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참석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리인단을 통해 최후 의견서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제 사익을 위해, 어느 특정인의 사익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며 국회 측 탄핵소추안을 전면 반박했다. 이와 함께 검찰과 특검 수사로 드러난 연설문 유출 및 수정, 최순실 인사 농단 및 최순실 지인 회사 민원 해결 등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자신의 '수족'이었던 정호성 전 비서관이 법정에서 자백한 부분까지도 부인했다.
27일 오후 대통령 측 대리인단 모두 변론인으로 나온 이동흡 대리인은 최종변론을 마친 후 박 대통령이 작성했다는 의견서를 대리 낭독했다.
의견서에서 박 대통령은 "저는 단 한 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았으며, 대통령 취임 후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그런데 제 신념으로 펼친 많은 정책이 저나 특정인의 사익을 위했다는 수많은 오해와 의혹에 휩싸여 모두 부정되는 현실이 너무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에게 공무상 기밀을 누설하고 이를 통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에 관해 "최순실은 지난 40여 년간 가족이 챙겨줄 만한 옷가지 등 소소한 것을 챙겨준 사람"이라며 "말하는 이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 일을 경험했기에, 최순실 씨의 의견을 때로 물어 쉬운 표현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표현한 대로 최 씨가 연설문을 수정한 사실은 있으나, 어디까지나 중요하지 않은 일에 불과했다는 변명이다.
박 대통령은 "제가 최순실에게 국가 정책이나 외교 문서를 전달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최순실에게 조언은 받았지만 문건을 최 씨에 전달하라는 지시는 참모들에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측근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법정에서 "대통령의 의견을 따라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하고 정정한 절차를 거친 것을 인정한다"고 이미 자백을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한때 자신의 '수족'이 내놓은 '자백'마저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또 "기관장 인선의 경우에도 인사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며 그 책임도 대통령 몫이지, 어느 개인이 이를 좌우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누구로부터도 개인적 청탁을 받아 공직자를 임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추천한 차은택 씨의 진술과 정면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등 설립모금 과정에서 뇌물공여 사실이 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정부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모든 정책의 추진이 어려워,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부분이 있다"며 "저는 문화 및 체육 분야의 성장을 위해 기업 투자를 늘 강조해왔는데, 기업도 한류가 전파되면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며 제 방침에 동감해주셨다"고 주장했다. 어디까지나 전경련 등 기업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금해 해당 사업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업측은 박 대통령의 행위를 '강요'로 느꼈고,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다고 실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경련이 주도해 문화체육재단을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마움을 느껴, 정부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적극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면서도 "제가 믿은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재단의 선의가 왜곡되고, 적극 참여한 기업 관계자가 검찰과 특검에 소환돼 장시간 조사 받고, 급기야 글로벌 기업 부회장이 뇌물공여죄로 구속되는 걸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저는 제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해 어떤 구설도 받지 않으려 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어떤 기업의 청탁도 들어준 바 없고 어떤 불법적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 관련 특혜의혹이 나돈 기업에 관해서도 "저는 평소 우수 중소기업이 납품 기회를 찾지 못해 기술이 사장되는 걸 안타까워했다"며 "최순실 씨가 소개한 KD코퍼레이션 특혜 제공 의혹에 관해서도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도와주려던 선의의 연장선에서 판로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지, 이 회사가 최 씨 지인의 회사이며 최 씨가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KD코퍼레이션 특혜 제공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등장한다.
박 대통령은 "사기업 인사에 제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저는 능력이 뛰어난데 발휘하지 못한 사람이 능력을 펼칠 기회를 알아보라고 한 것뿐, 특정 기업 취업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세계일보 탄압 논란에 관해서도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외부에 유출된 건 공직 기강상 큰 문제라는 인식 하에 철저한 진상 파악을 지시했을 뿐, 언론 자유를 침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제가 비서진에게 세계일보사 사장 해임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예의 언론 오보 탓을 한 후 "일각에서 당일 제가 관저에서 미용시술, 의료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나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로 인해 국민 마음을 상하게 한 데 다시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만, 저는 단 한 번도 특정인의 개인 이익을 위해, 제 사익을 위해 제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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