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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세금 개편"...1%는 30만불, 서민은 1천불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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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세금 개편"...1%는 30만불, 서민은 1천불 혜택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트럼프 세제개편안, 슈퍼리치들의 향연

"미국의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선진국 중 가장 낮은 15%로 낮추어 연 경제성장률을 3%로 올리고,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몰락한 중소득층을 부활시키겠다."


지난 4월 26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트럼프의 대선 공약 1호이자 대대적인 세제개편안의 3대 목표이다. 파격적인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개인 소득세율을 인하하여 소비를 증가시키고, 연 경제 성장률을 현재의 2%대에서 1%포인트 정도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월가와 정계, 경제학자와 언론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고 비우호적이다. IMF 등 많은 국제 금융기구들도 법인세율의 파격적인 인하가 핵심인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이 다른 선진국에도 경쟁적인 법인세율 인하를 유도하여 세계적인 '투기성 투자'와 자본 유출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에 비난은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시간에 쫓겨 만들어진 '부실한' 발표 형태이고, 또하나는 내용 자체가 구체성이 없고 경제적 논리가 받쳐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지난 4월 26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의기양양한 모습.ⓒAP=연합

"근거 없는 세제개편안, 이해 안간다"

트럼프의 취임 100일 업적에 포함하려 서둘러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응을 보자.


므누신 장관이 "1980년대 이후 가장 획기적"이라고 자랑한 세제개편안이 "7개의 수치와 12개의 요점을 적은 1페이지짜리 메모"를 바탕으로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 오바마 정부의 경제 수석 고문을 지낸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을 거의 '쓰레기'로 취급하며 이렇게 매섭게 질타한다.

"세제개편안을 제시할 때는 경제 모델을 이용하여 정책 내용을 상세히 명시하고 그 영향 분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 경우에는 이런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어떤 경제적 근거에서 '이 세제개편안은 법인세율 인하로 발생할 재원 부족을 경제성장률 상승을 통해 자동으로 충당할 것이다(It will pay for itself)'라고 호언장담하는지,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제대로 된 경제 공부도 안 하고 어떻게 이런 개혁안을 내놓는지, 걱정이다."


또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은 "엉터리 세제개편안의 가장 엉터리 부분"이란 칼럼에서 이렇게 조롱한다.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은 마치 어떤 제안이 가장 멍청한가를 서로 경쟁하는 것 같다. 나는 '패스 스루 기업(pass-through business)에 관한 세금 감면 정책이 가장 멍청하다고 본다."


현재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진지하고 격렬한 논쟁은 다음 4개의 핵심 제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회에 걸쳐 이 문제를 분석해 보겠다. 이번 칼럼은 세제개편안과 소득 불평등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A)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은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더 악화할 것인가?
(B)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이 주장하는 "Pay for it(세수 손실 자동 충당)"은 실현성이 있나?
(C) GDP 연 성장률 3% 목표치는 가능한가?
(D) 트럼프 세제개편안의 의회 통과 전망은 어떤가?


▲트럼프 세제개편안의 혜택이 상위 1%에 집중된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 ⓒ미국 조세정의를 위한 시민들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은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것인가?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은 현재 선진국 중 최악인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완화시킬 것인가? 다시 말하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 강화하여 '상위 1% 슈퍼리치들의 향연'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난 50여 년간 정체한 중소득층의 평균 소득이 드디어 증가할 것인가?


미국의 소득 양극화 현상은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하다. OECD 2016통계에 따르면 OECD 평균 지니 계수는 0.317, 노르웨이 0.252(최저), 미국 0.396으로 28개국 중 꼴지(멕시코와 칠레)에서 3번째이다. 미국 시민의 다수가 이제는 이 부끄러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16대선 중 전 세계의 관심을 끈 소위 '샌더스 돌풍' 덕분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이 이 현상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이 왜 '슈퍼리치들만의 잔치'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검토해 본다. 만약 이 개편안이 의회에서 입법화되는 경우(현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최대 수혜자는 중소득층이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상위 1%의 고소득자이기 때문이다.


1.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내린다.

15% 법인세율은 선진국 중 가장 낮고, OECD 평균보다 낮고, 한국(24%)보다도 낮다. 법인세율이 0%인 버뮤다와 케이맨제도를 제외한 조세회피국 몬테네그로(9%)와 아일랜드(12.5%)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법인세율은 당연히 현재 고소득자인 기업주와 일반 노동자 간의 소득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확실하다. 노동 대비 자본소득 우위를 보장하는 시장경제의 전형적인 소득 왜곡현상이다.


