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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 첫 임무는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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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 첫 임무는 '사퇴'?

[프덕프덕] '특임' 실패한 이재오를 청와대는 문책하라!

이재오 특임장관의 첫 특임이 '장관직 사퇴'였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이 장관은 야당 대표 앞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살리는 대가로 자신의 목을 내어 놓았단다. 세간에서는 이를 '논개 정신'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가 특임 장관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자. 그는 특임을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이런 프로세스를 상상할 수 있다. 도덕성 논란에 거짓말까지 들통난 김태호 후보자를 측은히 여기고 있는 이 대통령의 표정을 상상해보자. 그 비장한 표정을. 자신의 "분신"이 난타당하고 있는 장면을 끊임없이 방영하는 TV 화면 앞에서 2007년의 아슬아슬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그. 독백은 이렇게 시작했을지 모른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그리고 고독한 결단을 앞둔 대한민국 대통령의 독백은 이렇게 이어졌을지 모른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이 모여있는 청와대의 촘촘한 검증망을 뚫고 총리 후보가 된 김태호다. 그의 문제점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사용했다고 한들, 겨우 10억 원을 빌려서 선거를 치렀다고 한들, 사소한 은행법을 어겼다고 한들. 박연차와 친하다고 한들, 그게 총리직 수행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그러는가.

총리에 내정된지 단 하루만에 국무위원 제청권을 일곱 번이나 행사한 전광석화, 김태호다. 단 하루만에 대통령인 내게 '실세 총리가 될테니 앞으로 롤러코스터 좀 타실 겝니다'라고 무시무시한 시그널을 보냈던 김태호다. 뭐가 문제인가."


도돌이표는 이 부분에서 찍혔을 것이다. 그리하여 독백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푹푹 찌는 늦여름 밤은 깊어만 갔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햄릿은 기어이 도돌이표를 지우고 마침표를 찍는다. 원래 비극은 그렇게 시작하는 법이다.

"민심이 그렇다 하니, 어쩔수 없다. 나는 대인배다. 그렇게 김태호가 싫다고 한다면, 좋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빅딜'이랍시고, 겨우 장관 한두명에 총리를 내걸었다. 흥, 적어도 이재오 쯤은 돼야 총리를 살릴 수 있지. 김무성은 소인배." (이 쯤에서 이 대통령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고 상상해도 좋다.)

특단의 조치였다. 아직 임명 절차가 남아 있는 이 후보자에게 '특임'을 내려야만 했다. 이 정도의 법치 훼손은 사소한 일일 뿐이라고, 이 정도의 희생은 뒤따라야 한다고, 그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 이 결연한 표정 앞에서 당신은 감히 다른 것을 떠올릴 수 있나? ⓒ뉴시스

이쯤에서 이재오 장관의 발언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야당을 쥐락펴락하는 천하의 박지원 비대위 대표에게 "내가 물러날 테니 대신 김태호를 살려달라"고 했단다. 문제는 이 장관의 진정성이 무시당했다는 세간의 평이다. 박지원 대표는 이 장관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말로라도 이 장관처럼 처신하는 사람이 정권에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로라도"?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청와대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모두가 정권 실세 이 장관의 발언을 오독하고 있다. 오독은 또 다른 오독을 낳을 뿐이다.

이 장관이 '농담'을 했다고 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는 곧바로 무너져 버린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모독하는 행위가 돼 버린다.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 하나가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이 장관은 내각에 들어오고, 마음대로 내각을 나가는 그런 안하무인, 파렴치한이 아니다.

"장관 자리, 까짓거 하나 던지면 김태호 살리는 거임?"

이렇게 상상하면서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얼굴을 당신은 감히 떠올릴 수 있을까? 은평구 약수터에서 약숫물이 아니라 "김태호 총리 자르라"는 민심을 청와대에 퍼날랐던 정권2인자, 주군의 충복, 이 장관의 얼굴을, 법치를 파괴하는 희열에 휩싸여 추악해진 얼굴을, 당신은 상상할 수 있나?

그럴 수 없다면 결론은 하나다. 이 장관의 첫 특임은 '사퇴'였고, 그것은 안타깝게 '실패'로 귀결됐다. 이제는 이 대통령이 임무에 실패한 이 장관을 문책하는 일만 남았다.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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