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지시간) 미 상원은 2010년도 국방예산에서 F-22 전투기 7대의 추가생산을 위해 배정된 예산 17억5000만 달러를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삭감안은 상원에서 찬성 58표, 반대 40표로 통과됐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F-22 전투기 생산 중단을 의결하지 않을 경우, 68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거부권 행사의 부담을 덜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표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심각한 재정적자에 직면했다"며 "F-22 전투기의 추가 구입은 변명할 여지도 없는 돈 낭비"라고 상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날 표결에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15명이 찬성표를 던져 초당적 합의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까지 찬성표를 던져 행정부에 힘을 보탰다.
'일자리 문제' VS '예산의 효율적 사용'
오바마 행정부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그동안 F-22 추가 구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기존 도입 예정인 187대 만으로도 충분히 미국 방위가 가능하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였다.
그러나 국방장관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추가 생산 요구는 집요했다. F-22 전투기를 생산하는 방위업체 '록히드마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로이터=뉴시스 |
록히드마틴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 상원의원들 역시 가세했다. 가장 앞장서서 예산 삭감에 반발했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민주당)의 경우 록히드마틴의 공장이 위치한 코네티컷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그러나 게이츠 장관은 "국방부가 F-35 전투기에 대한 계획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F-22 생산 중단에 따른 일자리 손실을 상쇄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는 최신형 전투기 F-35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F-35는 현재 미국과 영국 등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전투기로, F-22 보다 개선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자칫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 간의 불화로 번질 뻔한 이번 F-22 전투기 논란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 역시 예산 삭감 주장에 힘을 보탰다.
21일자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따르면 매케인은 상원 표결 직후 "일자리가 다소 사라질 순 있으나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번 투표가 국방부의 계약 방식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로 숨통 트나
그러나 '오바마의 승리'로 끝난 이날 표결에도 불구하고 F-22 전투기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F-22 추가 생산을 지지했던 색스비 챔블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조지아)은 "백악관이 이번처럼 강하게 로비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이날 표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무기수출 금지조치가 개정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수출용 F-22 전투기 생산을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일본은 그동안 노후한 기종을 대체할 차기 주력 전투기로 F-22을 지정, 수출을 허가해 달라고 미국에 요구해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군비를 증강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의 상황에서 자위력 보강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미 의회는 국방기술 유출을 우려해 F-22 전투기 수출을 전면 금지해왔다. 그러나 일본이 지속적으로 수출을 요구하고 있고, 이번 삭감한 통과로 일자리 감소 논리가 힘을 받을 경우 대일본 수출을 반대하는 의회 내 목소리도 누그러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 국방위원회도 F-22 전투기를 일본 수출용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미 공군에 요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일본이 F-22를 보유할 경우 중국과 북한이 반발해 동북아시아에서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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