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시장의 패착이다.”
경남 창원시의회 의장을 지낸 유원석 시의원(진해구)이 31일 공석인 제2부시장에 취임하자 불똥이 안상수 시장에게 튀는 형국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재선을 노리는 안 시장이 진해구 공략을 위해 유례없이 현직 시의원을 제2부시장으로 발탁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시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시의원이 ‘시장 밑으로 들어갔다’는 지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적잖아 새로 취임한 유 부시장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창원시는 31일 오후 5시 20분 시청 시민홀에서 유원석 제2부시장 취임식을 열었다. 지난 4월 28일 김충관 전 제2부시장이 퇴임한 이후 공석이던 자리가 메워진 것이다.
창원시는 지난 5월 15일까지 공모를 거쳐 ‘유원석 시의원’을 비롯해 진해구 인사 2명의 응모 접수를 받은 뒤 최근 유 의원을 제2부시장으로 내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는 ‘안 시장의 재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분분했다. 마산 출신인 안 시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진해구를 공약하기 위한 전략적 발탁이라는 얘기다.
유 신임 제2부시장을 앉히기 위해 김충관 전 제2부시장을 임기보다 일찍 그만두게 했다는 ‘경질설’도 돌았다. 김 전 부시장이 내년 시장선거에 나서기 위해 공직사회 내부에 나름의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는 정황이 안 시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야기들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작 진해구민들과 창원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지역민에 의해 선출된 선출직 시의원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고 시 집행부 간부로 가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진해의 한 정치권 인사는 “일반 공무원도 아니고 시의회 수장을 지낸 현직 선출직 시의원을 제2부시장으로 앉히려는 안 시장의 재선 전략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유 부시장 본인은 나름 출세를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라는 구민들의 뜻을 개인의 정치적 계산 때문에 저버린 것은 이해를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부시장의 개인적 정치 계산법에 대한 지적은 근거가 있어 보인다. 시의회 의장을 지낸 그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에 출마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럴 경우 자유한국당 도의원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을 치러야 한다. 상대는 현직 도의원인 정판용 의원이다. 경선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처지임은 지역사회의 공론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역할론도 한몫 한다. 30년 가까이 지켜오던 자유한국당 지역 아성이 무너졌고, 진해지역 대선을 책임지고 있었던 2인 중 한 명인 유 부시장으로서는 체면이 많이 깎였다. 이 때문에 진해가 지역구인 김성찬 국회의원으로부터 ‘질책’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더해, 사전 교감 없이 제2부시장으로 가려 한 것에 대해 김성찬 국회의원이 크게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말들도 있다.
결국, 유 부시장으로서는 안 시장이 내민 손을 잡는 게 여러모로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유 부시장은 이런 내용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취임식 날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에서 제2부시장으로 역할을 옮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생각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정책을 의회에서 접하고 알고 있기 때문에 (안 시장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는 데 충분한 보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광역의원 출마의 뜻을 접으면서까지 제2부시장 역할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해 도의원 출마를 포기하고 시정에 도움이 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내년에 광역의원 출마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선거일 90일 전에 공직사퇴를 하면 4개월 정도 공백이 생기게 된다”며 “그래서, 광역의원 선거까지 접고 어차피 임기였던 내년 6월말까지 지역민들에게 봉사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제2부시장 응모 배경을 설명했다.
안 시장의 시장재선용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약을 지킨 것”이라고 대응했다. 유 부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시장님이 진해지역에 부시장을 주겠다는 공약을 냈다”며 “그게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다가 이번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에 저와 같이 공모에 응모한 분이 옛 진해시의회 의장을 지내신 분이다”라며 “그렇게 진해지역 출신 2명 중 한 명인 제가 된 것”이라고 말해 시장재선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 부시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107만 창원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안상수 시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시장님의 시정철학을 받들어 주어진 소임을 다해나가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에 대해 진해의 한 구민은 “뻔히 보이는 (안 시장의) 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안 시장이 유 시의원을 부시장으로 앉힌다고 해서 내년 시장선거 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오산”이라며 “진해의 여당(더불어민주당) 쪽 사람들은 오히려 좋아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진해의 많은 사람들은 광역시 승격 추진이고 뭐고 전부 다 시장재선용 쇼라고 보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부시장 발탁도 결국엔 안 시장의 패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무원 직급상 2급에 해당하는 창원시 제2부시장은 관광문화국과 해양수산국, 도시정책국, 안전건설교통국을 총괄한다. 또 정무적 업무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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