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사망한 고(故) 최경락 경위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14일 고 최 경위의 형으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해 같은 달 20일 사건을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며 "판결문과 징계의결서 등 자료를 수집해 내사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 경위의 형 최낙기 씨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명예를 회복해 달라"며 지난달 14일 서울경찰청 민원실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최 경위가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서 근무했던 최 경위는 지난 2014년 11월 세상에 알려진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를 시사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민정수석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정윤회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소위 '문고리 3인방' 등과 수시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을 파악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문건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내고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전 경정을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면서 "보도된 문건 내용이 '찌라시' 수준"이라고 규정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최 경위 자살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윤회 문건 조사 때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나올 경우, 전반적인 재조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청장은 "최 경위와 함께 근무했던 관련자에 대한 재판 3심이 진행 중이다. 1, 2심 판결문 등을 받아 볼 수 있다"라며 "혐의가 있으면 내사를 결정하고 내사를 해보고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재조사 방침은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전 정부 민정수석실이 왜 정윤회 건을 덮고 왜곡했는지 규명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자체 조사 의지를 드러낸 것과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 재조사 방침은 우병우 전 수석을 비롯해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청와대 방침에 서울중앙지검이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국 수석이 최근 언급한 '정윤회 문건'엔 최순실 씨가 비선 실세라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11월 말 정윤회 씨가 위 문건을 보도한 기자 등을 고소함에 따라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 수사에 착수했고 문건의 유출 경위뿐만 아니라 정윤회의 국정개입 여부에 대하여도 철저히 수사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나아가 최순실의 국정개입 범죄를 수사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나 비리에 관한 증거도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윤회 문건' 사건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원류로 보는 조국 수석의 시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조국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재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뒤 경찰이 관련 사건을 다시 조사키로 한 데 대해 "청와대 지시가 내려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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