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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가야사 지시, 영호남 아우를 연구와 복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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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가야사 지시, 영호남 아우를 연구와 복원 기대"

[인터뷰]②송원영 경남 김해시 박물관운영팀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가야사 연구와 복원 지시를 내리면서 가야문화권의 중심지인 김해에서도 각종 관련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3일자 이영식 인제대 교수 인터뷰 기사에 이어 송원영 김해시 박물관운영팀장의 인터뷰를 싣는다. 인터뷰는 지난 2일 경남 김해 대성동박물관에서 진행했다.

송원영 팀장은 부산대학교 가야고고학 전공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부산대박물관 연구원과 김해시 학예연구담당주사를 거쳐 현재 김해시 박물관운영팀장을 맡고 있다. 또 경상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이며, 김해 대성동고분군과 부산 동래 복천동고분군, 김해 봉황동유적 등 다수의 가야유적 발굴 조사에 참여했다.

▲송원영 경남 김해시 박물관운영팀장이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 대성동박물관 앞에서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연구와 복원 지시를 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병찬 기자

-가야문화와 가야사가 홀대받아온 이유는.

▷신라문화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박혁거세의 후손이다 보니 대를 이어서 사랑이 남달랐던 부분이 있다. 또 백제문화권은 김종필 전 총리가 각별하게 부여와 공주, 이쪽이 지역구이고 고향이고 하니까 지원을 많이 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가야문화권은 역사적 소외돼 있다 보니 정치적 지원에서도 홀대받아온 측면이 있다. 게다가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 특히 가야를 지배했다는 식민사학인 임나일본부설 영향 때문에 가야 연구를 꺼리는 그런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가야를 전공한 교수가 대한민국에 4~5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만큼 연구도 안돼 있고, 연구를 해도 알아주지도 않는 그런 실정이다.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도 가야사 연구와 복원의 걸림돌이지 않았나.

▷가야는 다른 고대왕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멸망했다. 따라서 신라나 백제에 비해 문헌적인 기록은 훨씬 적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도 가야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고고학적인 연구는 백제나 신라보다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게 사실이다. 가야라는 존재와 문헌 기록 자체를 믿지 않고 있는 경우도 많았는데, 대성동고분군을 비롯해서 다수의 가야유적 발굴을 통해서 가야문화의 우수성이 증명되는 그런 사례들이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했다.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이 공식회의석상에서 그렇게 말을 한 적도 없고, 문 대통령은 스스로 언급한 내용을 비춰볼 때 가야사에 대한 공부가 상당히 많이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야사에 대한 아무런 역사인식 없이 한 말이 아니라 많은 공부와 학습이 바탕이 돼 내공이 우러나는 그런 언급이었다. 가야문화를 복원해야 하는 당위성과 취지, 목표까지 그 말에 다 녹아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언급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단순히 지역에서 할 문제라든지, 해당 부서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 아니라 사실상의 대통령직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구체적으로 지시를 한 것을 보면 아주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때 가야사 복원 1단계 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2단계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이지만, 당시와 비교해보면 분위기가 어떤가.

▷사실은 김대중 대통령 때는 야당 총재시절에 시작을 해서 지금 이렇게 1단계 사업이 이루어졌는데, 그때는 사실상 시작단계였고, 그 이전에는 가야문화라는 자체를 박물관이든 고분군 정비이든 아무것도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은 굉장히 미완의 것으로 끝나버린 사업이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사업이 진행되면 가야문화가 제대로 정비되고 알려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호남 벽을 허물 좋은 사업이라고 했는데.

▷정확하다. 그런 언급까지 할 정도이니 공부가 굉장히 많이 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무진장’ 즉 무주 진안 장수 쪽에 진안고원이나 장수고원까지 가야시대 무덤과 토기들이 실제 발굴이 됐다. 대대적인 것들은 아니지만, 지난 6세기의 것들이 나왔다. 발굴이 시작된 지는 10여년 전부터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영·호남의 화합을 언급한 것으로 본다.

