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용산 참사' 이후를 재는 가늠자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용산 참사' 이후를 재는 가늠자는…

[김종배의 it]검찰이 '초스피드'로 '매머드급'수사팀을 꾸린 이유는?

경찰은 5층 옥상에 있는 철거민들을 진압하면서도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지 않았다. 시너통이 널려있는데도 소방차 한 대 대놓지 않고 물대포를 쐈다. 별다른 설득 시도 한 번 없이 농성 25시간만에 경찰 특공대를 투입했다.

경찰의 조치가 이랬다. 누가 봐도 명백한 '과잉 진압'이었다.

그럼 끝난 걸까? '용산 참사'의 진상은 모두 규명된 것이고 책임자 문책만 남은 것일까?

그렇지가 않다. 지금 운위되는 것은 '상식'에 기초한 것이다. 경찰의 진압이 '진압수칙'을 위반한 것인지조차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둘러댈 여지가 있다. '판단'의 문제로 치환시키려 할 수 있다. 여차하면 정치적· 도의적 차원에서 고개 숙이는 정도로 가름하고자 할 수도 있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 행해야 하는 건 사법적 판단이다. 바로 이 문제에서 유동성이 남아있다. 사법논리에 의거하면 경찰의 과잉진압은 '용산 참사'의 조건을 제공했을 뿐이다. 참사의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가해행위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핵심적인 문제는 불이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불의 발생 원인과 주체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에서 갈릴 수 있다. '용산 참사' 이후의 상황이, 그리고 정치적 국면이 달라질 수 있다.

엇갈린다. 불이 발생한 원인과 불을 일으킨 주체를 놓고 전하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이런 식이다.

"시위대가 던지려는 화염병이 물대포에 맞아 바닥에 떨어지면서 불이 났다. (바닥의) 화염병 불길이 시위대가 쌓아 둔 시너에 옮겨 붙어 갑자기 크게 번지는 것을 봤다." - 한겨레

"망루 위에 있던 시위대가 또 다시 화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화염병의 불꽃은 시너를 타고 화염으로 변했고 순식간에 망루 아래 쌓여 있던 70여개의 시너통에 옮겨 붙었다." - 중앙일보

일치한다. 두 보도 모두 화염병이 바닥에 떨어져 시너에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갈린다. 화염병이 바닥에 떨어진 경위에 대해서는 두 보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한 보도는 경찰이 쏜 물대포에 의해 화염병이 바닥에 떨어진 것으로 전하고 있고, 다른 한 보도는 철거민이 고의로 화염병을 던진 것으로 전하고 있다.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6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주체를 다르게 규정할 정도로 큰 차이다.

그래서 엄정해야 하고 치밀해야 한다. 불이 난 원인을 가리는 데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엇갈리는 두 보도는 엇갈리는 증언과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 '한겨레'의 보도는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의 증언에 기초하고 있고, '중앙일보'의 보도는 또 다른 목격자와 경찰의 주장에 터 잡고 있다.

이런 상태에선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엇갈리는 두 주장을 평면적으로 나열할 수 있을 뿐이다.

감식과 같은 '과학적' 검증방법이 있겠지만 잘 될지는 알 수 없다. 경찰 외에는 어느 누구의 현장 접근도 허용하지 않기에 감식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어떨까? 만에 하나 진상규명이 미궁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아니, 진상규명 결과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 때문에 불이 났다고 결론 나면 어떻게 될까?

유의해서 보자. 한나라당은 진상 규명 이전에 정치적 문책부터 해야 한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주장을 누르고 '선 진상규명'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그리고 박희태 대표는 진상조사를 검찰에 맡기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검찰 단독조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참고로 검찰은 검사 7명과 수사관 13명으로 구성된 '메머드급' 수사팀을 초스피드로 꾸렸다).

경찰의 진압은 누가 봐도 명백한 '과잉'이지만 이 '과잉'에 내려질 사법적 단죄는 그 누구도 명쾌하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