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4대강 예산 날치기'에 관한 추억이 떠올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일 TV토론에 나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4대강 때문에 녹조가 많이 늘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4대강 사업은 잘한 사업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의하지 않는 것은 홍 후보의 자유이지만, 대다수의 판단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특히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임명된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지난 2013년 8월 "(4대강) 보 건설로 인해서 유속이 저하된 것은 틀림없다. 유속 저하가 곧 조류 증가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역시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2014년 발표한 보고서 역시 4대강 녹조 현상은 보 건설로 인한 유속 저하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조차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 홍 후보는 10년 전 이명박 정권의 실패한 사업을 치켜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후보는 4대강 사업과 깊은 인연이 있다. 홍 후보는 2008년 12월 자유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야당의 우려를 뭉개고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처리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은 "한나라당은 오로지 형님 예산(이상득 전 의원 관련 예산), 대운하 예산(4대강 사업 예산)을 수호하려고 군사작전 펴듯 날치기를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선 경선에서 경쟁을 했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친이계'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원내대표에 올라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사업 예산을 밀어붙이고, MB 악법 처리에 총대를 맸다.
다른 대선 후보들은 대체로 4대강 사업 결과를 실패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4대강의 보 수문을 상시개방하고, 나아가 선별적으로 보 철거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4대강 피해 조사 및 복원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한다. 4대강을 공사 전으로 복원시키겠다는 것이다.
홍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잘 한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기조를 계승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4대강 복원은 커녕, 강을 파헤치는 추가 사업을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홍 후보는 3일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를 향해 "이해찬 의원이 상왕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박지원 상왕론"을 펴 왔다. 최근 유행하는 '상왕론'에 빗댄다면, 홍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 "잘 된 사업"인 4대강 사업의 '전도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상왕'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전 대통령 외에 홍 후보의 '상왕'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도 있다. 홍 후보는 지난 29일 부산 구포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내보내주세요"라고 말하는 상인에게 "대통령 되면 내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교도소에서 극도로 건강이 나쁘다고 들었다. 구속 집행정지를 하고 병원으로 가야하는데 검찰은 문재인 후보 눈치만 보고 있다"라며 석방을 주장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홍 후보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홍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사면 시사' 발언에 박 전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홍준표 '박근혜 대통령 사면 발언'은 태극기 부대엔 사막의 오아시스 격이고 '가파른 지지율 상승의 반증 격'"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 씨는 홍 후보 지지 선언을 했는데,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순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살려줄 유일한 후보는 홍 후보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정황들을 보면 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상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보수표와 극우표에 목마른 홍 후보는 '이명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발언들을 더 많이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가 즐겨 사용하는 '상왕론'이 본인만 비켜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