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나 밤만 되면 '우웅'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마을 전체가 보일러실이 된 것 같다. 머리 위에는 하루에도 수 십번 헬기가 날라다니고 있다."
김천시 남면 월명리 주민 허모(70)씨의 한탄이다.
지난달 사드 기습 반입 이후 인근 주민들은 매일 울분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부지 공사와 장비 추가 반입을 막기 위해 한 달 가까이 경찰과 대치 중이며, 사드 레이더가 향하는 쪽에 있는 김천 남면·농소면 주민들은 정체 불명의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골프장과 직선거리로 1km 가량 떨어진 월명리에는 한 달새 두 가족이 마을을 떠났다.
이 같은 주민들의 육체적·심리적 불안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사드 레이더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했다"는 발언으로 극에 달했다. 주민들의 전자파에 대한 우려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된 셈이다.
아들 가족과 7년째 살던 한 70대 주민은 "며느리가 불안해서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지난주 아들 직장이 있는 구미로 이사갔다"면서 "나는 마을을 떠날 수가 없어 혼자 남았다. 흉흉한 소문에 사람 사는 마을 같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노곡리 주민 김태진(53)씨도 "사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어떻게 사드 가동했다는 소리를 할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는 24일 오후 소성리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사드 장비 운용을 즉각 중단하고, 불법 사드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주민들의 안전책을 강구하고 사드 레이더의 위험성을 파악할 것"을 새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김천시 남면 월명리·연명리, 김천 농소면 노곡리 등에서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곳은 골프장 반경 3.6km 이내의 마을로 미 육군 교범에 따르면 '비인가자 접근제한구역'인 곳이다. 국방부는 반경 100m만을 '절대위험구역'으로 정하고, 그 밖의 지역을 안전하다고 못박았다. 이 같이 상반된 해석에 국방부는 '각도'를 이유로 문제 없다고 설명하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이 곳 주민 400여명은 매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여차패(60) 월명리이장은 "아이 키우기 무섭다며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나고 있다. 헬기 소리와 소음, 전자파 우려 때문에 농사나 소 키우는 것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강현욱 원불교비대위 집행위원장도 "국방부는 주민들에 대한 설명이나 전자파에 대한 어떠한 데이터도 없이 사드를 운용했다고 발표했다"며 "정부는 우리를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전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새 정부의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석주 소성리이장은 "경찰은 사드 반입 당시 주민들을 짓밟아놓고 자기들끼리 포상잔치를 했고, 군은 절차도 무시하고 주민 동의도 없이 사드를 배치했다"며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정 노곡리이장은 "사드장비 철수를 바라며 새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며 "걱정스럽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사드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미군 소관으로 우리 군이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현재 골프장 내에는 병력이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발전기만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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