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사돈을 설득해 며느리에 대한 증여세 자료를 받아 오라'고 요구한 데 이어, 오후에는 만 35세인 이 후보자의 아들에 대해 '이제라도 군대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처참하다. 후회도 된다…처신이 사려깊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부인의 과거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한 데 이어, 오후에는 이에 대해 깊이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세운 인사 기준에 위장전입(은 안 된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몹시 처참하다. 왜 좀더 간섭하지 못했나 후회도 된다"며 "어리석은 생각에 그런 일이 저질러졌고, 불행 중 다행으로 (부인의 학교 배정이) 실행되기 전에 원상회복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자는 부인이 일시적으로 실거주지가 아닌 곳에 전입신고를 한 이유에 대해, 중등학교 미술 교사였던 부인이 특정 지역 학교로 발령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는 경우인 부동산 투기 등을 위해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좋은 학교(로 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여자의 몸으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보니 (힘들어서) 그 쪽은 좀 편하다고 하더라. 왜 그런 일을 했느냐고 다그쳤더니 (부인이) 몹시 후회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참으로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며 "가족이라고 해서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저 개인적으로는 완벽하게 살고 싶었으나 그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너무 늦게 터득하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부인의 그림 전시회에 이 후보자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관·단체들이 초청됐거나 부인의 그림을 산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전남 지역의 한 공기업이 부인의 그림 2점을 사갔다고 지적한 데 대해 "당시 해당 공기업에서 골프장을 열던 시점이었는데, 골프장에 (장식물이) 아무 것도 없어서 그림을 14장 샀고 그 가운데는 5000만 원짜리도 있다. 제 아내 것은 최저가, 400~500만 원이다"라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또 부인의 개인전 초대장에 이 후보자의 이름과 인사말이 쓰여진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아마추어 화가이지만 부인 본인 이름만 쓰면 되지, 남편이 국회의원이라고 써서 인사장을 많이 돌렸을 것인데 남편의 영향력과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며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처신이 사려깊지 못했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제가 공직에 있었으니 이런 오해가 생겼구나 하고 어리석게 깨닫고 있다"며 "앞으로 공직에 있는 동안 어떤 전시회도 하지 않도록 아내에게 약속을 받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국당 정태옥 의원도 부인의 전시회에 화환 대신 받은 '쌀 화환'이 3톤이 넘었다고 지적하면서 "공직자인 남편의 영향이 얼마나 부인의 개인전에 미쳤느냐가 사회적 쟁점"이라며 "(쌀을 보낸 이들의) 명단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 이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기관이나 개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전부는 아니라도 그런 분 게 많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고 인정하며 "부인 개인전에 남편 이름으로 초청장이 가고 남편과 관련 있는 분들이 쌀을 보냈다"(정 의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점에 대해 제가 사려깊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정 의원과 강 의원 등이 제기한 그림 판매 대금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소득세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재산 변동 신고 놓쳐 2년 후에 했다…제 책임"
아들의 병역 논란도 오전(☞관련 기사 : 아들 병역 면제 논란에 "부실한 아들 둔 애비 마음 헤아려달라") 이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 면제 문제에 대해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면제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어깨 탈골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수술을 했기 때문에 그렇다"며 "그 이전에는 손으로 (빠진 어깨 관절을) 집어넣고 살았다. 그런 식으로 안 되는 단계가 와서 세브란스 병원애서 수술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 등이 "그러면 수술 이후에는 완치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지금도 조심하고 있다. 지금도 자유로운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면제 판정을 받은 후 아들이 어학연수를 떠났다. 치료 기간 중에 어학연수를 가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치료 기간이 꽤 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며 "(뇌하수체 수술을 위해) 바로 돌아왔다"고 답변했다.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더 나아가 "만 36세 이전에는 언제든 완치되면 갈 수 있다"며 "당시에는 군에 갈 의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갈 의사가 없다는 것이냐"고 했다. 과거 이 후보자가 면제 대상인 아들의 군 복무를 탄원했다는 데 대한 반격이었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1982년생(만 35세)이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뇌수술을 받고 난 후 (군 복무를) 포기했고, 현재는 처자식을 부양하는 가장이다. 둘째도 갖고 있다"며 "이런 말씀이 구차하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죄인으로 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부인·아들 등 가족이 아닌 이 후보자 본인의 문제도 일부 제기됐다. 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2014년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후의 재산 내역과 도지사 당선 후 재산 내역을 비교해 보면 불과 2달 사이에 7000만 원의 채무가 변제됐다"며 "후보자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4차례에 걸쳐 변제했는데 누락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엄격히 따지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신고 시기를 놓쳐서 2년 뒤에야 (신고를) 했다"며 "그렇다고 면책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 책임이다"라고 인정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도지사(후보) 재산 신고도 허위로 된 것 아니냐. 허위사실 유포로 공직선거법 위반일 수 있다"고 추가 위법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 등은 전남지사 선거 자금 출처와 함께 이 채무 변제액의 출처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이 후보자는 채무 변제액의 경우 "공교롭게 그때 정기예금이 만기돼 그것을 찾았다"고 했고, 선거자금의 경우 대부분이 선거펀드로 마련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로 재직할 때 측근 인사나 선거에서 도움을 받은 인사들을 임명직에 앉힌 게 "측근·보은 정실 인사"라는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의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그 중 대부분은 무급"이라고 응수했다.
