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 앞에서 지난 1월 20일 숨진 용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불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용산참사기독교대책회의,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등 4개 종단 11개 종교 단체가 주최했다.
강기갑, 노회찬, 심상정, 정동영, 천정배, 김상희, 김희철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용산 4구역 철거민, 시민 300여 명도 추모제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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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200일…마르지 않는 눈물
200일이 지났지만, 유가족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가장 앞줄에 자리 잡은 희생자 유가족은 추모제가 시작되자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유가족은 지난달 20일 용산 참사 반 년을 맞아 희생자의 주검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옮겨 분향소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됐다. "결코 반년을 넘기지 않겠다"던 유가족들의 염원은 그렇게 무너졌다.
반 년을 지나 참사 200일을 맞은 이날도 용산 4구역에서는 철거 및 잔재 처리 공사가 진행됐다. 이에 항의하던 철거민 1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200일 동안 계속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저는 지난 1월 20일 용산에서 숨진 '테러리스트' 이상림의 아내이자, 참사 당시 불을 내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의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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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 "살아보겠다고 농성에 들어간 쌍용차 노동자들을 경찰특공대가 무자비하게 방패로 찍고, 넘어진 사람을 때리는 모습을 봤다"며 "그 모습을 보며 남편이 죽던 날이 악몽처럼 떠올랐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어 "(쌍용차 사태처럼) 백주대낮에도 사람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때리는데, 1월 20일 그 추운 날씨 깜깜한 새벽에 우리 남편들을 얼마나 모질게 때렸으면, 그들이 갈기갈기 찢긴 시신이 되어 내려왔겠는가. 지금도 시신들은 냉동고에서 200일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이날 참가자들에게 유가족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용산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떠나지 못하는,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이날 추모제는 각 종단의 종교인들이 이끌었다. 박덕신·김경호 목사, 문규현 신부가 추모사를 하고, 조경철 교무, 법정·수월·영연 스님이 각자 원불교와 불교의 방식으로 천도의식을 이끌었다. 성직자들은 200일이 되도록 침묵하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덕신 목사는 "제 나라 국민을 폭도 취급하는 것이 과연 민주 정부인가"라며 "이 정부에 무언가를 더 이상 기대한다는 것은 비겁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호 목사는 "5퍼센트의 부자들에겐 온갖 혜택을 주면서, 살아보겠다고 망루에 오른 서민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국가를, 우리는 진정 국가라 불러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문규현 신부는 이날 추도사에서 "쌍용자동차 파업에 컨테이너가 등장한 것을 보고 이 정부가 아직도 반성을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이 자리에 정치인들이 많이 오셨는데,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빈 관만 봐도, 유가족들의 상복만 봐도 두려워한다"며 "이제부터는 행동으로 움직이자"라고 호소했다.
이날 결의문을 발표한 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이수호 공동대표는 "분노와 원한으로 얼룩진 상복을, 유가족들은 아직도 벗고 있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사과와 고인에 대한 명예 회복, 책임자 처벌이 있지 않은 이상, 절대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원하는 대로 용산 참사가 망각에 덮이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큰 고통이 따른다 해도 용산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대위는 시신의 관을 시청 앞으로 옮기는 천구의식을 다시 추진하고 고인들의 분향소 역시 시청 앞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는 '떠나지 못하는,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부제로 총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번 여름을 넘기지 말자"던 문정현 신부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유족들은 7개월 넘게 매일 입어온 상복을 벗을 수 있을까. 이제 참사 발생 201일,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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