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사죄의 말 한마디 들으려 아침부터 TV를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은 끝내 혀를 차며 돌아섰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총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포토라인에서 던진 말은 단 두 문장. 허리를 굽히지도, 목을 숙이지도 않았다. 그리곤 곧장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무얼 송구스럽게 생각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취재진이 "박 전 대통령님,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으나 그의 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전날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검찰 출두에 즈음하여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자택으로 돌아온 후 11일 만에 육성으로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 준비된 메시지에도 참회와 사죄는 끝내 빠졌다. 오히려 불필요한 말로 검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그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헌법재판소와 특별검사팀을 상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기존 태도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청와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순실 씨는 오랜 지인이며 연설문 작성에 일부 도움을 얻었을 뿐, 국정농단은 모른다고 잡아뗐다.
그러면서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여기를 도와주라, 이 회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1월 25일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도 최 씨와의 경제공동체 의혹에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 냈는데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것"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지난 12일 자연인 신분으로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처럼 모든 혐의를 부인으로 일관하는 탓에 관심은 검찰이 얼마나 엄정한 수사로 혐의를 입증할 것이냐에 집중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까지도 반성하지 않는 그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또한 검찰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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