2. '패스-스루(pass-through) 기업'의 개인 소득세율을 현행 39.5%에서 15%로 낮춘다.

칼럼니스트 램펠이 트럼프의 개혁안 중 가장 '엉터리'라고 조롱한 바로 그 감세 정책이다. '패스-스루 기업이란 S 기업(S Corporations)이라고도 불리는데 자영업자, 합자회자, 부동산 개발업자, 헤지펀드, 법인재단 등이 주를 이룬다. 이들 기업은 실제 '기업 소득'을 개인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다. 트럼프 세제개편안은 이들의 개인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크게 낮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기업이 내는 전체 세금의 반 이상을 이들이 내고 있다. 그런데 이 세금의 반 이상(57%!)을 면제해 준다고 한다. 세상 어디에 이런 세금 감면 노다지가 있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총 세금의 3분지 2나 80% 정도를 10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패스-스루 기업'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헤지펀드와 로펌,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소유인 트럼프 단체(Trump Organization)같은 부동산개발업체 등이다. 트럼프 단체는 세계 곳곳에 110여개의 회사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워싱턴 정가의 전 현직 관리 다수가 이 '패스-스루' 기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이 '셀프 감세' '슈퍼리치들만의 잔치' '부자 감세' '날도둑'이라는 혹독한 비난을 받는 이유이다.


3. '사망세(Death Tax)'라고 불리는 상속세(Estate Tax)와 최저한세(The Alternative Minimum Tax)를 폐지한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상속세가 크다. 따라서 상속세 폐지는 고소득자들에 주는 또 하나의 노다지이다. 최저한세는 공제액이 많아 세금을 안 내도 되는 부자들에게 강요한 최저수준의 세금인데, 이 세금마저 폐지한다는 것이다.

4.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법인세율을 10%로 낮추는 '1회용 송환세'를 도입한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 특히 소위 조세피난처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천문학적 규모다. 애플이 해외에 보유 중인 현금만 무려 즉 약 300조 원에 달한다(5월 2일 발표). 이 금액은 영국과 캐나다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보다 많고 미국 월마트 회사의 시가총액보다 많다.

이들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발생한 이윤을 본국에 송환하지 않는 이유는 송환시 내야 하는 법인세가 최고 35%로 높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의 목적은 기업들이 해외 보유 현금을 국내에 들어올 경우 내는 세율을 10%로 낮추어 국내 송환을 유도해 생산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레이건과 부시 정부 때 시행한 비슷한 1희용 송환세 제도가 투자 유치 목표에 완전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 : 힐러리 때문에 월스트리트가 떨고 있다)


5. 수많은 주(State)와 지방(Local) 공제제도를 폐지하면서, 유독 주택담보 이자 공제제도는 유지한다.

물론 주택담보를 받은 소시민도 모기지 이자 공제로 혜택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훨씬 더 큰 수혜가 '투기성' 주택담보를 받는 부자들에게 돌아간다.

이제 몰락하는 중소득층의 복원이 3대 목표 중 하나라고 자랑하는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으로 개인이 받는 '실질적'인 혜택은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자.


1. 세제 코드의 간소화(소득 구간을 현행 7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 외에 개인이 느끼는 가장 큰 혜택은 '표준공제'의 폭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부부합산의 경우 표준공제액(항목별 공제 대신)이 현행 1만4000달러에서 2만8000달러로 두배가 올랐다. 따라서 연 2만 8000달러 이하의 소득을 버는 부부의 경우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2. 아이를 보살피는 부모에게 주는 소액의 보조금(Credit)을 유지한다.


3. 상속세를 폐지한다. 비싼 주택을 가진 부자나 기업가에게 더 큰 혜택이 간다.


4. 주택 담보 대출 이자를 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항목별 공제 대신에 두배로 상승한 표준 공제를 사용하는 경우 주택 담보 대출 이자 공제를 할 수 없다.


5. 만약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이 세수 손실을 3%대의 경제성장률로 보충하지 못하여(Pay for it), 의료보험(Medicare와 Medicaid) 등의 지출이 줄어드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중소득층에 떨어지게 된다.


이 글의 요지는 <워싱턴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 로버트 새뮤얼슨의 지적과 같다.

"중립성 성향의 조세정책센터(Tax Policy Center)에 의하면 이번 세제 감면 혜택의 절반이 상위 1%의 고소득자에게 돌아간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세제개편안으로 초고소득자(상위 1%)는 연 31만 7000달러의 세수 감면을, 중소득층은 평균 연 1100달러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더 악화할 것이 불을 보듯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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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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