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아내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이다. 비슷한 말은 ‘가시아버지’이다.
‘영감탱이’. 나이 든 남편이나 늙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같은 말은 ‘영감쟁이’가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영감탱이’ 발언이 대선 막판 핫이슈로 떠오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결혼 전 장인이 자신을 구박했다는 일화를 전하면서 촉발됐다.
홍 후보는 지난 4일 한 유세장에서 “검사 시절 처가에 드리는 용돈도 장모님한테만 주면서 ‘이 돈은 영감탱이(장인)와 나눠 쓰면 절대 앞으로 한 푼도 안준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결혼 후 26년간 용돈은커녕 집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장인을 푸대접한 사실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홍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한다’며 ‘그것을 패륜이라고 저를 비난하는 민주당의 작태가 참 한심하다’라고 했다.
홍 후보 말대로면 경상도 사위는 모두 ‘쌍놈’?
‘쌍놈’을 사전에서는 ‘보고 배운 것 없이 막된 남자’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 남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이다.
홍 후보의 ‘석연찮은 해명’으로 보자면 경상도 사위들은 모두 ‘쌍놈’이 될 가능성이 많다. 또 장인에 대한 그만의 경상도식 친근함의 표현은 비경상도 사위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비상적인 것이고 저속함일 뿐이다.
언어생활의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문화적 차이도 아니다. 경상도에서는 그렇게 부른다고 구차하게 변명을 한다고 해서 ‘그렇구나’ 하고 이해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켠에서는 홍 후보의 이날 ‘영감탱이’ 발언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결혼을 반대했고, 심한 말로 마음의 상처를 줬으며, 이로 인해 그의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아들의 장인을 용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도 장인을 집에 오지 못하게 했고, 영감탱이라고 표현한 것이니 나름의 상처를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일하기 싫으면 애나 봐라’ ‘기자 안경 벗기고 아구통을’ ‘니들 면상 보러 온 거 아니다’ ‘이대 계집애들’ ‘꼴같잖은 게 대들고, 패버리고 싶다’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설거지는 하늘이 여자에게 정해준 일’ 등 그의 끊임없는 막말 퍼레이드를 떠올린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심지어 대선 과정에서 ‘웃자고 해본 말’ ‘시청자들이 재미있으라고’ 등 대선후보로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어정쩡한 해명은 격을 상실한 것이라는 비난도 빗발쳤다.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진행되는 조기대선이다. 모든 분야에서 국가적 위기에 에둘러 싸여 있기도 하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이를 제대로 돌파해야 할 시대적 책임과 능력을 요구받고 있음을 감안할 때 홍 후보의 언행은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격을 한참 낮춘 것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홍 후보의 이런 태도를 빗댄 유머가 회자되기도 한다. ‘홍준표 후보만큼 웃길 자신 없으면 개그맨 그만둬야 한다.’ 깊이 새겨볼 대목이다.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라”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실은 8일 논평을 통해 홍 후보의 대국민 사과와 대선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선대위는 “뜻깊은 어버이날 홍 후보의 장인에 대한 막말이 회자되는 상황이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도대체 어디까지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 생각인가”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선대위는 또 “돼지흥분제로도 모자라 장인어른 모독 발언까지, 도대체 대통령 후보가 할 말인가”라며 “경남도지사 꼼수사퇴의 경험을 살려 나라를 위해 오늘밤에라도 사퇴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도 공동 논평을 내고 홍 후보를 향해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 영남 선대위는 “홍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해명이라며 근거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경상도의 어느 사위가 장인어른께 ‘영감탱이’라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홍 후보의 막말을 접한 영남의 시민과 도민들은 ‘지가? 영감탱이?…이게 뭐꼬?’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라며 “패륜적 막말로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은 그의 인성을 엿볼 수 있는 행태”라며 즉각적인 사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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