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차기 대표를 뽑는 8.27 전당대회가 안철수·정동영·천정배 세 주자 간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하던 김한길 전 대표 측은 불출마로 입장을 굳혔다. 국민의당은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후보 등록을 받는다.
지난 2001년 새천년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정동영, 천정배 의원과 한 때 '새정치' 바람을 몰고왔던 안철수 전 대표의 경합이지만, 이미 신선함을 잃은 지 오래인 이들이 벌이고 있는 논쟁은 '안철수냐 아니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가장 먼저 후보 등록 후 광주·부산 잇달아 방문
안철수 전 대표는 10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를 찾아 직접 후보 등록을 했다. 후보 등록 개시와 동시에 첫 번째로 등록을 한 것은, 자신의 출마를 둘러싼 당내 여론의 반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안 전 대표는 실제로 당사에서 한 기자로부터 '천정배 의원 측에서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공개 끝장토론을 하자고 했다'는 질문을 받고 "이미 제가 등록을 했다. 후보 등록 관련 토론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 당이 위기 상황"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혁신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 저도 당을 살리는 방안을 열심히 경쟁해 당을 살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후보 등록 후 첫 일정으로 광주 5.18 묘지를 찾았다. 당 내 호남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호남 버리기'라고 비난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11일에는 부산을, 12일에는 충남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광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당 대표가 얼굴"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대결할 때 정동영 대 추미애, 천정배 대 추미애, 안철수 대 추미애. (이 가운데) 과연 어떤 구도가 한 명이라도 많은 기초의원을 당선시킬지 그 기준 하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천 의원이 '방화범이 불 끄러 나오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그는 "불이 났는데, 한 사람이라도 더 불 끄는 데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나"라고 맞받기도 했다.
정동영 "중간은 기회주의적", "사당화" 安 비판…천정배, 호남행으로 安에 맞불
정동영 의원은 오전 9시 20분께 대리인을 통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당 개혁 관련 토론회를 연 데 이어, 다음날인 11일부터 이틀간 광주·전남 지역을 방문한다.
정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해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는 "사당화의 그늘이 깊다. 당의 시스템 역시 당원 중심주의에 입각해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한다"며 안 전 대표를 겨냥했다. 또 안 전 대표가 '극중주의'를 언급했던 가운데, 정 의원은 "동도 서도 북도 남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은 '방향'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적"이라며 "정당의 가는 길을 노선이라고 한다. 방향을 정해야 한다. 동쪽으로 가느냐 서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나오는 목적지가 완전히 다르지 않나"라고 했다.
천정배 의원은 후보 등록 둘째날인 11일 오전 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첫날 등록을 미룬 이유에 대해 "안 전 대표 측에 끝장토론을 제안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 의원은 이날 광주시의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패배의 장본인인 대선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섰다. 염치없고 몰상식한 일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고 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천 의원은 다음날 후보 등록 후 첫 일정으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다시 광주로 발걸음을 돌려 지역 일정을 소화한다.
김한길 불출마로…최고위원 출마 면면은?
한편 김한길 전 대표 측은 이날 오후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불출마로 입장을 굳혔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안철수 전 대표를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안 전 대표를 돕는 것이냐고 묻자,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들은 바 없다"며 일단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
8.27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최고위원 선거에는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이언주·이동섭 의원, 박주원 경기도당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당은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을 선거한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여성·청년위원장 선거도 당 대표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여성위원장에는 전정희 전 의원과 조성은 전 비대위원 등이, 청년위원장 선거에는 배준현 비대위원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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