이 후보자 모친이 서울 소재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바로 팔아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는 데 대해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동생이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한사코 거부했다"며 "그래서 제가 빨리 팔라고 했고, 빨리 팔아서 세금을 냈다. 그 일로 지금까지 동생 가족과 서먹해져 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이 후보자 모친과 동생 등의 납세 여부도 물었고, 이 후보자는 "동생이 양도소득세를 냈다"면서도 증여세 등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동생 간의 문제"라고만 했다.
청문회 중간에는 검증 의욕이 지나쳐 웃지 못할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아들 전셋집 소유자 이름이 1959년생 김○희 씨로 돼 있다. 후보자 배우자 성함이 김△희 씨인데 혹시 가까운 친인척 아니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일언지하에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아들의 전세 자금 출처에 대해 묻다가 "신혼집 마련에 (전세금 3.4억 중) 사돈이 2.4억을 부담했는데, 상식적으로 집은 대개 남자 쪽에서 구입하는 게 일반적인데 예외적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드, 국회 정치적 동의 필요…규제프리존법 찬성"
주로 한국당과 국민의당 청문위원들로부터 이같은 도덕성 검증이 이어지는 동안, 정책 질의도 진행됐다. 여당 소속인 윤후덕, 이철희, 제윤경 의원은 질의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정책 질의에 할애했고, 특히 여당도 아닌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은 이례적으로 "총리 후보자 언행을 살펴볼 때 인격을 신뢰한다. 그래서 신상 문제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과제가 타당한지, 후보자에게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보겠다"고 선언하고 질의 시간 전체를 정책 관련 토론에만 썼다.
이 후보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의를 받고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사드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문제 제기는 국회의장으로부터도 나온 적이 있다. 비준 필요 여부에 논란이 있고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치적 의미에서 국회의 동의 정도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책임총리제와 관련, 국무위원등 인사 제청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민주당 전혜숙 의원의 질문에는 "노력하겠다"며 "자랑은 아니지만, 보훈처장(피우진) 인선을 사전에 협의한 적이 있다"고 이 후보자가 털어놓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의 인선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자신이 건의한 인사는 아니라고 하며 다만 "발표하기 2~3일 전에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강 내정자의 경우 위장전입 시비가 불거지는데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고 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묻자 이 후보자는 "구체적 인물에 대해 '누가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며 "그러나 '꼭 어떤 자리에 어떤 분을 써야 할 때가 있는데, 그 분에게 흠이 있다면 국민께 미리 말씀드리고 쓰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대통령에게) 들었다"고 했다.
또 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문 대통령의 업무 지시 과정에서 사전 협의나 후보자 의견을 물은 적 있는지, 또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후보자가 선제적으로 대통령에게 말한 적 있는지" 물었고,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지시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 다만 총리의 제청이 필요한 자리와 청와대 실장급 인사는 제가 사전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문 대통령과의 이런 의견 조율 과정을 "의미 있는 협의"라고 명명했다. 그는 "제청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총리가 아니라서) 좀 주저스럽고, 일방적 통보만도 아니었다"며 "제 의견을 모두 관철한 것은 아니지만 제 의견이 받아들여진 게 있다. 다음 단계 인사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현재 청와대 비서실에 정책실장 직제가 부활하는 등 '강한 청와대의 만기친람'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 대해 "현재로서는 민생은 내각 몫이고, 내각 몫의 업무는 총리가 최종 책임이 있다는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간 논쟁이 있었던 규제프리존법 문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자가 후보 시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김용태 의원이 "도지사 시절 규제프리존법 통과 건의에 동의했느냐"고 묻자 "네"라며 "확실하게 얘기해 보고 싶다.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지금도 규제프리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다시 "후보자는 규제프리존법에 찬성한다는 말인가?"라고 확인차 묻자 이 후보자는 역시 "네"라고 답했다. 경 의원이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규제프리존법은) 대기업의 청부 입법이고 적폐 청산 대상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을 설득했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아직 그런 대화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경 의원은 재차 "민주당 의원들이 다 반대했던 법인데, 여당 의원들과 교감이 있나"라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라며 "물론 저도 도지사 때 가졌던 생각보다 국정 전반을 보는 안목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만, (대기업 특혜가 문제라면) 대기업 특혜 요인이 사라지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 간 접점을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헀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경 의원이 "노무현 정부 당시 자주파-동맹파라는 말이 있었는데, 한미동맹을 놓고 국가 안보와 관련해 양자택일의 단계애 간다면 총리는 어느 쪽에 설 것이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아빠가 좋으냐 엄마가 좋으냐 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존재의 핵심적 기둥"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문정인 신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남북대화 재개 등을 주장한 데 대해 한국당 의원들이 비판하자, 이 후보자는 "(문 특보의) 개인 의견"이라며 "정부 입장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기조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고 한국도 동참하고 있다. 그 기조를 훼손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피해자 할머니들과 어떤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외교장관이 무모한 합의를 했다"며 "혹시 총리에 취임한다면 과정을 좀 조사해 보고 문제가 없었는지, 혹시나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해서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했는지 조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답변헤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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