가야라는 나라는 영역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기보다는 나라 자체의 성격이 중국·일본과 교역을 하고, 백제와 가야는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가야 자체만 봐도 영·호남을 아우르고 연결시키는 고리가 있지만, 백제와 가야가 고구려·신라에 맞서는 동맹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보더라도 영·호남의 화합을 이끌어낼 주제가 된다. 실제 전라도 동부권에서 출토되는 유물들은 대가야의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지역감정이 심한 데가 대구·경북과 전라남도 쪽인데, 오히려 그쪽이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와 현실 문제를 접목한 대통령의 시각과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는 것인가.

▷신라와 백제는 대립관계였다. 그런 역사적인 대립관계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입장이라고 본다면 중재역할, 중간자적인 역할을 했던 게 가야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가야라는 역사를 단순히 물질적인 문화를 정비하고 하드웨어를 제대로 정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가야문화의 정신적인 부분을 계승하는 것이 연구와 복원 과정에서 도출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불과 25년만 있으면 가야 건국 2,000주년이 된다. 그런 천년단위의 행사를 우리 세대, 우리 다음 세대까지도 맞이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래서 단순히 가야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가야와 관계 있는 인도, 중국, 일본을 포함한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런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고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준비해도 늦은 면이 없잖아 있다. 인프라 구축이라든지, 세계인들이 오면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궁리하고 계획하고 실행해나가는 데 25년은 짧다.

어쨌든 그런 사업들이 추진되고 탄력을 받게 되면 영·호남이 가야사 연구와 복원이라는 일을 함께 수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2,000년의 축제를 단순히 김해만 준비할 것이 아니라 모든 가야지역, 경남뿐만 아니라 경북 고령이나 성산가야, 서부경남과 호남까지도 다같이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일본, 중국, 인도까지 축제를 같이 준비해나가자는 의미이다.

-중국까지 함께?

▷대성동고분군에서 출토되는 유물들을 보면 지금의 중국 동북3성 쪽에서 출토되는 유물들과 같은 종류들이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이같은 사실은 가야라는 나라가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 속박됐던 나라가 아니라 바다를 통해서 전세계에 열려 있었던 나라였음을 알 수 있다.

가야가 지리적 위치상 대륙의 제일 끝지점이지만 바다를 기점으로 보자면 시작점이다. 또 바다에서 보자면 바다의 끝이 아니라 육지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런 곳이 가야이기 때문에 적어도 동북아시아의 문화가 출발하고 동북아시아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라는 분지이다. 그래서 분지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물론 나중에 힘이 생기고는 뻗어나갔지만. 반면, 가야는 처음부터 육지, 바다, 강으로 열려 있는 나라였기 때문에 출발부터가 다르다.

-왜곡된 한·일 관계를 바로잡는 데도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당연하다. 우리나라에서 고고학적 발굴조사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 국가사적2호로 지정돼 있는 회현리패총이다. 이는 옛 이름이고, 지금은 봉황동유적이다. 1907년도이다.

사실,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왔나 하는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몇 십년 전에 일본사람들은 여기 김해에서 자기네 역사를 찾으려고 했는데, 우리는 국가사적2호로 지정돼 있는 봉황동유적이 아직 문화재구역으로 다 지정도 돼 있지 않고, 부지 매입도 아직 다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가야왕궁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지역도 지난 3년간 겨우 7억 원의 예산만 투입됐을 뿐이다. 그것도 오는 11월이면 끝나버린다. 그런데도 우리가 일본에 대해 역사왜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 지키지 못한 역사이다.

임나일본부설에서 ‘임나’라는 말은 ‘가야’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려면 가야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성과를 토대로 한 정비와 복원 없이는 일본의 왜곡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학자가 논문 100편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야문화가 이렇게 우수하고 뛰어났다, 그런데 똑같은 시대의 일본의 문화는 어떠하냐, 비교해봐라, 여기가 더 우수한데 어떻게 일본이 가야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겠느냐 하고 보여주면 되지 않나.

