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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만남은 '소문난 잔치'

[김종배의 it] 둘의 만남이 '통과의례'인 이유

이명박-박근혜 만남은 '소문난 잔치'다. 먹을 게 별로 없는 잔치란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만나서 여러 가지 국정 현안에 대해 기탄없이 얘기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럴 여지가 별로 없다.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총리' 건은 이미 물 건너갔다. 지난 16일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그렇게 선언했다. "이제 끝난 문제"라고 했다.

최대 안건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두 사람이 기탄없이 얘기할 게 뭐가 있을까? 4대강 사업? 이건 합의를 보기 어렵다. 이 문제에 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은 '발 안 담그기'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논란에서 한 발, 아니 두 발 비껴 나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야 협조를 당부하고 싶겠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내보일 수 있는 반응의 최대치는 '소이부답'이다.

이것 말고도 있긴 하다. 권력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사건도 있고 다시 불거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도 있다. 하지만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껄끄러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하는 것이다. 논의해봤자 갈등만 유발하는 의제들인 것이다.

이런 현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소소한 국정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는 있겠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의 회동을 염원하고 주선한 이들의 목표가 계파 화합, 보수 연합이란 점에 입각해 볼 때 '급'이 안 맞는 사안들이다.

빈약한 의제만이 근거는 아니다. 두 사람의 회동이 '소문난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다른 근거가 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16일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지난 16일 물러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부부싸움을 해도 화해하려면 따질 건 따지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권 실세, 청와대 핵심으로 통했던 그가 정치권과의 갈등, 세종시 국회 부결과정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엿볼 수 있다. 이동관 전 수석은 청와대를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와대도 피해자라고, 백 번 양보해서 봐도 쌍방 과실의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이 전 수석의 이런 정서가 그 개인의 것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가 공유하는 정서라면 두 사람의 만남에 군불을 때는 사람들이 바라는 '진정성 있는 대화'는 어렵다. 대화를 하기는 쉬워도 대화를 좋게 끝내기는 어렵다. 싸움 끝에 화해를 시도하다가 더 큰 싸움을 벌이는 여느 부부들처럼 더 큰 갈등을 안고 등 돌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의제도 그렇고 정서도 그렇다. 그런데도 이미 날짜를 잡았다. 7.28재보선 전후로 만나기로 잠정 약속했다.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두 사람의 만남은 통과의례다. 여권 내에 일고 있는 위기감과 화합 주장을 달래기 위해 잠시 짬을 내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 행사에 나가 눈도장 한 번 찍고 돌아서는 것처럼 책 잡히지 않기 위해 인사치레를 하려는 것이다.

이미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청와대와 친이는 한나라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로매진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는 총리직을 거부하고 박사모는 친이 핵심 이재오 후보의 낙선운동에 몰두하고 있는 점이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두 사람이 만난다고 뭘 바꿀 수 있겠는가.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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