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거액을 투자해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를 잇달아 만든 것은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히려는 '코드 맞추기'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영화계 등에 따르면 CJ는 박근혜 정부 초반부터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와 관련한 정권의 압박 내용이 특검 측에 포착됐다.
앞서 2013년 7월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이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조 전 수석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해 "대통령(VIP)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문화계에서는 CJ가 자사의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관람 후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한 것 등으로 현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가 돌았다.
결국 이 부회장은 청와대 요구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2014년 9월 미국으로 떠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출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을 청와대 인근 안가로 불렀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27일 손 회장과의 첫 독대 자리에서 'CJ의 영화·방송이 좌파 성향을 보인다'고 내내 불만을 표했고, 손 부회장은 거듭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손 회장은 박 대통령의 질타에 "제가 모두 정리를 했다. 앞으로 방향이 바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명량'과 같이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손 회장의 사과에 "CJ가 영화를 잘 만드는 소양이 있으니 방향을 바꿔 잘 해 준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CJ의 정권 코드 맞추기는 그 시기를 전후해 본격화했다.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정책홍보성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CJ가 운영하는 극장 CGV는 영화 시작 전 '3분 공익광고'를 시작했다.
명량에 이어 거액을 투자해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과 같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연이어 선보였다.
2015년 2월에는 한류문화복합단지인 K-컬쳐밸리 사업의 투자계획을 본격화했다.
CJ의 바뀐 모습에 박 대통령의 냉랭한 태도도 풀어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독대 두 달 뒤인 2015년 1월 말 파독 광부 및 간호사, 이산가족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그해 2월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 참석해서는 "문화콘텐츠 산업은 '21세기 연금술'"이라고 치켜세웠다.
작년 8월에는 6·25 전쟁 때 한국 해군 첩보부대의 이면 활약을 다룬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조카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수감된 데 이어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엄혹한 상황을 지켜본 손 회장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CJ가 영화 제작과 방송을 주요 사업으로 뒀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CJ 길들이기'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출판의 자유 또는 학문·예술의 자유를 위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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