수십 자루를 알뜰하게 쓸 수 있었다”며 “남이섬은 오늘이 최고여야 하고 내일은 또 새로워야만 한다. 매일같이 변하는 새로움이 남이섬을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4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자인 브라질의 동화작가 로저 멜로는 “전명준의 볼펜 그림은 예술가나 모험가들이 시적이면서 상상력 가득한 정원을 만드는 놀라운 여행 일지 《Carnets De Voyage》를 생각 나게 한다”고 평했다.
사진이나 물감이 아닌 거친 볼펜으로 써내려 가는 백여편의 이야기에는 섬사람들의 배려와 정성이 관광객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유독 많다.
사드와 전쟁위협 등으로 침체된 지금과 같은 한국관광의 시련기에 개미처럼 일상을 꾸려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섬이야기는 이 가을에 편하게 읽어볼만한 책이다.
시인 정성욱(샘앤파커스 대표)은 “기대와 달리 막상 가보면 실망하게 되는 여행지가 많은데 남이섬은 그런 곳이 아니어서 자주 찾고 있다”며 "관광객이 많지만 훼손되긴 커녕 오히려 더 아름답게 그들을 품으며 사진 촬영의 배경이 되어준다. ‘볼펜그림 남이섬’은 독자들이 유연하고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고 했다.
전명준 지음. 나미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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