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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수렁' 빠진 MB외교…이제는 "정부에 맡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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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수렁' 빠진 MB외교…이제는 "정부에 맡겨 달라"

"PSI는 편지 한 장 보내면 되는 일…전 정권 때 北 자극하는 것으로 이슈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는 20일 "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없으니 정부에 맡겨 달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의 안전 문제, 북한의 강력한 반발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미리 '전면 참여' 방침을 밝혀 온 청와대가 이같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용'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무능력'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 끝). ⓒ청와대

말바꾸기…부처간 혼선…무능…파국 자초한 'MB외교'

PSI 전면 참여 발표와 관련해 정부가 보여 온 '말바꾸기'는 한두 번이 아니다.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주무 부처들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여러 차례 노출됐다.

애초 PSI 발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발표(14일)로 예고되어 있었다. 이 때까지 정부 부처 어디서든 북한에 억류돼 있는 유모 씨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주재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PSI 전면 참여 방침을 확정한 뒤 이를 15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15일이 되자 "18일께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가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이후인 19일 오후 2시 공식 발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외교부는 그러면서 이같은 설명에 모두 '엠바고(보도시점 유예 조치)'를 걸었다.

그러나 같은 날 1시간 후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유 씨가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외교부의 말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9일에서 발표가 미뤄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고, 17일 밤 유명환 장관은 '19일에 발표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21일 개성에서 만나자'는 제의가 16일 북한에서 날아 왔고, 18일 유 씨의 석방은 결국 이뤄지지 못 했으며,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19일 발표 방침을 백지화하기에 이르렀다.

외교부 내 PSI 주무부서인 국제기구국은 북한의 접촉 제안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18일 오전 신문을 보고 관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말바꾸기, 부처간 혼선과 갈등, 의사소통의 난맥상 등을 종합선물세트로 드러 낸 뒤 오는 21일에는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개성공단의 존폐나 축소, 억류된 유모 씨의 신병 등과 관련해 북한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숱하게 많지만, "PSI는 남북관계와 상관 없다"는 군색한 논리를 되풀이해 온 남측으로선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PSI 전면 참여가 의미하는 외교적 파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같은 과정에서 보여 온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북한 측에 끌려다니는 지금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이제 정부 스스로 남북관계와 PSI가 관련돼 있음을 몸으로 보여준 이상 PSI를 강행하기 어렵게 됐다. 유 씨의 안전 문제는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린 상황이고, 한국 정부로서도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PSI를 강행해야 한다는 보수층의 요구도 거셀 게 분명해 오도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져 버렸다.

▲ ⓒ청와대

靑 "PSI 질문 안 받겠다…소모적이고 어리석은 문답"

이러다 보니 청와대와 외교부에서는 '정부에 맡겨 달라'는 묻지마식 답변이나, '원칙대로' '단호하게' 같은 추상적인 답변만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칙에 입각해 의연하고 당당하게 (PSI 전면 참여를) 추진한다는 입장에서는 변함없다"멶서도 "동시에 남북관계의 경색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관계장관 회의에서도 이같은 방침이 재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도 계속 유지돼야 하며, 남북대화는 항상 열려 있다는 실용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PSI 참여 발표) 분명히 한다. 호들갑을 떨면서 가입을 하느니, 전면참여 하느니, 그럴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지난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PSI는 정확하게 말하면 편지 한 장 보내면 되는 일인데, 지난 정권 때 이게 마치 북한을 엄청나게 자극하는 것처럼 이슈화 됐다"며 "94개국이나 가입돼 있는데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PSI 전면 참여 발표시점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PSI와 관련해선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묻지 말아 달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랐다.

그는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소모적이고 어리석은 문답", "본말을 호도하는 질문은 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마저 보인 채 "PSI 문제는 정부에 맡겨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외교부 문태영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으므로 이 (PSI) 문제는 그냥 정부에 맡겨주기 바란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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