-신라와 백제 문화권에 비해 가야문화에 대한 연구와 복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지 않나.

▷단순히 예를 들자면, 우리가 어릴 때 수학여행을 가면 경주, 부여, 공주 등 신라와 백제문화권은 정비가 돼 있었다. 백제 쪽은 백제역사재현단지에 1조 원 가까운 돈이 투입됐다. 신라도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그렇게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는데, 다시 지난 2014년부터 9,45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지원해서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을 하고 있다.

그에 견줘 가야는 지금까지 김대중 대통령 때 했던 가야사복원 1단계 사업밖에 없었다. 예산규모만 해도 10분의 1도 안되고, 그 이후로도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그동안 아무런 지원 자체가 없었다.

단순히 발굴만 봐도 똑같은 가야왕궁 시대에 하나는 신라의 도성 유적이고 하나는 가야의 도성 유적인데, 신라의 반월성(월성)은 지금 어마어마한 인력이 투입돼 국가적인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가야의 왕궁은 3년 동안 겨우 7억 원 가지고 발굴하고 있다. 예산만 놓고 봐도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졌나.

▷신라나 백제 같은 경우엔 정권 차원의 지원과 연구가 이뤄졌다면, 가야의 경우 의식있는 학자들 스스로가 해온 측면이 많다. 자발적인 지역주민들의 노력이라든지. 대성동고분군만 하더라도 처음 발굴을 신경철 교수(경성대 재직·부산대 정년퇴직)라는 개인이 자기 아파트를 잡혀가며 했다. 국가에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야사복원 2단계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 때 고향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했다. 단 한 푼의 예산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 김해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섭섭할 수도 있으나 국가차원에서 보자면 양심적이고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이었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런데 그 후 두 명의 대통령은 자기 고향에 예산폭탄을 퍼부었다. 그런 걸 본다면 너무 양심적으로, 오해받기 싫어서 하지 않는 그런 것 자체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예산 지원이 되지 않다보니 이쪽 부서에서 했다가 저쪽 부서에서 했다 하며 인력과 예산낭비만 했다. 1단계 사업이 끝난 그 이후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거의 15년간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 2단계 사업도 2002년부터 계획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2006~2012년까지로 바뀌었고, 예산 문제로 2012~2018년까지로 미뤄졌다가 지난해 다시 2018~2020년으로 연기됐다. 변한 것이라고는 그 동네 땅값 오른 것밖에 없다.

-이번 대통령 지시로 가야사 연구와 복원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받겠고, 받아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 개인의 호불호 측면이 아니라, 가야문화의 역사적 가치와 함께 신라·백제에 비해 너무 소외받았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균형개발의 차원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사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가야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고대사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는 억지로 가야를 빼버렸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됐나. 한국고대사 해석이 제대로 안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정립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가야를 제대로 연구하고 복원하고 평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본격적으로 한국고대사를 제대로 정립하려면 가야를 제대로 연구하고 복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풀어야 할 과제들은.

▷가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들이 굉장히 많고 흩어져 있다. 이를 모을 수 있는 기구 같은 게 필요할 것이다. 또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신라나 백제는 문화재청과 각 지자체가 추진단체를 만들어놓았다. 가야도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이 뒷받침돼야 하고, 예산지원과 연구인력 확보 및 양성 등이 필요하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가야문화의 복원과 정비라는 게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한국인의 역사·문화와 관련 있는 것이다. 그런 사안이므로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 또 개발논리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를 포함해 각 지자체와 학계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협의체 등이 필요할 것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여기에 뼈를 묻을 각오로 임할 자세와 그런 인력들이 필요하다. 그런 것을 뒷받침해야 한다. 사람과 의지, 예산만 있으면 안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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