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던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지원 배제 작업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파악됐다.
3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등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4년 7월 청와대 정무수석에 취임한 뒤 전임 박준우 수석에게서 좌파 성향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정책 기조를 전해들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정관주(53) 당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 등을 통해 지원 배제 명단을 계속 문체부로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정무수석실은 지원 가능한 인물과 배제 인물을 선별하는 역할을 했다.
자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와 인터넷 검색 등을 토대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 전력이 있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자, 시국선언에 동참한 인물 등을 선별해 리스트에 올렸다.
조 전 장관은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이 2014년 9월 세월호 참사를 묘사한 '다이빙벨'을 상영하기로 하자 이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도 했다.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예술을 가장한 이념과 정치성향은 지양돼야 한다. 다이빙벨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후다.
그는 정 비서관 등에게 보수 문화논객에 기고를 부탁해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고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여당 간사를 통해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을 성토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이빙벨 상영 때 전 좌석을 매입해 일반인이 관람하지 못하게 하고 상영 후 작품을 깎아내리는 관람평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장관은 정부 지원금이 나가는 우수도서 선정 심사위원을 뽑을 때도 보수 성향 문인들과 협의하라고 하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좌파 배제' 역할을 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송수근 문체부 제1차관(장관 직무대행)도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장관 등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송 차관은 기획조정실장이던 2014년 당시 김종덕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심사·검증 강도를 높이고, 지원 결정 후에도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 작성은 김기춘 실장이 지시했다.
송 차관은 또 문화·예술계 지원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김 전 장관이 구성한 '건전콘텐츠태스크포스(TF)'의 단장을 맡기도 했다. TF는 매주 리스트가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내용을 김 전 장관과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나 송 차관이 형식적으로만 관여했을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반기를 들었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최근 특검에 나와 취재진에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라고 만들어놓고 위원으로 실·국장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서 관련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송수근 차관은 실질적으로는 관련 책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송 차관을 중심으로 문체부가 빨리 안정을 되찾고 제 할 일을 하도록 송 차관에 대한 의문 이런 건 거둬주시고 신뢰하고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체부 측은 공소사실과 관련, "송 차관은 보고서를 작성해 김종덕 장관에게 보고한 게 전부"라며 "블랙리스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관리에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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