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신의 입이야말로 재난사고이다.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막말은 더 이상 쏟아내지 말고 도지사 사퇴와 정계 은퇴를 당장 하라."(노동당 경남도당)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지 1,072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 23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또다시 막말성 발언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홍 지사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광주·전남·전북·충청권 대선경선 토론회에서 "세월호는 어찌 보면 해난사고인데 우리(자유한국당)가 잘못한양 돼 있다"면서 "지난 3년간 정치적으로 이용했으면 이제는 마쳐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그는 같은 날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강변했고, 24일 자신의 SNS와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도 세월호 참사를 폄훼하는 듯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SNS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파면되었고 사법처리도 앞두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한 정권이 몰락하는 시발점이 될 정도로 폭발적이었지만, 이젠 우리는 가슴아픈 사건은 뒤로 하고 꿈이 있는 미래로 가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핵심은 '세월호 사건을 더 이상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조기대선 정국에서 세월호를 역으로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은 홍 지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방치를 질타해왔다. 또한 무능한 대통령과 정부를 끊임없이 옹호하고 대변해온 새누리당 또한 지탄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새누리당이 지금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고, 홍 지사는 이 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는 그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풀지 못한 대다수 의혹들이 진실의 민낯을 곧 드러낼 것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의 주장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세월호 책임소재 규명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측면이 많아 보인다.
그는 "전 국민이 가슴 깊이 추모해야 할 사건을 걸핏하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걸핏하면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며 "젊은 학생이 대부부분인 희생자를 3년 동안 정치권에서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했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정치적 이용의 주체가 누구였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홍 지사의 말처럼 세월호의 진실이 정치적 이용에 따라 현시점까지 온 것이라면,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법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홍 지사라면 '세월호를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수장되었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야 한다. 그것이 '새누리당의 후예'로서 홍 지사가 가져야 할 '결자해지'의 정치적 대응 방식이다.
끄집어내어서 이로울 게 없으니 '가슴아픈 사건은 뒤로 하자'고 하거나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홍준표식 정치 계산법'이라면 국민적 정서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홍 지사는 대선에 나서면서 막판 사퇴로 도지사 보궐선거를 아예 치르지 못하게 하겠다고 해 '정치적 꼼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홍 지사의 막말성 발언 이후 경남에서는 노동당 경남도당이 24일 공식 논평을 내고 강하게 비난했다.
도당은 "참사 당시 청와대와 중앙정부는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며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역시 이에 적극 동조해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홍 지사와 자유한국당이 세월호와 관련해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도당은 "홍 지사는 자신이 모든 것을 정략적인 계산에 따라 생각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라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후보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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