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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2층열차' 도입 막을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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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2층열차' 도입 막을 이유 없다

[기고] 열차 객차로 본 정치 경제학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 노선이 개통됨으로써 고속철도 운행 편수는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고속철도 이용 환경이 개선됐다는 것은 체감할 수 없다. 상당수 고속열차는 입석 승객을 태운 채 운행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공급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SRT(수서고속철도 주식회사)가 서울과 경기의 동부권 고속열차 이용 승객을 분담했음에도 고속철도 개통으로 창출된 새로운 수요도 만만치 않다. 인구 밀집지역에 신설되는 철도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현재 고속철도 최대 이용객이 몰리는 구간은 경부선이고 그중에서도 서울-대전을 축으로 한 수도권이다. 한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조건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 구간에서 적절한 좌석 공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용객들은 열차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계획 중인 인천, 수원발 고속 노선이 신설되면 제한된 선로 용량으로 인해 열차 이용 환경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철도에서 좌석 공급량을 늘리는 것에는 대략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선로를 신설하여 열차 수용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부지를 확보하고 새로 건설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두 번째는 열차 운행 간격을 줄이는 것이다.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열차를 투입할수록 더 많은 승객이 이용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선로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차량을 더 구매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세 번째는 단위 열차 당 공급 좌석 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철도에서는 중련연결편성이라 말하는 것으로, 만약 10량 한 편성 열차라면 한 편성을 더 연결할 경우 좌석 수를 두 배 늘릴 수 있다. 이때에도 차량 공급 능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2층 열차를 운행하는 것이다. 10량 편성의 열차에 2층 객차가 운용될 경우 1층 객차 대비 40~60%의 좌석을 더 공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방법은 무엇이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다. 각 국가나 지역의 교통 환경과 특성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코레일은 수요에 못 미치는 좌석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층 열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국토부는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가 밝힌 반대 이유는 2층 열차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2층으로 늘어난 좌석 수만큼 승하차 시간이 늘어나 열차 지연이 일어나고 운영 비용도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에서도 2층 고속열차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해외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와 같은 국토부의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현재 KTX의 상당수 열차는 좌석 부족으로 다수의 입석 승차자가 발생하고 있다. 객실 통로 간이 의자는 만석이고 많은 승객은 선 채로 열차를 이용한다. KTX를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좌석 수를 초과하는 승객들이 열차를 이용하다 보니 지금도 승하차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입석 승객들을 2층 좌석이 흡수하는 것이니 사실상 승하차에 따른 시간 지연은 지금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또 설계를 통해 보다 원활한 승하차 구조의 출입문을 만들게 되면 열차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운영 비용 증가 또한 좌석 공급 확대에 따른 승객 편의성 증대와 수익 증대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문제다. 해외의 많은 나라는 고속열차와 일반열차를 막론하고 2층 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는 일본에서도 2층 고속열차가 줄어드는 추세라 주장한다. 추세라면 과거 대세였던 것이 사라지는 듯한 의미인데 원래 일본에서 2층 고속열차는 주력 열차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신간센 열차는 1층 열차로 운행됐다. 일본의 2층 고속열차는 도쿄와 신아오모리를 연결하는 도호쿠 신간센에 취역했다. 도쿄를 생활 기점으로 하는 통근·통학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된 JR 동일본이 운영하는 고속열차 E1 계와 E4 계다. 신간센의 선로 수용 능력이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 수송능력 확보를 위해 선택된 방안이었다. 이후 열차 운행환경이 개선되어 2층 열차를 운행하지 않아도 충분히 수요에 맞출 수 있게 되자 2층 열차의 신규 투입을 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열차 운행환경에 따라 다양한 열차의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 고속철도는 수백만의 인구를 포함하고 있는 주요 도시를 연결할 때 그 수익성이 보장된다. 일본 최대 흑자 노선 중 하나인 도카이도 고속선의 경우 도쿄-나고야-오사카는 각각 1400만, 230만, 880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경부선 역시 2000만 수도권역과 150만의 대전, 250만의 대구, 350만의 부산 축이 이어져 흑자를 보장한다. 이런 측면에서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개통을 앞두고 있는 강원도 노선 원강선(원주-강릉)의 경우 올림픽 이후의 이용객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33만5000명의 원주시 인구와 21만4000명의 강릉시 인구를 감안 할 때 원강선은 수익 목적 보다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낙후된 강원도의 교통 인프라 개선을 통한 지역 성장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이런 노선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다고 해서 열차 운행 편수를 줄이게 되면 '철도 이용 환경 악화→철도 이용 기피→수익 악화'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이럴 경우 2층 열차나 장편성 열차보다는 4~6량 정도의 단편성 열차를 가능한 한 자주 이용할 수 있게 배차를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2층 열차는 고속열차 뿐만 아니라 콩나물시루가 되어버린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에 도입이 시급하다. 고속열차 위주의 운영환경 속에서 서민들의 발인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 이용자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열차의 장대화와 증편, 2층화는 서민들의 철도 이용환경을 대폭 개선시켜 철도 수송 분담률 증가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층 열차 개발은 한국 철도차량산업의 발전에도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 혁명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지만 건실한 제조업의 보호 육성은 산업생산력과 고용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의 철도 차량 제작사 로템은 세계 시장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2%로 미미한 상황이다. 여기에 급성장한 중국과 최신기술을 보유한 선진국의 철도차량 제작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험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차종의 개발과 제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철도차량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의 철도 이용 환경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국가재정과 효율성, 국내 산업 발전의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2층 열차의 비효율성 잣대를 대면 선로용량이 한계에 다다를 오송-평택 간 고속선 신설 역시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대가를 필요로 한다. 현시점에서 개선 가능한 방안을 찾고 필요하다면 추가 대안으로서 신선 건설을 고려하는 것도 늦지 않다. 국토부가 우선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오송-평택 노선 신설 이유는 이것이 국토부의 철도 민영화 확대방안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노선을 재벌 기업에 민간 개방하겠다는 국토부의 욕심이 한국 철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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