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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대상' 경찰에 '대통령 경호' 맡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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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대상' 경찰에 '대통령 경호' 맡긴다고?

[기자의 눈] 이철성 같은 사람의 '경찰공화국'을 보고 싶지 않다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5일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직속 경호실을 폐지하고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귀를 의심했다.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의 발언이었다.

문 전 대표는 권력적폐 중 하나로 대통령 경호실을 지목하고, 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경호실을 대체할 기관이다. 문 전 대표는 행정자치부 외청인 경찰청의 수장(경찰청장)을 사실상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두겠다고 공언을 한 셈이 됐다. 경찰청장이 대통령 경호실장을 사실상 겸하게 된다고?

이른바 4대 권력기관(국정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중 하나인 경찰청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돌아보면 네 개 기관 중 단 한 개의 기관도 정상적으로 기능한 기관은 없었다. 노련하고 야비한 권력자들은 이들 네 개 기관을 적재적소에 유기적으로 활용, 비판자들을 제거하고 처단해왔다. 그 과정에서 법치는 무시되었다.

지난 10년만 돌아보자. 이명박 정권은 국세청 권력을 남용해 노무현 정권 인물들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그 결과는? 문 전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다음 검찰. 국세청의 세무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노무현 정권에 보복 수사를 감행했고, 국정원의 전횡을 비호했으며 심지어 적극 가담해 '공범'이 되었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정치인을 무차별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했다. 그리고 국정원. 권력에 줄을 선 이들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헌정을 유린했고, 선출 권력인 통합진보당에 낡은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 해체의 빌미를 제공했다. 증거를 조작해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었다. (검찰은 국정원의 매우 훌륭한 파트너였다.) 그리고 경찰은 이 모든 권력 기관의 전횡에 항의하는 무고한 시민들의 팔을 사정없이 비틀어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항의하던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책임 회피를 위해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려고 엄청난 병력을 투입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캡사이신을 뿌려댔다. 용산 철거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따지고 보면, 경찰은 정권이 저지른 권력 남용의 '설거지'를 도맡아 해 왔다. 경찰 조직의 존재 목적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검찰과 국정원 개혁을 부르짖은 문 전 대표가 유독 경찰에 '포상'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4대 기관'은 모두 개혁 대상이고, 그들을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외부 기관으로 하여금 감시토록 해야 한다.

그런데 문 전 대표는 경찰에 만인지상 권력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최측근'의 역할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경찰청장을 상관으로 하는 대통령 경호국장(만약 문 전 대표의 뜻대로 만들어진다면)은 대통령 경호 정보는 누구에게 보고될까? 대통령의 신변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의 권력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설까? 그가 제대로 된 '경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까?

경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가 돼야 한다. 경찰에 대한 시민 통제를 강화하고, 경찰 기능을 지자체에 분산시켜 최고 권력자의 '푸들'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경찰 개혁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다행히 문 전 대표가 경찰 개혁의 방향은 큰 틀에서 공감될만 하다. '분권형'이 핵심이다.

▲ 지난해 8월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찰은 국가경찰이다. 독일, 영국, 미국 등과 비교하면 기능과 조직의 차이가 크다. 핵심은 분권화와 다원화다. 분권화는 경찰력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 되는 것을, 다원화는 수사, 정보 등 각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연방국가들은 수사권 등 경찰력의 핵심 권한이 지방정부에 이양되어 있다. 연방정부는 기능별로 경찰력을 분산시킨다. 경찰 조직의 다원화다.

독일의 경우, 경찰은 연방경찰청, 연방범죄수사청, 연방경찰국, 연방헌법보호청 등으로 기능이 분산되어 있다. 미국도 우리가 잘하는 연방범죄수사국(FBI), 마약단속국, 연방보안관실, 이민귀화국, 형사국 등 60여개로 국가경찰 권한이 다원화돼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로스엔젤레스 경찰(LAPD), 뉴욕경찰(NYPD) 등 자치경찰로 경찰력이 완벽하게 분권화되어 있다. 모든 경찰조직을 통틀어 경찰기구(기관) 또는 법 집행기구(law enforcement)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경찰처럼 수사, 정보, 경비, 외사, 방첩, 보안(공안) 등 경찰 작용의 모든 기능이 하나의 기관으로 경찰에 집중되어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여기에 심지어 대통령 경호 기능까지 경찰이 갖게 된다는 말은 지극히 한국적 발상이다.

게다가 '권력기관'으로서 지금까지 경찰이 보여왔던 면면을 보자. 역시 지극히 한국적인 '보은 관계'에 의해 경찰 조직이 좌우된다. 현직인 이철성 경찰청장은 음주운전 경력을 숨기고 경찰청장이 됐다. 음주단속 주무 기관의 수장의 음주운전 경력은 어떤 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모순' 그 자체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이철성 청장이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시점에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은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의 운전병으로 배치됐다. '코너링'이 좋았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특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와 경찰은 이미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래서일까? 청와대는 결정적 결격 사유가 드러났음에도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밀어붙였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였다. 이후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을 시도한다. 정권에 누가 될 만한 일들을 골라 '아수라장'을 조성했다. 매우 공교롭다.

그간 역대 대통령은 경찰청장과 같은 권력기관장의 줄 세우기를 통해 정권을 유지해왔다. 그렇다면 이를 해소하는 게 '권력 적폐' 해소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경찰 개혁'을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대통령 경호실 해체 및 경찰 경호국 대체' 방안을 거론한 이유로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의 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라며 "24시간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이 대통령 경호실에 의해 가려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고리 3인방, 비밀주의를 즐긴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그 휘하 수석비서관들, 여기에 대통령 '방탄복' 역할을 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이 주역이다. 권력자를 맹목적으로 비호하고 추종해왔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대통령의 시간'을 가린 것은 이들이다.

대통령의 시간을 국민에 공개하든 공개하지 않든, 그것은 문 전 대표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대통령 경호실이 존재하더라도 운용의 묘를 발휘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개혁 대상 경찰을 대통령 신변 경호원으로 만드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경찰공화국'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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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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