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철균(52·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측이 2일 같은 대학의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최씨와 정씨를 소개해주며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조만간 김 전 학장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련 의혹을 정리하기 위한 본격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류 교수의 변호인은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학점 특혜도 최씨와 김 전 학장의 부탁으로 한 것이라고 변호인은 강조했다.
류 교수 변호인은 "김 전 학장이 최순실씨와 정유라씨를 잘 봐주라고 부탁했다"며 "김 전 학장이 3번이나 요청해 작년 4월 교수실에서 최씨와 정씨를 1분간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류 교수는 이후 조교한테 정유라씨를 '잘 봐주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 이전까지만 해도 최순실이나 정유라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가 김 전 학장의 부탁으로 최씨 모녀를 알게 됐고 사실상 이들의 부탁에 따라 학점 관리를 해줬다는 취지다.
김 전 학장은 당시 '정윤회씨 딸이 학교에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이를 이유로 정씨를 왕따시켜 우울증에 걸렸다. 이게 학교에서 생긴 일인데 도와줘야 될 거 아니냐'고 류 교수에게 얘기했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변호인은 "그래서 류 교수는 정말 (정유라씨에게) 우울증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변호인은 이어 "류 교수는 김경숙 전 학장이 최순실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며 "김 전 학장이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씨의 학점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대학 윗선의 청탁이나 개입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학장 역시 교육부 감사 결과 정씨에게 각종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나 해임 처분과 함께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그는 감사에서 작년 1학기와 계절학기에 출석일수가 모자라는 정씨에게 부당하게 학점을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전 학장은 지난달 15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학점 특혜 의혹에 대해 "교수 개인의 권한"이라며 자신의 개입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학장은 정씨의 입시 특혜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그는 이대 체육특기생 종목에 승마가 추가되도록 힘쓴 인물로 알려져있다. 승마선수인 정씨의 이대 입학을 도우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궁 곤 전 이대 입학처장도 국회 청문회에서 "(2015년 9월 입학전형 당시) 김 전 학장이 승마 유망주와 아시안게임 얘기를 하면서 정윤회씨의 딸(정유라)이 우리 학교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넌지시 말했다"고 증언했다.
류 교수 변호인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전체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의 부탁으로 답안 작성을 해줘 문서 위조가 될 수 없고 학점을 매기는 것 역시 교수의 고유 업무라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취재진에 "수강 학생 2천900명 가운데 270여명이 학점 변경을 요청했는데 그중 100명 넘는 학생들의 점수를 올려줬다"며 "정유라도 그 가운데 하나"라면서 '특혜'나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검은 조교에게 정씨의 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하도록 하고 정씨에게 부당하게 학점을 준 혐의로 전날 류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업무방해, 증거위조 교사, 사문서위조 교사, 위조 사문서 행사, 위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다.
작년 1학기 'K-MOOC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을 맡은 류 교수는 독일에 체류 중이던 정씨가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작년 10월께 검찰 수사와 교육부 감사가 시작되자 이를 숨기고자 조교를 시켜 정씨 이름의 답안지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성적 파일에 끼워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지난달 30일 류 교수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으나 이전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의 진술 내용과 확연히 다른데다 줄곧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튿날 오전 그를 긴급체포했다.
류 교수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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