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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동방신기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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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동방신기를 지켜낼 수 있을까

[김성민의 'J미디어'] 초난강 컴백과 욘사마 열풍의 힘 다시 발휘되나

그가 돌아왔다. 그것도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타고서. 일본 아이돌 그룹의 정점인 SMAP의 멤버이자 대표적인 친한파 연예인인 초난강(쿠사나기 츠요시, 草彅 剛)의 얘기다.

마지막 정착지는 정부의 '지상파 디지털방송' 홍보모델이다.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몸소동' 이후 정확히 석 달 만에 그는 버라이어티, 드라마, 영화, 기업광고에서의 역할은 물론 자신의 '공익적 이미지'까지도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석 달 전을 기억하는 이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술에 취한 그가 벗은 옷을 곱게 접어놓고 공원을 배회했다는 이른바 '알몸소동'이 일어나자, 부지런한 경찰은 즉각 약물검사와 가택수사를 벌였고, <NHK>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는 '용의자 쿠사나기'로 도배를 했다.

▲ 초난강은 지난 4월 23일 도쿄의 한 공원에서 만취상태로 나체소통을 벌여 경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장관이 나서서 '최악의 인간'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십여 개에 달하는 광고가 중단된 대가로 물어줘야 할 돈만 수백 억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 술 더 떠 일부 주간지들은 다른 멤버들조차도 그를 버렸다며(이런 제목이었다. '키무라 타쿠야, 이젠 용서못해!') SMAP 시대의 종말을 단언했다.

그렇게 일본 미디어의 '떼어놓고 떨어뜨리기(배제하기)'에는 거침이 없었고, 평소 초난강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필자조차도, 사람 하나 이렇게 보내는구나, 오싹해질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불과 석 달 만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완전히 돌아온 것이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이례적인 빠른 복귀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열성적인 팬들의 각개전투식 파상공세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용의자 쿠사나기'를 9시 메인뉴스로 내보낸 <NHK>에는 살인범 취급을 했다며 협박에 가까운 성토가 쏟아졌고, 그를 비난한 장관은 빗발치는 항의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상품에서 그의 사진을 빼버린 간장회사는 주부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했고, 다른 기업들 역시 손해배상청구는커녕 손익계산판 자체를 새로 짜야 했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 대만 등지로부터 수만 통의 이메일과 편지가 날아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그는 돌아왔다. 직접 만나본 몇몇 팬들은 그것을 '지켜주기'라고 표현했다. 강력한 소비주체로 떠오른 여성들이 일본에서 얼마나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지만, 그녀들의 입장에서 그것은 보수적이고 냉소적인 일본 사회에서 하나의 싸움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분명 '싸움' 자체가 희귀해져버린 일본사회에서 그것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지켜주기'는 욘사마(배용준) 팬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수년 간 '욘사마'의 팬들을 관찰해온 바로는 한국 대중문화 인기의 부침과 상관없이 욘사마는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지금도 10대부터 80대 여성까지 약 8000여 명이 매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욘사마를 비롯한 한국 연예인들의 소식을 주고받는다는 그녀들은 처음 한류 현상이 시작되던 2000년대 초반을 이렇게 회상한다.

"일본에서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때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이 좋다'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게 욘사마 현상 이후로 완전히 바뀐 거에요. 처음엔 우리가 눈치를 봤어야 했는데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 한류, 한류 하며 앞다퉈 한국을 다루기 시작했을 땐 정말 짜릿했죠."

그녀들은 한류를 자신들과 타자와의 관계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취향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흐름'으로 회자되고, 처음에 비웃던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하나둘씩 텔레비전 앞에 와 앉는 걸 보면서, 그녀들은 일종의 통쾌함을 맛보았다고 한다.

물론 그 한편으로 '혐한류'와 같은 질투의 시선이 일본 사회에 있다는 것도, 자신들을 만만한 '돈줄'로만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일부 시선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욘사마는 단지 좋아하는 대상을 넘어 '지켜줄' 대상이고, 여전히 수많은 '그녀들'이 그를 지켜주고 있고, 그래서 한류가 식었다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 같지는 않아도 분명 욘사마는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여전히 냉소주의와 회의주의가 팽배한 일본 사회에서 유일하게 뜨거운 건 이들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한다.

그녀들이 이번엔 이른바 '노예계약' 논란에 휩싸인 동방신기 지켜주기에 나섰다. 일본 미디어는 현재 연일 대서특필이고, 해체만은 막아야 한다는 팬들의 움직임이 이미 광범위하게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의 인기와 위상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다. 이번에도 '그녀들'은 지켜줄 수 있을까. 동방신기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 지난 7월 5일 도쿄돔에서 단독콘서트를 갖은 동방신기. 이날 5만 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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