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의 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의 국정 농단과 그에 따른 박 전 대통령 파면이다. <프레시안>은 이번 대선에 나선 5개 정당 후보의 10대 공약들 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내세웠을 법한 공약들을 추려봤다. 이른바 '최순실이 만든 공약'이다.
각 정당 후보의 10대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되어 오는 17일 누리집에 게시된다. 자세한 공약 내용과 재원 마련방법 등은 중선관위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문재인 "부정축재 재산 몰수 추진" 유승민 "靑 비서실 축소"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삼권분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각 후보들의 공약에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특권 내려놓기'의 구체적 방법으로 집무실 광화문 청사로 이전과 대통령 하계 휴양지로 사용되고 있는 '저도' 개방, 그리고 '대통령의 24시간 공개'를 내세웠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것이 사고 당시의 '부실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회적 지탄을 염두에 둔 공약이다.
문 후보는 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조사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정축재 재산이 있다면 이를 몰수하겠다고도 공약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 권한 내려놓기의 핵심으로 '인사권 축소'를 강조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장차관은 물론 일선 사무관 임명 및 인선에까지 관여했다는 비판과 무관치 않은 공약이다. 안 후보는 "장관급 이상은 국회 임명 동의권"을 필수로 얻게끔 하고, 대법원장의 경우 호선제를 도입해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또 상시 국회, 상시 청문회, 상시 국감 도입으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수직적 당·청 관계로 인해 여권 내부에서부터 자정 노력이 배제 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홍 후보는 특별 감찰관 권한 강화로 대통령의 주변 비리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이 특별 감찰관 제도는 진짜로 과거 최순실 씨가 만든 공약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녹취록에서 특감 제도가 최 씨의 아이디어였던 것을 확인하고 조사를 벌였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은 직책이 없어 법률상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는 안타까움을 비친 바 있다. 하지만 홍 후보는 특별감찰관 권한 강화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아 '민간인' 신분의 대통령 주변 인물의 비리를 감시하고 차단할 만한 제도 개선인지는 알 수 없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대통령 스스로가 헌법 정신에 충실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 공약으로 삼았다. 그는 대통령-부처장관 협의 중심의 국정 운영도 내걸었다. 비선이나 청와대 문고리 비서실 참모들이 중심이 된 국정 운영이 아니라 국회 청문회를 거치고 각 부처를 책임지는 장관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공약이다.
유 후보는 국무총리에게 헌법이 명시한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부여하고, 부처의 업무주도권과 인사권을 각 장관에게 위임하며, 청와대 비서실을 축소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는 완전히 다른 청와대를 운용하겠다는 약속이다.
홍준표 제외하고 전부 "재벌 개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정경유착이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의혹,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기업이 지원한 의혹 등이다. 각 후보들은 이를 염두에 둔 듯한 공약도 10대 공약집에 담았다.
문 후보는 재벌의 불법 경영 승계를 근절하기 위해 기존의 순환 출자를 해소하고, 자사주 등을 활용한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방안을 마련하며, 대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 전자투표 서면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횡령·배임 등에 대해선 엄청히 처벌하고 사면권을 제한할 방침이다.
안 후보도 큰 그림에선 다르지 않다. 기업인 사면을 제한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추진하며, 총수일가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판단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부정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손해배상도 추진한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일절 추진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재벌 기업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전경련을 해체하며, 불법 재벌 총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으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 또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등을 도하고,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법제화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공약집에서는 '재벌 개혁'이나 '정경 유착' 방지와 관련한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홍 후보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푸는 '친기업' 정책을 쓰겠다는 기조다.
다섯 후보 모두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분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각종 비리와 직권 남용 혐의 등에서 비롯된 검찰 개혁 요구도 각 후보들의 공약집에 담겼다. 고위공직자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 신설은 5명의 후보 모두 공약해 주목된다. 검·경 수사권 분리도 5명 모두 공약했다.
검찰 개혁 공약과 관련해 홍 후보의 '검찰총장 임명요건 강화' 공약이 눈에 띈다. 홍 후보는 검찰총장의 경우 검찰 내부에서 자체 승진을 시키지 않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지방검찰청장(지검장)은 주민직선제로 선출해 뽑고, 이 지검장에게 소속 검사의 인사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심상정 "2기 세월호 특조위 출범…국정 교과서는 폐기"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문제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한 조각이었다. 여기서 뻗어나온 것으로 보이는 각 후보의 교육 공약들은 다음과 같다.
문재인 후보는 "입시·학사 비리 연루 대학은 각종 지원에서 배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외고 폐지를 줄곧 주장해 온 유승민 후보는 "대입에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을 늘려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공약이지만 덤으로 정유라 부정 입시 같은 사태도 막을 수 있는 정책이다.
심상정 후보는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를 내걸었다. 아울러 정·검정·인정·자유발행 등의 교과서 구분을 법률로 규정해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국정 교과서 사태와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도 했다.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도 포함됐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각 후보들은 공약을 냈다.
'세월호'를 적시하며 가장 직접적인 공약을 낸 후보는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는 세월호 특별조사위 2기를 구성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밝혔고, 세월호 교훈을 담은 안전사회전환특별법 제정도 약속했다. 또 국민안전처를 국민안전부로 격상하고, 청와대가 안보 및 재난 통합 컨트롤타워로서 위기관리센터 기능을 복원하고 강화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도 청와대 중심의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 구축 공약을 내놨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있었던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을 복구하고 보완할 계획이기도 하다. 또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은 독립시킨다.
안철수 후보는 재난 발생 시 재난 현장 지휘소-주무부처-청와대를 연결하는 재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지휘 체계를 단순 명료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장 지휘관에게 재난현장 총통제권을 부여한다는 것도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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