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앱에서 노란색 글씨로 '나쁨'이라고 표시되는 날이 많아진다. 가장 입자의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인 PM 2.5에 대한 주의보가 2017년 1월 1일 이후부터 4월 7일 현재까지 총 86회 발령되었다. 이는 2016년 같은 기간 주의보 발령 횟수인 51회보다 약 1.7배에 해당하는 횟수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전국 실시간 대기 오염도 공개 홈페이지(www.airkorea.or.kr) 참조)
미세먼지는 대기 오염 물질 중에서 가장 건강 피해가 큰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 Ambient (outdoor) air quality and health http://www.who.int/mediacentre/factsheets/fs313/en/ 2017년 4월 6일 열람)
화석연료 사용, 날림 먼지 등이 주요 발생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 통계상에 잡히지 않는 배출원이 더 많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관련 기사 : 미세먼지 배출량 집계 구멍 숭숭…"실제 배출량 최대 2배")
군이나 농촌에서 사용되는 노후 대형 차량을 운행할 때나 쓰레기를 태울 때, 불완전 연소가 일어날 수 있는 조리과정(숯불에 고기를 굽거나 닭을 튀기는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발생 통계에 아예 잡히지도 않고 있다.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공사장 등에서 흙을 제대로 덮거나 씻어내지 않을 경우 주변에 먼지가 날아다니는 경우가 대표적인 날림 먼지 피해인 것을 고려하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정보 중 많은 부분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염원이다.
대기오염의 원인 규명은 한마디로 복잡하고 어렵다. 인간이 벌이는 생산과 소비 활동 전반에서 대기 오염 물질은 발생될 수 있으며, 이외에도 기상과 지형 등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다. 처음 만들어진 대기오염 물질이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하거나 화학작용을 일으켜 2차 물질로 재생성되면 PM2.5처럼 건강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중국 동북 연안의 중화학공업 지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은 국경을 넘어들어와 국내 미세먼지 피해에 약 30~50%가량을 기여한다고 한다. (환경부, "미세먼지의 모든 것", http://www.me.go.kr/issue/finedust/, 2017년 4월 6일 열람)
나머지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인 셈이다. 그리고 또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대기 흐름에 따라 일본의 환경관리지수(EPI)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2014 EPI 홈페이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 <2016. 동아시아 대도시 대기 질 개선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 재인용)
어디서 얼마만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 알아야 대책을 세울 것이라는 논리는, 때로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발생과정이 복잡하고 발생원에 대한 통계를 확보하지 못하여서 오염 원인은 불확실하나 오염 피해가 먼저 발생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염 원인을 밝혀내는 데만 신경을 쓰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Polluters Pay Principle)에만 매달릴 경우, 건강 피해는 속수무책으로 커질 수 있고, 조기 사망과 같이 되돌릴 수 없이 심각한, 비가역성의 문제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고령자,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WHO는 2005년에 이미 초미세먼지인 PM2.5는 비교적 낮은 농도에서도 건강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환경기준(2시간 평균 90μg/m3이면 주의보, 180μg/m3 이상이면 경보 발령)은 2005년 WHO 지침(24시간 평균 25μg/m3)보다 훨씬 느슨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런데,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 탓만 하는 건 책임을 전가할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세먼지 관련 통계도 강화하고, 더욱 다양한 배출원을 감지할 수 있는 측정 체계도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대기오염 문제의 복잡성과 이동성 때문에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지역과 오염 피해를 보는 지역이 다를 수 있어, 대기 모델링과 동북아 환경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도 지속하여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배출한 지역과 오염 피해를 보는 지역 간 차이가 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를 많이 입는 지역과 계층, 사회적 약자가 있다면 이에 대한 규명 작업 또한 절실하다.
하지만 원인을 밝혀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당장에 건강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 인류가 대응해온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완벽하지 않고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에 불확실성의 문제에만 매달리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인간의 생명이 달린 비가역성의 문제에 대하여는 '예방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불확실하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대책을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 수많은 식당과 대규모 조리시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하는 날림 먼지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미세먼지부터 잡자. 무엇보다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체질 개선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하였다. 건강 피해를 본 시민들이 공익 환경 소송을 통해 오염 물질 배출 기업으로부터 배상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시민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 3월 중국 정부는 2016년 말에 발표한 석탄 화력발전 용량 120기가와트 축소 계획에 이어 50기가와트 규모를 추가로 감축하고 청정에너지 체제를 구축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전 세계 석탄 화력 발전시장의 투자 수익률 하락도 전격적인 에너지 체질 개선 정책 발표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국내 에너지 생산체계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도, 환경도, 시민의 생명도 다 잃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영화 <곡성>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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