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성장 분야인 자동차 전장(電裝)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 하만 인수를 의결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로, 인수 총액은 80억 달러(약 9조3760억 원)이다. 이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기업의 종전 해외기업 최고금액 M&A는 지난 2007년 두산의 미국 밥캣(5조7000억 원) 인수였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번 M&A는 지난달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후 첫 대규모 합병이란 점에서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부회장의 신성장 사업 가속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연평균 9%의 고속성장을 하는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커넥티드카용 전장사업 시장은 지난해 450억 달러에서 2025년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카 전체 전장시장 규모는 2015년 542억 달러에서 2025년 186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TV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왔으나 이번에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의 글로벌 선두기업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체제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의 5G통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등 부품과 사용자경험(UX) 기술과 모바일, CE(소비자가전) 부문에서 축적한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 하만의 전장사업 노하우와 결합하면 커넥티드카 전장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2G·3G 수준의 텔레매틱스가 5G로 업그레이드되고, 음성인식도 삼성의 AI 기술과 만나 훨씬 자연어에 가까운 내용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은 세계 1위를 유지하는 TV·스마트폰은 물론 VR(가상현실), 웨어러블 등 각종 제품에 하만의 음향기술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IT·모바일 기술과 각종 부품사업을 보유한 삼성에 부족한 부분인 전장사업 노하우, 고객관계, 프로세스 역량을 '이식'하는 것이다.
삼성은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 신설 이후 여러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M&A의 전략적 적합성 등을 검토하다가 사업분야, 예상 시너지, 기업문화 등에서 적합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한 하만을 선택하고 지난 9월부터 본격 협상을 벌여왔다.
하만은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고 빠르고 유연한 실리콘밸리 문화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과 하만의 공연장·영화관용 음향·조명기기 사업과의 시너지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와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만 최고경영자(CEO) 디네쉬 팔리월은 "최근 IT 기술이 자동차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수한 기술과 폭넓은 사업분야를 고루 갖춘 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고객들에게 더욱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OTA(무선통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 전장사업 분야 선두기업으로 매출 70억 달러, 영업이익 7억 달러(직전 12개월 기준)에 달한다.
특히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 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주주와 주요 국가 정부기관 승인을 거쳐 내년 3분기까지는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기에 승인이 이뤄지면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인수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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